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를 왜 멨느냐고요? 목마른 놈이 우물 파야죠.”바위에 계란을 치는 마음이 이런 것일까. 국내 중견 게임사 팡스카이 이병진 대표(39)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애플과 구글의 ‘인앱 결제’ 정책에 반기를 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23일과 이달 2일 각각 애플과 구글 본사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양사의 과도한 인앱 결제 수수료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다. 앱 마켓 생태계의 90% 이상을 장악한 두 회사의 인앱 결제 강제를 두고 국내 게임업계가 법적 대응에 나선 첫 사례다.지난 4일 오후 찾은 서울 구로구의 팡스카이 사무실은 썰렁했다. 책상이 빼곡했지만 직원 대여섯 명이 듬성듬성 앉아있을 뿐이었다. 이 대표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작년 11월에 직원 30명 중 25명을 내보냈다”고 말했다.2012년 문을 연 팡스카이는 모바일 게임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퍼블리싱 회사’다. ‘드래곤라자 오리진’ ‘베...
[주간경향] 6·3 조기 대선이 끝나면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표류하던 대한민국 헌정사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계엄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외교·안보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난맥 속에 불안정한 반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안으로는 법원이 공격당하는 무법 상황을, 밖으로는 슈퍼파워 미국의 정권 교체기 외교 실종을 경험해야 했다. 글로벌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경제는 곤두박질쳤고, 민생은 방치됐다.그리고 국민의 선택은 정권 교체를 통한 내란 세력 심판이었다. 하지만 입법부와 행정부를 동시에 장악한 정치권력의 부상에 대한 견제 세력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없지 않았다. 계엄이라는 헌정 파괴 사태를 목격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을 찍은 만큼의 유권자들이 이 대통령이 아닌 다른 선택지에 도장을 찍었다. 내란 종식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바라는 마음 한켠에, 혹시 폭주할지 모르는 또 다른 정치권력에 대한 두려움도 여전히 살아 있다는 뜻이다.대한민국은...
1980년대 민족해방운동사를 담은 대형 그림 작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유죄를 받은 애니메이션 감독 전승일씨(60)가 다시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법원이 전씨에게 유죄를 확정한 지 34년 만이다.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전씨의 재심 개심 결정에 불복한 검찰의 재항고를 지난달 28일 기각했다. 이로써 전씨는 지난해 6월 재심 개시를 청구한 지 약 1년 만에 법원의 재심을 받을 수 있게 됐다.전씨는 대학 시절 민중미술 동아리 ‘전국대학미술운동연합’에서 활동했다. 1989년 전씨는 총 77m 길이의 대형 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를 제작하는 데 참여했다. 동학농민운동, 5·18 민주화운동 등 한국 근현대사를 그려낸 작품이었다. 당시 공안당국은 해당 그림을 ‘북한에 동조하는 이적표현물’이라고 보고, 전씨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년 뒤 전씨는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