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시작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수출 제한과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에탄의 중국 수출 규제 조치를 풀었다. 양국이 지난달 2차 무역 협상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와 대중 수출 규제 완화에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세계 3대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인 시놉시스,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독일 지멘스 EDA 등에 중국 내 사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허가 취득 요건을 더 이상 적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지난 5월 말 미국 상무부는 이들 3사에 중국으로의 수출을 제한하는 취지의 서한을 발송했다. 이들 3사는 중국 EDA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중이 상호 관세와 보복 관세 조치로 분쟁을 겪는 가운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응해 취한 여러 조치 중 하나였다. 미국은 이날 중국에 대한 에탄 수출 규제도 해제했다.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달 업체들에 부과한 에탄 수출 허가 조치를 철회한다고 고지했다. 에탄 수출업체들은 BIS의 이번 조치로 별도의 승인 없이 중국에서 에탄을 직접 하역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달 엔터프라이즈 프로덕트 등 미국의 주요 에탄 수출업체들에 서한을 보내 중국행 선박에 에탄을 적재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중국 항만에서 이를 하역하려면 따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 조치로 중국에 대한 에탄 수출 장벽을 한층 높아진 바 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3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소환조사했다. 김 전 수석은 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4일 법률가 출신 정부·대통령실 인사들과 ‘안가회동’에서 계엄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로 윤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다. 특검팀은 오는 5일로 예정된 윤 전 대통령 2차 조사를 앞두고 외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다지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 전 차장과 김 전 수석은 이날 오전 차례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두 사람은 혐의에 관해 묻는 기자들에게 일절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4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한정화 전 민정수석실 법률비서관 등과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만났다. 이들은 모두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나 판사 출신이어서, 계엄 해제 이후 법률적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수석은 회동 다음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는데 비상계엄 관련 문서가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후 강 전 실장은 계엄 선포문을 새로 작성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을 받았다. 한 전 총리가 며칠 뒤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해 문건은 폐기됐다고 한다.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강 전 실장을 불러 이러한 과정에 대한 진술을 받았다.
특검팀은 사후 선포문 작성과 서명이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사후적으로 확보하려는 시도가 아니었는지 의심한다. 이러한 과정이 윤 전 대통령 지시로 진행됐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두 차례 통화하면서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는다. 당시는 ‘명태균 게이트’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나오기 며칠 전이다.
김 전 차장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1차로 시도했을 때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차장은 “공수처가 발부받은 영장은 위법하다”는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논리를 경호처 직원들에게 전하며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계엄 해제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7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계엄 실행에 핵심 역할을 한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라는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 이후 김 전 차장은 “대통령 지시”라며 경호처 실무진에게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경호처 직원들은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번 주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보강하기 위해 계엄 선포 국무회의 전후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한 전 총리와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을 상대로 국무회의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국무위원들을 추가로 불렀는지를 캐물었다.
특검팀은 같은 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조사했다. 두 장관은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계엄 당일 연락을 받지 못했거나 늦게 연락을 받아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이 헌법에 규정된 ‘국정에 관한 대통령 보좌’와 ‘국무회의 구성원으로서 국정 심의’ 권한을 박탈당한 직권남용 피해자란 논리를 구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다른 당시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미 마쳤거나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날려 북한의 공격을 유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했다”는 취지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최근 확보해 분석하는 등 외환 혐의 입증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검팀은 국방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인기를 납품하는 과정의 실무자였던 국과연 항공기술연구원 연구원 정모씨를 지난 1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전남 여수 한 선착장에서 지인을 흉기로 살해한 50대가 검거됐다.
여수경찰서는 지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50대 A씨를 체포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10시 19분쯤 여수시 한 선착장에서 지인인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와 낚시하던 중 말다툼을 벌어져 범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대구 중구 북성로의 약 3.3㎡ 쪽방에 20년 넘게 살고 있는 이윤덕씨(73)의 방에는 에어컨이 있다. 그는 더 이상 여름 더위에 고통받지 않는다. 대구시가 지난해 설치해준 에어컨 덕분이다. 이씨는 “매년 ‘이 여름을 또 어떻게 견디나’ 했는데 에어컨이 있어 한결 마음이 놓인다”면서도 “아직 에어컨 없이 지내는 사람이 많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올해 여름 폭염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씨와 같은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만큼 더운 지역이라는 뜻으로 ‘대프리카’라고 불리는 대구는 지난해부터 에어컨 설치 등 주거취약계층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9월까지 예산 약 3억5900만원을 들여 노숙인 605명, 쪽방 주민 539명 등 총 1144명에 대한 폭염 보호대책을 추진한다. 당초 8월까지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폭염기간이 예년에 비해 길어질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사업 기간을 1개월 연장했다.
2023년부터 시작한 쪽방 건물 에어컨 설치사업도 계속된다. 대구시는 지난해까지 에어컨 총 111대를 설치했다. 올해는 10대를 추가 설치한다.
문제는 에어컨을 설치해도 비용을 고스란히 쪽방 주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구시는 2023~2024년에는 에어컨 설치가 이뤄진 쪽방에 대해 7~8월분 전기료 총 10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다. 결국 에어컨 가동비용은 쪽방 주인이나 거주인이 부담해야 한다. 더워도 에어컨을 쉽게 켤 수 없게 된 셈이다. 건물이 낡아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는 곳도 있다.
대구쪽방상담소와 반빈곤네트워크는 쪽방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에어컨을 놓는 등) 현재 방식으로는 폭염 시 주거취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쪽방도 있다”며 “더위와 추위가 극심한 시기에 주거 취약층이 거주할 수 있도록 소량의 임대주택 물량이라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그러나 주거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돌봄보다는 자립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임대주택 제공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단, 모텔 등 임시숙소를 마련해 일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는 7~8월 고령 및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 25명이 머물 수 있는 모텔 및 게스트하우스를 확보한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거취약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대구시 정책의 방향”이라며 “시민단체 등이 요구하는 임대주택 제공과 같은 안은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