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단점 한·미·일 정권교체에도‘협력’ 기조 당분간 유지향후 대중 접근 방향 주목
과거사는 크게 언급 없이‘관리해 나가자’ 공감대“대일 기조 의구심 불식”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진행한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협력 증진에 뜻을 모으면서 한국의 정권교체 이후에도 양국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두 정상은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관리하자는 데 공감하면서 ‘현재·미래’에 방점을 뒀다. 향후 대중국 관계 설정과 한·일 간 뇌관인 과거사 문제 대처 등이 이재명 정부 ‘실용외교’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이날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30분 동안 회담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마련한 짧은 만남이지만, 각종 현안과 관련한 입장을 교환하고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 정상은 지난 9일 통화에 이어 한·미·일 공조를 지속 유지하고 발전시킨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이 첫 외교무대에서 3국 협력 강화 뜻을 밝힌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일 협력(언급)은 우리와 일본 쪽에서 (모두) 나왔고, 앞으로 증진시켜 나가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23년 8월 한·미·일 협력을 제도화한 ‘캠프 데이비드 성명’ 이후 3국 정상이 모두 바뀌었지만, 3국 협력 틀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동맹 경시 성향에 따라 3국 협력이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미국도 현재 이 기제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견제를 최우선 대외정책으로 설정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구상과 연계된다.
이는 한국 정부가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인해 중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향후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대중 접근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양국 협력도 심화키로 했다. 특히 두 정상은 셔틀외교 재개 의지를 확인하고, 이를 위한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전임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제3자 변제 해법을 내놓으면서 한·일 간 셔틀외교가 복원됐지만 12·3 불법계엄 사태로 중단됐다.
양국 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이 대통령이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일은 2003년 6월(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이다.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와 다른 협력 사안을 분리하는 ‘투 트랙’ 기조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과거의 문제는 잘 관리해나가고 협력 문제를 더 키워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꾸려나가자는 말씀이 있었고 대체로 공감을 이뤘다”고 했다.
정부의 대일 기조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는 자리로도 평가된다. 이 고위 관계자는 “한·일관계가 여전히 협력 관계를 향해 나아간다는 데 대한 명확한 시그널이 주어졌고, 좋은 출발점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의 전후 80년 메시지, 사도광산 공동 추도식 개최, 일본 지도층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곳곳에 암초가 놓여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틀째인 17일(현지시간) 오전부터 브라질·유엔(UN)·멕시코·인도 정상들과 잇따라 만났다.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찾은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이날 오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두 정상은 기후변화 대응 등 공조 필요성을 확인하고,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이 의장국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이 대통령을 초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기후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며 룰라 대통령의 초청에 감사를 표하고 가능하면 참석해 보도록 해보겠다고 답했다.
룰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는 두 사람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어려움과 정치적인 핍박을 이겨내고 결국 승리했다는 두 사람의 공통점을 언급하면서 룰라 대통령과 교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소년공 시절 프레스기에 눌려 팔을 다친 일화를 말하자 룰라 대통령은 몇 살 때 일이냐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룰라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뽑아준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약식 회동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유엔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사의를 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날 만찬 후 이 대통령을 다시 만난 것에 반가움을 표하며 세계 평화와 안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서로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12.3 계엄과 탄핵 등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을 언급하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9월에 열릴 유엔 총회에서 이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고도 제안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세계 평화를 위해 유엔이 할 일이 많다고 언급하면서 과거 한국이 받은 도움을 국제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 멕시코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멕시코가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중남미 최초의 국가이자 우리의 중남미 최대 교역국”이라면서 “경제협력을 포함한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셰인바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비결에 대해서도 물었다. 셰인바움 대통령이 일주일에 3,4일은 직접 시민을 찾아가 대화하고 야당과의 토론도 이어간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이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멕시코와 미국의 관세 협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또 셰인바움 대통령을 향해 기회가 된다면 APEC 계기에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제안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에 한국의 기아 공장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더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으로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이해 “전략적 협력과 전방위적 관계 심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 대화 소재가 됐다. 대통령실은 “모디 총리와 이 대통령은 두 사람 모두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서 태어나 각 나라의 지도자가 되었다며 공감대를 나눴다”며 “모디 총리는 25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기억을 전했고 이 대통령은 인도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방위 사업 분야와 문화 협력에서도 두 국가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미래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모디 총리는 2000년 전 가야의 김수로왕과 혼인한 인도 아유타야 출신 허황옥 공주와 그의 성씨인 김해 허씨를 언급하면서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등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가 대통령실에 특검보 8명을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특검은 전날 밤 대통령실에 특검보 후보자 8명에 대한 임명을 요청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1일까지 이들 중 4명을 채 상병 특검 특검보로 임명해야 한다. 앞서 이 특검은 특검보 후보군에 류관석 변호사(군법무 10기)와 이상윤 변호사(변시 1회)를 포함해 검토했다.
류 변호사는 군법무관 출신으로 1998년 국방부 고등검찰단을 지냈고 1999년 이 특검과 함께 병역비리 수사를 맡았다. 이 변호사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서 실행위원을 지냈고,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2과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다.
이 특검은 채 상병 사건이 군내에서 발생한 사건이자 사건 관계인 상당수가 군 관계자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군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있는 인사 위주로 특검보 후보군을 추렸다. 이 특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실체적 진실 규명에 가장 열정이 높은 분들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검사장급 대우를 받는 특검보는 특검 내 파견검사와 파견공무원, 특별수사관을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특검의 지휘·감독에 따라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한다.
이 특검은 특검보 4명이 확정되는 대로 국방부 검찰단(군검찰)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찰에 인력 파견 요청을 할 계획이다. 이 특검은 “특검보가 임명되면 그분들과 협의해서 (파견 인력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채 상병 사건 초동수사를 맡았던 해병대 수사단을 파견 받을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며 “여러 군데서 파견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 특검은 특검 사무실 계약 절차도 이날 중 마무리 할 계획이다. 이 특검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흰물결빌딩으로 사무실 가계약을 마친 상태다. 이 건물은 과거 이예람 중사 특별검사팀이 사무실로 사용했던 곳이다. 이 특검은 “향후 사무실 인테리어 등을 마쳐야 해서 (수사 착수까지) 시간이 좀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