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결과를 보고 우울했다. 내란을 종식하기 위한 6개월간의 투쟁 뒤에 치러진 대선 결과로는 믿기 어려웠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에게 그만큼의 표가 나올 수 있는가? 이재명 후보는 50%를 넘지 못했고, 유일한 진보 후보였던 권영국은 1%도 넘지 못했다. 내란당인 국민의힘의 ‘압도적 패배’를 바랐던 나의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어제와는 다른 민주주의 만들어야그러다가 다시 생각했다. 시민의 평화적인 저항으로 친위쿠데타를 막아낸 일이 있었던가? 더욱이 최근에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극우 세력이 권력을 잡거나 집권을 넘볼 정도로 세졌다는 세상이다. 그런 세계적인 극우 득세의 시대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일이지 않은가. 극우 지도자가 혐오 세력과 손잡고 일으킨 내란이었는데, 시민들은 평화적인 저항으로, 민주적인 제도와 절차에 따라 내란의 강을 넘은 것이다.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지난 5월17일, 18일 광주를 다녀왔다. 국립5·18민주묘지와 망월...
제21대 대통령 선거 최종 투표율이 1997년 대선(80.7%) 이후 28년 만의 최고치인 79.4%를 기록한 것은, 단순한 정치적 열정을 넘어 국민들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북정책의 현실은 여전히 낡은 이념 대립 속에 갇혀 있다. 억제와 관여라는 두 축의 이분법은 반복되는 한계만을 증명해왔다.수십년간 보수는 북한의 ‘능력’에 초점을 맞춰 억제 위주의 정책을 고수해왔지만, 이로 인해 남북관계는 경색되고 북한의 고립과 핵개발이 오히려 가속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진보는 북한의 ‘의도’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화와 협력, 지원을 통해 신뢰를 쌓고 한반도의 평화적 변화를 유도하는 관여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하지만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 환경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북한은 ‘적대적 국가 관계’를 공식화하며 러시아와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는 등 신냉전 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단순...
미술, 마음, 뇌에릭 캔델 지음 | 이한음 옮김프시케의숲 | 280쪽 | 2만2000원20세기 초 파리에서 활동한 섕 수틴은 유대인 정착촌 출신이었다. 그의 그림은 또 다른 정착촌 출신 마르크 샤갈의 신비로운 그림과 달랐다. 포크는 일그러졌고, 건물은 살아 움직이고, 초상화 속 얼굴은 비뚤어졌다. 그 원초적 불편함이 애호가들을 끌어모은 이유는 뭘까.미술 작품은 창작자의 의도에 감상자의 지각과 감정이 더해져야 완성된다는 깨달음은 19세기 후반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에게서 나왔다. 2차원의 캔버스가 시각을 통해 3차원으로 전환, 해석되는 ‘감상자의 참여’ 개념은 그의 제자 에른스트 곰브리치에 이르러 ‘감상자의 몫’으로 발전됐다. 뇌는 단순히 카메라가 아니라 창의성 장치이며 ‘순수한 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뇌과학자 캔델은 미술에 심리학적, 생물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그는 먼저 1900년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