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폰테크 쏟아지는 비도 페스티벌의 열기를 식히긴 역부족이었다. 15일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린 ‘2025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이하 ‘월디페’)의 대미를 장식한 애니마(Anyma)의 첫 내한공연은 SNS상에서 그의 인기만큼 뜨거웠다. 애니마는 이탈리아의 디제이 겸 프로듀서 마테오 밀레리와 디지털 영상 아티스트 알레시오 드 베치가 함께 결성한 전자음악 프로젝트 그룹이다.
애니마는 공연 때마다 특색있는 비주얼아트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날 공연도 조명이 완전히 꺼진 상태에서 무대 뒤 스크린에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서막을 여는 곡은 ‘디 엔드 오브 제네시스(The End of Genesys)’. 강렬한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휴머노이드의 역동적인 동작은 관객들을 압도했다.
전년도 보다 3배가량 더 커지고, 해상도도 높아졌다는 ‘월디페 월드스테이지’의 스크린은 애니마의 공연만을 위해 준비된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게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그래픽은 음악에 맞춰 시시각각 변했다. 관객들은 핸드폰을 들어 화려한 그래픽을 촬영하다가도, 무대위로 쏟아지는 음악에 정신없이 뛰어놀았다.
애니마는 이날 공연에서 ‘휴먼 나우(Human Now)’, ‘사이렌(Syren)’ 등을 선보였다.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애니마는 오로지 음악과 화면을 통해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었다. 마이크를 잡고 하는 흔한 호응 유도도 없었지만, 영상, 조명, 불꽃, 음악이 완벽히 어우러진 무대는 관객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공연 중간부터 내리는 비도 공연열기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관객들은 “시원해서 너무 좋아” “비가 더 왔으면 좋겠다”며 개의치 않았다. 평일부터 있었던 비 예보에 입장과 함께 우비를 나눠 줬지만, 머리카락이 흠뻑 젖을 정도의 비에도 사람들은 우비를 쓰는 대신 뛰어놀기를 택했다. 75분 가량의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곡은 ‘이터니티(Eternity)’로 음악과 함께 폭죽쇼가 더해졌다.
애니마는 지난해 말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에서 돔 스크린을 활용한 무대를 선보이며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 처음 1회만 예정됐던 공연은 폭발적인 반응에 5일간의 공연이 추가됐고 총 10만 석을 매진시켰다. 국내에서도 해당 공연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얻으며 영상 속 휴머노이드를 따라 하는 SNS 챌린지가 생기기도 했다. 지난해 브랜드 행사를 위해 한차례 한국을 찾은 적 있지만, 대중들 앞에 서는 내한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은 아비치, 마데온, 체인스모커스. 에릭 프리즈 등 세계 정상급 디제이들이 찾은 한국의 대표 EDM(일레트로닉댄스뮤직)축제다. 지난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서 진행된 이번 월디페는 양일간 약 1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오는 6월28일과 29일에는 일본 도쿄 마쿠하리 멧세 공연장에서 ‘2025 월드디제이페스티벌 재팬’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