객관적 물증 없이 술에 취한 목격자의 진술만으로는 음주운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A씨는 2023년 1월6일 새벽 전남 목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55%인 상태로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사건 발생 장소 부근을 걷던 중 A씨가 운전하는 차량이 비틀대며 주행했고, 시동과 전조등을 끄지 않은 상태로 정차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B씨는 또 ‘A씨의 차량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고, 운전석 문을 연 A씨에게서 술 냄새가 강하게 나 다시 운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112 신고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경찰이 도착했을 때 A씨는 차량을 운전하고 있지 않았으며, 그가 운전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폐쇄회로(CC)TV 등 물증도 없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
나로 늙어간다는 것엘케 하이덴라이히 지음 | 유영미 옮김북라이프 | 216쪽 | 1만6800원“물론 알아요. 내가 영원히 젊지 않을 거라는걸, 언젠가는 서른이 될 거라는걸!” 과거 패션 잡지 ‘보그’에서 한 모델이 인터뷰한 내용이라고 한다. 그 모델이 이제 마흔 즈음 됐다면 생각하지 않을까. 서른은 너무 젊었다고.의료 기술이 발달하며 기대 수명이 길어졌다. 비단 삶을 유지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뿐 아니라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며 겉으로 보여지는 젊음의 유지 기간도 길어진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젊음이 찬양될수록 나이 듦이 추한 것처럼 보여진다는 데 있다.하지만 인생의 상당 부분을 불필요한 것으로 방치하는 태도는 사회적으로도 문제다. “노년이 한 사회 안에서 갖는 의미 혹은 무의미는 그 사회 전체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를 통해 앞선 전 인생의 의미 혹은 무의미가 드러나기 때문이다.”(시몬 드 보부아르)개인에게는 늙어가는 것을 받아들이...
“노예도 인간이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부모와 친족에, 그리고 그들을 통해 조상에 속하기를 원했고, 자기 자식들이 자신에게 속하기를 원했으며, 그러한 유대가 안전하고 강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모든 유대는 위태로웠다. 아이는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었고, 연인이나 허락받은 ‘남편’, 어머니, 조부모, 모든 친척도 언제든 빼앗길 수 있었다. (중략) 노예는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자기 존재의 모든 것, 모든 생각, 모든 순간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항상 존재하는 임박한 파멸의 감각으로 경험했다.”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 이학사저자인 올랜도 패터슨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 노예사 연구의 권위자다. 1982년 출간된 이 책은 전 세계 66개 사회에 존재했던 노예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회적 죽음’의 개념을 제시한 명저로 꼽힌다. ‘사회적 죽음’ 개념은 문학연구와 문화연구, 페미니즘 철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을 끼쳤다. ‘사회적 죽음’이란 공동체 내에서 구성원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