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및 외환 혐의룰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12·3 불법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을 불러 조사했다. 박 전 총장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 윤 전 대통령과 합동참모본부 결심지원실(결심실)에 함께 있었던 인물이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결심실에서 2차 계엄 선포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은 지난 23일 박 전 총장을 소환 조사했다. 특검이 지난 18일 정식으로 수사를 개시한 지 닷새 만이다. 특검은 진술조서를 작성하지 않고 면담 형식으로 박 전 총장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박 전 총장에게 지난해 12월4일 새벽 12·3 불법계엄이 해제되는 상황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뒤 국방부 전투통제실 안에 있는 합참 결심실에서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30분가량 함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철진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지난 16일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형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결심실 회의에서 ‘국회에 (병력) 1000명은 보냈어야 했다’며 김 전 장관을 질책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2차 계엄령 선포를 논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전 총장 역시 2차 계엄 준비 차원에서 계엄사 내 육군 2신속대응사단 출동 준비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혐의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 중인 특검이 박 전 총장을 불러 조사한 것은 이 같은 2차계엄 선포 의혹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총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오다가 지난 25일 군사법원의 허가로 조건부 보석 석방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62%인 여론조사 결과가 26일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지난 23~25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 평가한 비율은 ‘매우 잘하고 있다’ 37%, ‘잘하는 편이다’ 25%를 합쳐 62%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취임 직후인 6월2주 조사 대비 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못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1%, 무응답은 17%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약한 대구·경북(TK)에서도 긍정 평가가 48%로, 부정 평가(31%)를 앞질렀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가 84%로 가장 높았고, 인천·경기와 강원·제주가 각각 64%로 뒤를 이었다. 서울은 56%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63%로,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후 54%보다 9%포인트 높았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에 대해 ‘잘했다’는 응답은 45%, ‘잘 못했다’는 31%였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61%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21%에 그쳤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45%, 국민의힘 20%, 개혁신당 5%, 조국혁신당 4%, 진보당 1%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본회의장 입장 때 여당 도열“야당도 언제든지 의견 달라”나갈 땐 국힘 의원들과 악수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22일 만인 26일 국회 첫 시정연설을 하며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중 국민의힘을 여러 차례 언급했고, 연설 후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6분쯤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본회의장 입구부터 연단까지 양측으로 서서 이 대통령을 환영했다. 이 대통령은 입구 쪽에 있는 박찬대 의원과 가장 먼저 인사한 뒤 김병기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의원들과 한 명씩 악수를 하며 밝은 표정으로 연단으로 이동했다.
20분의 연설 시간 동안 여당에서 총 11회 박수가 나왔다. 몇몇 여당 의원들은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연설 중 띄운 ‘우리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위해’라는 제목의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에는 ‘통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청색과 적색을 섞은 이미지가 등장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 중 “국민이 주인인 나라” “힘차게 성장, 발전하는 나라” 등을 말할 때 의식적으로 국민의힘 쪽을 바라봤다. 이 대통령은 연설 초반 여당 쪽에서만 박수가 나오자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제가) 좀 쑥스러우니까”라고 농담을 했다. 이 대통령 말에 여당 쪽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나왔지만 국민의힘은 침묵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끝에 “특히 우리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추가할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연설 마지막에도 야당 의석을 보며 “우리 국민의힘 의원님들, 어려운 자리 함께해 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고맙다”고 인사했다. 연설 마지막까지 국민의힘에서는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후 국민의힘 의원석으로 이동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등 의원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했다. 대부분 의원이 일어나 이 대통령의 악수에 응했다. 일부 의원은 이 과정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중앙대 선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악수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말을 주고받은 뒤 웃으며 권 의원 어깨를 툭 치기도 했다. 권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민석) 총리 임명 안 된다고 (내가) 두 번 말했더니 (대통령이) 알겠다고 웃으며 툭 치고 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야당 의원들이 악수하자 여당에서는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떠난 뒤에도 여당 의원석에서는 “이재명” 연호와 함께 박수가 5분여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