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이용전확인사항 중동지역 위기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에 미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로선 타격이 크다. 비교적 잠잠했던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먼저 나온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23일 거래소가 개장되자 전장 대비 2∼3%대 상승했다. 오후 들어 상승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배럴당 75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이란 의회(마즐리스)가 22일(현지 시간)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도 100달러를 큰 폭으로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까지 국내 물가는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국제 유가 하락세 덕분이었다. 지난해 5월 84.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올해 5월에는 63.7달러까지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9%)은 5개월 만에 1%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수입 물가지수도 원유 가격 하락으로 전월보다 3.7% 하락하며 2023년 11월(-4.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비 지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휘발유와 경유는 전체 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유가가 급등해 물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2025년 상반기 물가설명회’를 통해 유가가 3분기 중 90달러 수준까지 오른 뒤, 76달러 수준으로 완만하게 하락하면 물가를 0.2%포인트 상승시키는 영향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상승은 가계 구매력 감소로 이어진다. 유가가 오르면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가는데, 이로 인해 기업의 생산 비용이 늘어나게 되면 이를 상쇄하기 위해 교통비·식료품 등 비석유제품 가격이 전체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년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이처럼 비석유제품 가격으로 이어지면 가계는 소비지출 부담이 1.2%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근 가공식품 등 생활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거비 부담이 확대되며 체감물가가 상승한 상황에서 유가마저 오르면 소비 심리는 더 위축될 수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전쟁의 장기화 여부”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지면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정부가 각각 10%와 15%로 낮췄던 휘발유와 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 유류세 인하율 인하 폭을 다시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 정부는 전날에 이어 ‘중동 사태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긴급 대응 태세를 갖추는 동시에 추가경정예산안에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해 추가로 반영할 부분이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관계 부처와 추경안에 에너지와 물류 지원 등을 반영할 부분이 없는지 논의 중”이라며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와 협의에 증액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추경안과 관련해 혹시 필요하다면 중동 사태에 대비한 추가 대안도 만들어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를 주도했다가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돼 추방 위기에 처했던 컬럼비아대 졸업생 마흐무드 칼릴이 20일(현지시간) 석방됐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뉴저지 연방법원의 마이클 파비아즈 판사는 이날 석방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는 칼릴의 신청을 받아들이고 보석을 명령했다.
파비아즈 판사는 정부가 칼릴을 구금·추방하기 위해 적용했던 이민 관련 혐의가 부당하다는 변호인 측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칼릴의 구금이) 위헌적”이라고 밝혔다.
파비아즈 판사는 칼릴이 지역사회에 위협이 된다는 정부의 주장도 기각했다. 정부가 그의 직업 이력을 문제 삼아 계속 구금하려 한 것을 두고는 “매우 매우 매우 이례적(highly, highly, highly unusual)”이라고 지적했다.
법워의 보석 명령으로 칼릴은 지난 3월 컬럼비아대 인근의 아파트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 체포돼 루이지애나주 이민자 시설에 구금된 지 104일 만에 풀려났다. 그는 첫아들이 태어나는 순간에도, 대학 졸업식이 열릴 때도 구금 상태였다.
칼릴은 석방 직후 ‘집으로 돌아가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저 아내와 아들을 꼭 안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어떤 사람도 불법이 아니다. 인간은 불법이 될 수 없다”며 “이 행정부가 무엇을 시도하든 정의는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이민자 구금) 시설에 들어서는 순간, 당신의 권리는 문밖에 남겨진다”며 트럼프 정부가 시설에 구금된 사람들을 비인간적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칼릴의 석방 명령에 즉각 항소했다. 트리샤 맥러플린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칼릴의 구금 또는 석방 여부를 판단할 권한은 지방법원이 아닌 이민 판사에게 있다”고 했다. 맥러플린 대변인은 앞서 제이미 코먼스 루이지애나주 이민 판사가 지난 4월 칼릴의 망명 신청을 기각하고, 그를 추방할 수 있다고 판결한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명의 일탈적인 지방법원 판사가 그를 석방하라고 명령했다”며 “이는 사법부 일부가 얼마나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있으며, 국가 안보를 저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주장했다.
칼릴은 지난해 컬럼비아대 반전 시위에서 대학 당국과의 협상 및 언론 대응을 맡으며 시위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 이민당국의 표적이 돼왔다. 정부는 칼릴이 반(反)유대주의 확산을 막으려는 미국의 외교 정책 목표를 방해한다며 이민·국적법 조항에 근거해 그의 영주권을 박탈하고 추방을 추진했다. ‘미 국무장관이 미국에 잠재적으로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되는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다’는 해당 조항은 1952년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파비아즈 판사는 정부가 해당 조항을 근거로 칼릴의 영주권 신분을 취소한 게 미 수정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