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임금 개선 등을 요구하며 철탑에 오른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19일 97일 만에 땅을 밟았다. 지난해 3월부터 끌어온 2024년 단체협약이 타결되면서다. 노동계는 노조법 2·3조 개정과 세종호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등 고공농성 중인 사업장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30m 높이의 폐쇄회로(CC)TV 철탑 주위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투쟁에 연대해 온 말벌 동지들이 모였다. 경찰과 소방대원들도 출동했다. 김 지회장이 올라가 있는 철탑은 햇빛·바람을 가리는 천으로 둘러싸 있었다. 가림막에는 ‘사람이 있다’ ‘단결 투쟁’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오후 1시43분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과 이김춘택 하청지회 사무장이 크레인을 타고 철탑으로 올라가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서에 서명했다.
김 지회장은 오후 2시30분쯤 철탑 밖으로 나왔다. 김 지회장은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과 함께 크레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철탑 아래에서 “김형수 고생했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는 구호와 박수가 쏟아지자, 김 지회장은 금속노조 깃발을 흔들었다.
김 지회장은 앞으로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5년 교섭에선 반드시 원청 한화오션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고 말겠다”며 “노조법 2·3조를 가로막고 있던 윤석열은 이제 사라졌다. 그 누구도 노조법 2·3조 개정을 막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무분별하게 손해배상·가압류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과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에 대한 연대 투쟁 계획도 밝혔다. 고 지부장은 127일째, 박 수석부지회장은 529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김 지회장은 “먼저 내려오게 돼 미안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박정혜·고진수 두 동지가 땅을 밟을 때까지 하청지회가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했다. 김 지회장은 97일 동안 농성장을 지켜준 말벌 동지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며 울먹이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단체교섭 타결에 대해 “한화오션의 탐욕에 브레이크를 걸고 상용직 하청노동자 고용 확대, 임금 인상, 차별 해소가 한국 조선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작지만 값진 승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에서의 노조법 개정 내용이 ‘내란 수괴’ 윤석열 정부에서의 노조법 개정과 같아서는 안 된다”며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노동자 정의를 확대해 건설노동자, 화물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김 지회장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생명 존중의 인도적 차원에서 교섭사와 함께 하청지회의 상여금 인상 요구 등을 적극 수용하는 방안을 찾았다”며 “노사 상생과 협력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대승적으로 (파업 하청노동자를 상대로 제기한)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한국광해광업공단과 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관광공사 등 13개 기관이 ‘미흡’ 이하 평가를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20일 임기근 2차관 주재로 제6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경영평가 대상은 공기업 32곳과 준정부기관 55곳 등 87곳이었다.
평과 결과를 보면 최상위 등급인 ‘탁월(S)’을 받은 기관은 없었다. ‘우수(A)’ 등급은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15곳이다.
‘양호(B)’ 등급은 한국조폐공사, 지역난방공사, 토지주택공사 등 28곳이다. ‘보통(C)’은 인천국제공항공사,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등 31곳이었다. C등급 이상 기관에 대해서는 성과급이 차등 지급된다.
미흡 이하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13개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한석탄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SR 등 6곳이 미흡(D) 등급을 받았다. 아주 미흡(E)은 광해광업공단,우체국금융개발원, 한국관광공사, 한국환경산업기술업 4곳이었다. 미흡 이하 등급을 받은 기관들은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내년 경상 경비도 삭감된다.
정부가 인사상 해임 조치를 건의한 기관은 주택도시보증공사였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2년 연속 미흡(D) 평가를 받았고, 기관장 역시 해임 건의를 위한 재임기간 요건(지난해 말까지 1년 이상 재임)에 충족됐다.
경고 조치를 받은 기관장은 14명이었다. 경영실적이 미흡(D)인 9개 기관 중 지난해 말 기준 재임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SR, 한국국제협력단,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4명이 경고 조치 대상에 포함됐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12개 기관 중 현재까지 재임 중인 국가철도공단, 신용보증기금, 한국도로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중부발전,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 등의 기관장 10명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철도공사와 한국공항공사 임원 성과급도 깎일 예정이다. 공운위는 재무위험 기관 중 최근 2년 연속 당기순손실과 전년 대비 손실폭이 늘어난 한국철도공사에 대해 임원 성과급 25%를 삭감하기로 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한국공항공사 임원 성과급 25%에 대해서는 자율 반납을 권고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책임성과 직결되는 ‘지배구조 핵심원칙’ 지표를 가장 많이 충족한 기업은 포스코홀딩스로 조사됐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한 자산 5000억원 이상의 비금융 상장사 501개의 ‘2024 사업연도 지배구조 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주주·이사회·감사기구 항목의 총 15개 지표를 준수하는지를 공개토록 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전자투표 실시’ ‘집중투표제 실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설치’ 등의 핵심지표가 있다.
리더스인덱스 전수조사 결과, 올해 기업들의 핵심지표 준수율은 54.4%에 그쳤다. 8.1개를 준수한 수준이다. 15개 지표 중 절반도 지키지 못하는 곳이 전체의 42%인 210개사에 달했다.
기업별로 포스코홀딩스가 2022년, 2024년과 올해까지 3개 연도에 15개 전 지표를 충족해 100% 준수율을 달성했다. 이어 KT&G가 2021년 86.7%, 2022·2023년 93.3%의 준수율을 보이다가 지난해부터 2년 연속 100%를 기록하고 있다.
14개 지표를 준수한 기업은 LG이노텍, HD현대건설기계, 카카오, 현대중공업, LG헬로비전, HD현대마린솔루션 등 6곳이었다. 항목별로는 특히 이사회 항목 중 ‘집중투표제’의 경우 조사 대상 501개 기업 가운데 15곳만 준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