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알곤용접 한겨울 산중에 눈이 내리면 산길보다 들길을 걷는다. 흰 눈을 맞으며 사람 사는 마을과 푸른 산을 바라보면 온몸이 청신하게 시린다. 눈 덮인 들길을 걸을 때면 나는 어김없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조선 후기 문신 이양연의 시다. 백범 김구 선생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숙고했던 시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눈 내린 들판을 걸을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과 ‘뒷사람의 이정표’를 되새긴다. 이 세상은 나와 이웃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화엄경에서는 모든 생명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물코라고 표현한다. 상호의존하는 생명의 이치로 우리 모두를 살펴보면 나는 곧 너의 나이고, 너는 곧 나의 너이다. 이런 생명의 연결망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나의 생각과 행위가 그대로 이웃에게 영향을 미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