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정부검사출신변호사 과학자라고 하면 세상에 무관심한 ‘괴짜 천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평범한 일상이 있고, 다양한 관심사가 있다. 과학자는 평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까. ‘알쓸’ 시리즈로 얼굴을 알린 물리학자 김상욱과 천문학자 심채경이 주고받은 편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한 사람은 뉴턴의 법칙을 알려주기 전에 뉴턴이라는 인간을 먼저 알려주고 싶다. 물리학을 이해하려 철학과 역사를 파고들었고, 전쟁과 미술에 관심이 많다. 책을 읽기 위해 지하철을 타며, 책에 줄을 벅벅 그어야 직성이 풀린다. 미신도 MBTI도 믿지 않지만, 특정 브랜드의 0.38㎜ 빨간 펜이 없으면 불안하다. 질문을 받으면 질문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 다시 질문하며, 답을 찾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따지는 ‘노가다’를 감수한다. ‘물리학자’라는 이름으로 납작하게 정의되는 것은 3차원에서 2차원이 되는 ‘차원 낮은’ 인간이 되는 것이지만, 1차원적인 국수를 매우 사랑한다.
한 사람은 책을 고르면 늘 파본이다. 덥다고 옷을 벗어 들었다간 그날로 그 옷과 이별이다. 아폴로 8호가 찍은 ‘지구돋이’ 사진이 사실은 90도 돌린 ‘대지구인 사기’라는 폭로를 즐기지만, 인류에게 희망을 준 멋진 예술작품이란 점은 인정한다. 미래의 자신에게 부끄러워 책에는 질 좋은 포스트잇을 붙여서 메모한다. 단문을 쓰는 상대가 긴 문장을 칭찬하면 두 페이지에 육박하는 한 문장으로 화답할 줄 안다. 가끔은 자신이 채소도 과일도 아닌 토마토 같다. 하지만 두 물방울의 표면장력을 모아 더 큰 물방울이 되고 싶다.
한 사람은 모든 것을 잘게 부수어 바라보고, 또 한 사람은 멀고 거대한 대상을 연구한다. 서로 다르기에 더 큰 사유를 열어간다. 복잡한 과학 이론 대신 과학자의 일상에서 확장되는 과학적 사고가 엿보인다.
11일(현지시간) 오전 1시30분 미국 조지아주 남부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에서 굳게 닫혀있던 바리케이드 문이 열렸다. 문 뒤에 줄 서 있던 사람들이 한 명씩 나와 앞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평상복 차림에 수갑은 보이지 않았다. 짙게 선팅된 차창 너머로 버스에 탄 사람들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지난 4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된 한국인 노동자 316명이 일주일 만에 풀려나는 순간이었다.
ICE 구금시설에선 전날 오후 10시 무렵부터 본격적인 출소 준비가 진행됐다. 300여명을 태울 8대의 전세 버스가 속속 ICE 구금시설 안으로 들어섰다. 시동을 끄지 않고 세워져 있는 차량 주위에 외교부 현장대책반 관계자가 무언가를 상의하며 분주히 오갔다. 차 안에 미리 생수와 간식을 실어놓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난 10일 미국을 떠날 예정이었던 전세기가 취소된 후 적막만 흐르던 전날 새벽과는 딴 판이었다.
애초 이들의 석방 예정 시점은 지난 10일 새벽이었다. 대한항공 전세기가 애틀랜타 공항에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그러나 미 당국이 급작스럽게 석방을 잠정 보류하면서 구금자들과 시설 밖에서 이들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절차가 중단된 이유는 ‘미국 측 사정’ 때문이었다.
미국 측 사정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버스로 이동해 비행기에 탈 때까지는 미국 영토이고, 미국 영토 내에서는 체포된 상태이니 수갑을 채워서 이송하겠다고 (미국 측이) 그래서 우리는 절대 안 된다고 밀고 당기는 와중에 소지품을 돌려주다가 중단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석방 절차는 바로 다음 날 극적으로 재개됐다. 한국인들을 버스에 태워 공항으로 이송하는 도중에는 수갑을 채우지 말아 달라는 한국 측 요구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격 수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인 기술 인력들이 미국에 계속 남아 일하면서 미국인을 고용·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외교당국이 구금자들의 피로감 등을 이유로 들어 일단 귀국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이날 석방이 성사됐다.
현장을 찾은 LG에너지솔루션 협력업체 관계자는 구금자들을 공항으로 실어나를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다소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구금된 한 직원은 전세기가 뜬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9일 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에게 공항까지 나오시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밝은 목소리로 부탁했다. 그러나 그는 10일 새벽 석방이 보류되자 다시 전화를 걸어 침울한 목소리로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하루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맛봤을 이들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일부는 취재진에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거나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ICE 측은 자신들의 호송 차량으로 공항까지 이송하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현대엔지니어링 측이 제공한 버스로 이동하기로 합의됐다. 대신 ICE 요원들이 각 버스에 동행해 공항까지 이들과 함께 움직였다.
ICE 구금시설과 애틀랜타 국제공항까지 거리는 430㎞가량이지만 ICE가 지정한 도로로 이동해야 하므로 공항까지 총 8시간가량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300명이 넘는 인원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버스 내부에 화장실이 있어 중간에 휴게소는 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