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변호사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고용노동부의 사고 조사 과정에 대책위와 노조 참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배경에 한국서부발전(도급사) → 한전KPS(원청) → 한국파워O&M(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 구조가 있다고 보고,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현장 노동자가 참여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대책위는 “전날 노동부 천안지청을 방문해 대책위와 노조의 사고 조사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지만 천안지청은 ‘광역중대재해수사팀이 수사 중이라 참여를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고 13일 밝혔다. 대신 천안지청장은 대책위와 현장 노동자들과 소통할 담당 감독관을 두기로 했다.
대책위는 기계 끼임 등 직접적인 사고 원인을 넘어 안전 관리 공백이 벌어진 구조를 명확히 밝혀내려면 노조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파워O&M 소속 하청노동자였던 김씨는 지난 2일 태안화력발전소 한전KPS 기계공작실 정비동에서 혼자 정비 부품을 가공하다 선반 기계에 끼어 숨졌다.
최진일 대책위 상황실장은 “김용균 사망 이후 한국서부발전은 안전 관리 시스템을 보강했는데도 2차 하청업체에는 관리 공백이 발생한 이유, 안전 관리가 여전히 형식적으로 이뤄지진 않는지 등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최 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수사에선 서류상 도급·원청·하청을 넘어 실질적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며 “계약 형식이 발주였더라도 실제로는 원·하청 관계였다면 이를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고, 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이 현장 노동자”라고 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김씨는 한국서부발전소 일을 하다가 돌아가신 건데 한국서부발전은 작업 지시나 관리 책임이 없다고 하고, 한전KPS도 책임에서 벗어나려 한국파워O&M 책임이라고 한다”며 “세 회사의 연관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사고 조사의 핵심”이라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노동부가 세운 현장 조사 계획에 빠진 부분은 없는지, 이번 사고 현장과 비슷한 현장은 없는지 등 대책위가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동보건안전연구소도 성명을 내고 “중층적인 고용 형태 속 안전보건에 관한 책임 소재가 흐려지고 적정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대부분의 중대재해 이면에 있다”며 “중대재해 사고 조사는 단순히 기술적 원인을 규명하거나,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서만 진행될 수 없다. 위험, 관행이 왜 버젓이 방치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대책위는 대통령실에도 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 범부처와 대책위 사이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실은 “준비는 하고 있지만 아직 인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