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백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유명 미술갤러리 서정아트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서울 강남구 서정아트센터 본사와 대표 이모씨의 휴대전화 등을 지난달 말 압수수색했다고 7일 밝혔다.
서정아트센터는 센터 소속 작가의 미술작품을 구매해서 센터에 1년간 맡기면 전시회 등에서 수익을 내 한 달에 0.8%씩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며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갤러리가 재매입해 원금을 보장하겠다’고도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센터는 지난 5월말부터 수익금 지급을 멈췄다.
피해자들은 지난 5월 수익금을 받지 못하자 이씨를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최근까지 서정아트센터의 체납액은 55억원, 이 대표의 체납액은 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은 전국에 접수된 고소장을 지난달 초부터 넘겨받아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 수는 300여명, 확인된 피해액만 수백억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갤러리K, 지웅아트갤러리 등도 유사한 수법으로 약 1000억원대의 사기 피해를 일으킨 적이 있다. 서정아트센터는 두 갤러리보다 일찍 설립돼 피해액이 더 클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3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소환조사했다. 김 전 수석은 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4일 법률가 출신 정부·대통령실 인사들과 ‘안가회동’에서 계엄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로 윤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다. 특검팀은 오는 5일로 예정된 윤 전 대통령 2차 조사를 앞두고 외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다지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 전 차장과 김 전 수석은 이날 오전 차례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두 사람은 혐의에 관해 묻는 기자들에게 일절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4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한정화 전 민정수석실 법률비서관 등과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만났다. 이들은 모두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나 판사 출신이어서, 계엄 해제 이후 법률적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수석은 회동 다음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는데 비상계엄 관련 문서가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후 강 전 실장은 계엄 선포문을 새로 작성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을 받았다. 한 전 총리가 며칠 뒤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해 문건은 폐기됐다고 한다.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강 전 실장을 불러 이러한 과정에 대한 진술을 받았다.
특검팀은 사후 선포문 작성과 서명이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사후적으로 확보하려는 시도가 아니었는지 의심한다. 이러한 과정이 윤 전 대통령 지시로 진행됐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두 차례 통화하면서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는다. 당시는 ‘명태균 게이트’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나오기 며칠 전이다.
김 전 차장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1차로 시도했을 때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차장은 “공수처가 발부받은 영장은 위법하다”는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논리를 경호처 직원들에게 전하며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계엄 해제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7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계엄 실행에 핵심 역할을 한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라는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 이후 김 전 차장은 “대통령 지시”라며 경호처 실무진에게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경호처 직원들은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번 주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보강하기 위해 계엄 선포 국무회의 전후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한 전 총리와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을 상대로 국무회의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국무위원들을 추가로 불렀는지를 캐물었다.
특검팀은 같은 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조사했다. 두 장관은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계엄 당일 연락을 받지 못했거나 늦게 연락을 받아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이 헌법에 규정된 ‘국정에 관한 대통령 보좌’와 ‘국무회의 구성원으로서 국정 심의’ 권한을 박탈당한 직권남용 피해자란 논리를 구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다른 당시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미 마쳤거나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날려 북한의 공격을 유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했다”는 취지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최근 확보해 분석하는 등 외환 혐의 입증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검팀은 국방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인기를 납품하는 과정의 실무자였던 국과연 항공기술연구원 연구원 정모씨를 지난 1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인천 맨홀 사고가 불법 재하청 구조, 사전 안전확인 미흡 등 총체적인 ‘인재’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용노동부는 원청인 인천환경공단과 하청업체 등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인천시 소방본부는 계양구 병방동 도로의 한 맨홀에서 오폐수 관로 현황을 조사하다가 실종된 50대 A씨가 하루 만인 7일 오전 10시49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A씨는 실종된 장소에서 약 900m 떨어진 부천시 굴포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지난 6일 오전 9시22분쯤 “도로 맨홀 안에 사람 2명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구조에 나섰다. 관로 조사·관리업체 대표 B씨(48)는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직원 A씨는 찾지 못해 수중 드론 등을 통해 수색작업을 벌였다. B씨는 현재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씨 등이 맨홀에서 일산화탄소와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에 질식한 것으로 추정하고,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놓고 불법 재하청 구조, 안전관리 미흡 등 총체적인 인재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천환경공단은 지난 4월 ‘차집관로(오수관) GIS(지리정보시스템) 데이터베이스 구축용역’을 발주해 용역업체를 선정했다.
계약에는 ‘발주처 동의 없는 하도급 금지’ 조항이 있었지만 용역을 수주한 업체는 해당 업무를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줬고, 이 업체는 다시 B씨가 운영하는 업체에 재하도급을 줬다.
다단계 불법 하청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이번 용역사업은 하도급이 금지돼 있다”며 “재하도급까지 준 것은 계약 위반사항”이라고 말했다.
작업자들은 사전에 맨홀이 안전한지 확인하지 않았고,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 관계자는 “사고 당일 작업 보고가 없었고, A씨 등이 맨홀 등 밀폐 공간에 들어갈 때는 마스크 등 보호장비와 사전에 산소 농도 등을 측정한 후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공단과 용역업체 등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실종자가 숨진 채로 발견된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이라며 “발주처와 각 계약 관계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일터에서의 죽음을 멈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국가는 노동을 통해 살아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책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관리에 위법한 점이 있었는지 철저히 밝히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에게 엄정한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근로자가 알기 쉽게 새로 제작한 ‘도로 현장 맞춤형 안전관리 매뉴얼’을 4일부터 현장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새 매뉴얼은 도로 공사 현장에서 이뤄지는 단위 작업별로 서술한 게 특징이다. 이전에는 건설기술진흥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제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해, 근로자 관점에서 이해와 숙지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실제 사고 사례를 바탕으로 공사 현장의 위험 요소를 안내하고, 안전 대책을 삽화로 제시한 것도 개선된 점이다.
매뉴얼은 도로 신설·확장공사와 도로 유지·보수공사로 구분해 총 4권(관리자·근로자용 각 2종씩)으로 제작됐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참여하는 도로 신설·확장공사 현장 매뉴얼은 한국어 외에 중국어, 베트남어, 캄보디아어, 태국어 등 4개 외국어로도 제공된다.
모든 매뉴얼에는 QR코드가 삽입돼 휴대전화로 항목별 확인이 가능하다. 이우제 국토부 도로국장은 “현장 맞춤형 안전교육을 통해 도로 공사 참여자 중심의 안전 문화 정착을 유도하고 산업 재해를 예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