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봉선화를 따다가 손톱에 꽃물을 들인다. 그 자체로 재미도 있지만 꾸미는 데 서툴러 그런지 홀로 겸연쩍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때 손을 내밀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꽃단장이지” 하고 으스대기에도 그만이랄까. 손끝에 남은 꽃물이 시간을 가늠케 해 보통날에 잠시 여유를 갖게 하는 것도, 그렇게 어깨가 움츠러드는 계절에 이르러 은은히 사라지는 것도 맘에 든다. 여러모로 참 매력적인 계절 풍습이다.여름 공기가 감지될 무렵 내 걸음이 느릿해지는 건 봉선화를 찾아 술래잡기하듯 두리번거리느라 그렇다. 천변이나 동네 자투리땅에 피었던 것이 생각나 부러 찾아가 보기도 하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도심에서 봉선화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엔 가을볕이 따가워질 즈음 나주의 한 농가에서 가까스로 봉선화 한 줌을 얻었다.아직 시도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최후의 보루가 있긴 하다. 집에서 걸어 3분 거리의 어린이집. 신록이 짙어가는 이맘때는 아이들이 텃밭 활동을 시작하는...
땅이 되고 싶었다 하늘은 제 앉을 자리 가장 낮은 데로 골랐다사람을 그리워하는 일이 큰 공부, 부지런히 익혔다읽고 쓰고 읽고 쓰고, 온몸이 귀가 되었다 황송했다별빛을 듣고 빗방울을 듣고 땅강아지를 들었다어미도 되었다가 새끼도 되었다가 배고픈 그림자들 품었다기다리다 끌어안고 기다리다 끌어안고, 온몸 엉덩이가 되었다배운 대로 들은 대로 삶도 죽음도 한자리에서 둥그레졌다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기다림이 천명금 간 시멘트벽에 기대어 한해 내내 슬픔의 집을 키웠다펑퍼짐한 신이 내려와 산다 씨앗이 된다 -시 ‘청둥호박의 까닭’, 김수우 시집 <뿌리주의자>올해도 여러 종류의 호박이 자라고 있다. 큰 호박잎이 다른 작물을 덮어버리기 일쑤여서 욕심을 줄이려는데 맘대로 안 된다. 찌개에 넣거나 전 지져 먹기도 좋은 애호박은 기본이고, 둥글게 열매가 달리는 조선호박도 세 개 정도 심는데, 늦봄쯤엔 두엄더미에서...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다. 퇴직연금 수령액의 절반 이상은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받았다.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는 비율도 높아졌다.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9일 발표한 ‘2024년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조3000억원(12.9%)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400조원을 넘긴 건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 214조6000억원, 확정기여형·기업형IRP(DC) 118조4000억원, 개인형IRP(IRP) 98조700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 중 IRP의 비중은 2022년 17.2%에서 지난해 22.9%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지난해 퇴직연금을 받기 시작한 57만3000개 계좌 중 수령 형태를 비교하면, 연금 방식을 택한 비율은 13.0%로 전년(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