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폰테크 돌봄보다 가사업무가 많아체류불안·저임금 등 호소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시행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국내에 들어온 필리핀 돌봄노동자들이 불안정한 체류 자격과 과도한 가사 업무, 저임금, 불안정한 노동시간 등 문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와 이주가사돌봄연대는 12일 ‘국제 가사노동자의날’ 토론회를 열고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시행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노동자 21명에 대한 심층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참여자들은 체류 불안정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들은 비전문인력 이주노동자 채용을 위한 고용허가제 비자(E-9)로 입국했다. 노동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비자가 3년까지 연장된다고 했는데, 이는 다른 고용허가제 노동자(4년10개월)보다 짧은 기간이다. 이마저도 실제 연장기한은 3개월~1년에 그쳤다. 이들은 “업체가 비자로 위협한다” “추방될까봐 두려웠다”고 했다.
아동 돌봄전문가로 입국했으나 실제론 가사 업무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필리핀 돌봄노동자 A씨는 “고객 두 명 중 한 명의 집에서만 케어기버(돌봄제공자)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B씨는 “온 집을 청소한 다음에야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고 했다. C씨는 “계약을 맺을 때는 아이돌봄 계약에 사인했지만 지금까지 아이를 하나도 돌보지 않았다”고 했다.
임금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저시급을 적용받지만 주거비, 보험, 휴대폰비, 소득세 등을 공제한 실수령액은 90만~130만원에 그쳤다. D씨의 경우 주 36시간 근무 기준 최저임금, 연차수당, 주휴수당을 합친 월급은 180만원이지만 실수령액은 100만원이었다.
반면 업무는 명확한 경계 없이 확장됐다. 일부 노동자는 고용주 가족의 친척집까지 가서 청소를 하고, 아이들 영어교육을 지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가 자는 동안 부모와 영어 회화를 계속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성추행, 성희롱 피해 증언도 나왔다.
이미애 서울대 아시아이주센터 공동연구원은 “필리핀 돌봄노동자들의 문제는 개별 사례가 아닌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것”이라며 “체류 안정성 보장, 노동권 강화, 양질의 돌봄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광수 민정수석비서관(사진)이 검찰 재직 시절 아내의 부동산 차명 관리 사실을 임명 전 알렸음에도 대통령실이 이를 묵인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와 야당은 오 수석 사퇴를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면서도 거취 관련 언급은 피했다.
12일 취재를 종합하면, 오 수석은 경기 화성시의 아내 명의 부동산을 매매로 가장해 대학 동문 A씨에게 신탁했다가 퇴직 후 소송으로 되찾았다. 오 수석은 2012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이 됐지만, 2015년 퇴직까지 이 부동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부동산실명법과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다.
오 수석은 차명 부동산 문제를 임명 전 인사 검증 과정에서 대통령실에 알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개혁 실무를 담당할 적임자로 보고 임명을 강행했다는 얘기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이 민정수석실로 이관됐다. 이를 총괄하는 민정수석에게는 강한 도덕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향후 오 수석이 총괄하는 인사 검증에서 설혹 공직자의 부동산 비위가 발견되더라도 문제 삼기 어려워질 수 있다.
대통령실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의 거취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인 검찰개혁과도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여론 추이를 지켜보며 오 수석의 거취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오 수석이 검찰 재직 시절인 2007년 차명 부동산을 관리한 A씨의 명의로 이뤄진 15억원대 ‘차명 대출’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근본적으로는 부동산을 차명으로 은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출신인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왜 이런 일을 했는지에 대해 본인의 설명을 듣고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뭔가 판단을 하는 게 정확하지 않냐”며 “재산이 많다고 해서 (검사장) 승진 못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시민사회는 오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오 수석은 차명 관리 사실을 시인하며 사과했지만, 재산 축적 불투명성, 탈세 가능성 등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며 “법률 위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 다른 고위공직자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공직윤리에도,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참여연대도 “이재명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했다고는 하나, 공직 임용에 앞서 재산 검증은 인사 검증의 기본 중의 기본이고, 공직자의 불법적 재산 증식은 우리 사회가 고위공직자에게 용납하지 않는 사안”이라고 했다.
오 수석의 차명 부동산 관리는 그의 아내가 2020년부터 A씨를 상대로 부동산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여러 건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며 드러났다. 오 수석은 통화에서 “과거 잘못 생각한 부분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