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는 10일 “폭염은 기상의 문제를 넘어 사회재난이 됐다”며 “특히 야외에서 일하는 분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국가의 과제”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정치의 한자가 ‘다스릴 정’(政)자가 아니라 초코파이에 적힌 ‘뜻 정’(情)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 들어 첫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팍팍해져 있는 국민의 삶에 이제 막 회복이 시작되었는데 여전히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7월 초에 40도가 넘는 등 극한의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며 “(폭염이) 사회적인 계층으로 (구분)돼 각자를 위협하는 (일을) 막는 것이 국가의 일”이라고 말헀다.
그는 지난 7일 경북 구미 건설현장에서 20대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산업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하기 전이라도 ‘2시간 노동하면 20분 휴식하는 원칙’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게 산업계와 소통하고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체감물가와 관련한 범부처 총력 대응도 주문했다. 김 총리는 “폭염과 관련한 농산물 부분에서 사전수매계약 등으로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고 국제 석유시장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서민 주거 안정 대책을 두고는 최근 시행된 대출규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주거급여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30대 청년층의 전세사기 피해도 계속 유념해서 확인”하자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회의 참석자들에 “물가 대책, 재난 대책, 주거 대책에 있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역지사지 (자세로 임하자)”고 말했다.
김 총리는 ‘다스릴 정(政)’자에 ‘다스릴 치(治)’자를 쓰는 정치의 한자를 언급하면서 “행정의 ‘정’자도 초코파이 ‘정’자를 쓰면 좋다. 결국 정치나 행정도 역지사지”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재명 정부는 그런 방식으로 앞으로 행정을 하고 재난에 대비할 것”이라며 “‘결국은 국민이 합니다’라는 철학으로 국정 책임을 위임받은 이재명 정부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국정을 해나갈 자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 올라오는 자료에 초코파이의 정이 담긴 실제 대책이 준비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천주교수원교구청을 찾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 등을 만났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종교가 정치를 잇는 정부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탈북민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같이 할 것을 찾자”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내란특별법을 발의하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 의사를 밝히자 테러 위협을 받았다며 “그렇다면 더더구나 반드시 가야 할 길, 옳은 길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자신에 대한 테러 위협 관련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어제 내란특별법 대표발의, 윤상현 의원 등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오는 즉시 통과시키겠다는 SNS 글 등이 그들을 화나게 만든 모양”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경찰은 전날 오후 박 의원을 겨냥한 테러 협박 글이 온라인에 다수 게시됐다는 신고를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놀라지 말라. 어젯밤 경찰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았다”며 “집과 사무실에 대한 경계 조치도 강화해 줬다”고 적었다.
박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도 당대표와 (대선) 후보 시절, 방탄복·방탄유리를 입고 쓰면서도 국민과 함께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저도 주저함 없이 걷겠다”고 적었다.
박 의원은 전날 내란범에 대한 사면·복권을 제한하고 내란범 배출 정당의 국고보조금을 회수하는 등의 조처가 담긴 내란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김건희 특검이 윤상현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페이스북에 “차후 혐의가 밝혀져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 즉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한국산 제품에 상호관세 25%를 다음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데 이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및 국방비 지출 확대를 압박한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관세와 무역, 안보를 연계해 ‘원스톱 쇼핑’을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고 거기에 (미군이) 머물렀다. 하지만 그들은 그 군대(주한미군)를 위해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몫인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은 돈을 많이 벌고 있고 매우 좋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군대를 위해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에 강요했던 새 국방지출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지출’을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에도 요구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행정부 당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을 언급하며 “나는 (한국이) 1년에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를 내야 한다고 했다”면서 “한국은 난리가 났지만 30억달러(약 4조1200억원) 인상에 동의했다. 따라서 나는 전화 한 통으로 30억달러를 벌었고 만족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9년 체결된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한국이 1년간 1조389억원을 부담한다는 내용이었다.
주한미군 규모를 부풀려서 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주한미군 4만5000명(실제로는 2만8500명)이 있다고 잘못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때부터 한국을 ‘머니머신(현금인출기)’으로 부르며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를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한국과 일본을 상호관세율 일방 통보의 첫 타깃으로 삼은 지 하루 만에 한국에 방위비 카드를 내민 것은 한국과의 막바지 협상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 협상 의제로 방위비 등 안보 이슈가 거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도 “거의 모든 국가가 미국에 관세를 부과한다. 우리는 수십년 동안 모든 국가에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도중 갑자기 주한미군을 언급하면서 나왔다.
이에 한국 정부의 대응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의 조속한 추진 입장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무역적자 축소, 무역장벽 철폐, 방위비 분담금 및 국방지출 확대 등 통상·안보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청구서’가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