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리스크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6월 16일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습니다. 이후 두 나라 간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확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국방부 청사와 핵심 에너지 시설을 타격했습니다.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이란도 이스라엘 본토 곳곳에 탄도미사일 200여 기와 자폭 무인기(드론)를 발사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사태 악화를 막으려 나섰지만 두 나라는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공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6일 월요일자 1면 사진은 이란의 ‘미사일 보복’으로 파괴된 이스라엘 주택가 모습입니다. 하마스 전쟁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이스라엘 본토의 피해 장면입니다. 외신을 통해 많은 사진들이 올라왔습니다. 자주 보이는 사진 중에는 이스라엘 상공에서 방공시스템 ‘아이언돔’이 이란에서 날아온 미사일들을 요격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밤하늘에 긴 빛의 궤적을 그리고 있는데요, 흡사 게임을 보는 듯합니다. 어떤 전쟁사진이 ‘미학적’으로까지 보인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 사진들은 전쟁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는 걸까요?
■6월 17일
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습니다. 취임 12일 만에 첫 해외 방문길에 오른 겁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이른 출국입니다.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은 이 대통령의 외교 데뷔이자 12·3 불법계엄에 따른 6개월간의 정상외교 공백을 메우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G7 회의에는 회원국인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캐나다 외에 한국·호주·브라질·인도·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우크라이나 등 7개국 정상이 의장국인 캐나다의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G7 참석이 결정됐을 때 이미 17일자 1면 사진도 정해졌습니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트랩을 올라 전용기 문 앞에서 인사를 하는 장면입니다. 참신하고 기묘한 앵글을 구사해봐야 다 소용없이, 딱 이 사진입니다. 대통령 부부의 시선은 환송 나온 이들이 아니라 카메라를 바라봅니다. 이 사진을 볼 국민들을 향해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입니다.
■6월 18일
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외교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캐나다 캘거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취임 후 외국 정상과의 첫 대면 회담이었습니다. 이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도 양자회담을 했습니다. 관심을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은 G7 회의에 참석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기 귀국하면서 무산됐습니다.
18일자 1면 사진은 이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 첫날 일정 중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입니다. ‘정상외교 복원 시작’이라는 의미에서는 먼저 진행됐던 남아공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의미에 좀 더 충실했을 수 있겠습니다만, 대통령의 표정과 제스처에서 여유와 에너지가 읽혀 조금 더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6월 19일
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만났습니다. 이날 진행된 첫 한·일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14일 만에 이뤄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일본이 미래지향적으로 조금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면서 “국제통상 환경이나 국제 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회담에서 양국을 “가깝고도 먼 나라”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 등으로 표현하며 “의견 차이를 넘어 협력하고 도움이 되는 관계로 발전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이) 일본 TV 방송에 매일 나오신다”며 “처음 뵙는 것 같지 않다”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에 머무는 동안 각국 정상과 국제회의 수장 등 총 11번의 정상외교를 펼쳤습니다. 대통령은 1박4일의 ‘빡쎈’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1면에는 한·일 두 정상이 만나 악수하는 사진을 골랐습니다. 연속 사흘째 대통령 사진을 1면에 썼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피할 수 없는 1면 사진이었다면, 전날 호주 총리와의 사진을 쓰지 말았어야하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만, 취임 후 기록적인 첫 해외 방문에, 외국 정상과의 첫 정상회담에, 첫 한·일 정상의 만남에서 어느 걸 밀어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사흘 연속 ‘첫’, ‘첫’, ‘첫’ 의미를 가진 사진이 1면에 앉혔습니다.
■6월 20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자주파’와 ‘동맹파’ 논란을 두고 “저는 자주파도 동맹파도 아닌 실익을 따라 온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야당은 이 후보자를 “친북 성향”이라며 문제 삼았고, 여당은 “전문적 식견과 능력을 갖췄다”며 방어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당시 외교가에서는 한·미 동맹에 무게를 두는 ‘동맹파’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자주파’ 간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1면 사진은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는 모습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고위직을 대상으로 처음 열리는 인사청문회였습니다. 1면에 이 대통령 사진이 나흘째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첫 인사청문회’라는 이유로 1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첫’이라는 매력적인 관형사는 나흘째 1면 사진을 고르는 주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미군이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에 직접 개입하는 상황에 대비해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이란 공습을 승인할 경우 중동 지역 확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이 정보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미군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에 참여할 경우 이란 및 친이란 무장세력이 미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당국자는 미군이 이란 포르도의 핵 시설을 공격하면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고, 이라크·시리아에 있는 시아파 친이란 민병대가 해당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 부대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란이 미 군함을 묶어두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투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간 이스라엘은 지하 80m 깊이에 있는 포르도 핵 시설을 폭파하기 위해 미국에 B-2 스텔스 폭격기와 벙커버스터(지하시설 관통 폭탄) GBU-57 지원을 요청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르도 공습을 포함해 미군의 개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익명의 이란 관리 2명은 NYT에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개입하면 이라크를 시작으로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면서 “아랍 국가에 있는 모든 미군 기지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후티 반군 관계자도 가자지구에서 친이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했던 것처럼 이스라엘에 맞서 이란을 지원할 수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현재 중동에는 4만명 이상의 미군 병력이 배치돼 있다.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에 있는 미군 기지는 이란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
미국도 전투기와 군함을 중동에 추가 전개하면서 역내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F-16, F-22, F-35 전투기 등을 중동 지역에 배치했다. 앞서 미국은 공중급유기 수십대를 유럽으로 이동시켰고 베트남으로 향하던 니미츠 항공모함의 항로를 중동으로 되돌렸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번 배치는 이란 및 이란과 동맹을 맺은 세력의 공격에서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분쟁의 장기화에 대비해 대이스라엘 공습 규모를 줄여가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 13일 이후 매일 100여기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18일 오전까지는 30기 정도만 사용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의 라즈 짐트 연구원은 매일 수백기의 미사일을 사용하면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미사일 재고가 금세 바닥나겠지만 “공격 속도를 조절하면 이스라엘을 소모전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여전히 1000기 이상의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엿새째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8일 테헤란 전역에 50대 이상의 전투기를 투입해 이란의 무기 생산 시설 및 원심분리기 생산 공장 등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미 워싱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인권 활동가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전역에서 최소 585명이 사망하고 1326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란 당국은 분쟁 기간 중 사망자 수를 정기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발표한 마지막 공식 집계에선 224명이 숨지고 127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