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박해남 지음휴머니스트 | 384쪽 | 2만4000원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사회적 관점에서 부당하게 정권을 잡은 신군부가 국민들을 올림픽이라는 스펙터클에 눈길을 돌리게 하는 ‘우민화’ 정책으로 설명되어왔다. 이 책은 익숙한 서사를 넘어 서울 올림픽을 거대한 ‘공연’으로, 서울을 ‘극장도시’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저자는 ‘공연론’의 관점으로 한국 사회 형성 과정을 들여다본다. 연출자인 군인들이 무대에 누가 서거나 서지 못하도록 만들었는지,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어떻게 훈련받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를 들여다보는 대상이 ‘메가 이벤트’인 올림픽이다.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신군부는 ‘세계’에 보기 좋은 무대를 만들어냄으로써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저자는 이를 홉스의 사회계약론에 빗대 ‘공연계약’으로 명명한다. ‘외국인’의 시선이 모일 서울 전체를 스펙터클한 공연 무대로 만들기 위한 대개조에 착수했고, 올림픽 바깥의 사람들은 목소리를 내며 갈등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올림픽 공식 주거’로서의 최신식 아파트와 빈민의 임대주택이 뒤섞인 도시 경관이라는 계급질서인 셈이다.
메가 이벤트를 통한 공연계약은 1993년 대전 엑스포, 2002년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준비됐다. 달라진 점은 시민들이 열정적인 거리응원을 마친 뒤 알아서 치우고 질서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태도가 세계의 시선을 깊숙이 내면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선의 가상적 주체가 군인에서 외국인으로 바뀌었을 뿐, 공연계약에 바탕을 둔 우리 사회의 내면화된 억압과 불평등은 바뀌지 않았다는 통찰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2024년 겨울부터 한국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혼란이 88년 체제가 사회적 갈등과 분열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공연계약을 어떻게 사회계약으로 전환할 것인가, 관객석에 앉아 무대 위의 배우를 평가하는 리바이어던을 어떻게 사회 구성원의 삶의 무대를 지탱하는 리바이어던으로 전환시킬 것인가 등의 질문을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인 것이다.”
부산의 아파트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해 어린이 2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또 발생했다.
3일 부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2일 오후 10시58분쯤 부산 기장군 기장읍의 한 아파트 6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빌라 주민이 검은 연기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소방관이 출동해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거실과 현관 중문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A양(9)과 동생 B양을 발견했다. 119 구조대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자매는 끝내 숨졌다.
불은 오후 11시33분쯤 진화됐다. 이 아파트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2007년 준공한 13층짜리 공동주택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은 아니었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 당시 부모는 외출한 상태였다. 자매는 화재 발생 전 부모가 운영하는 가게에 있다가 이모집에 들렀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오후 10시22분쯤 귀가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이날 오후 7~8시 사이 두세 차례 정전이 일어났다. 정전이 벌어진 원인은 명확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 측이 정전 수리를 위해 전기 기사를 불렀고, 오후 9시50분쯤 복구 작업을 마쳤다. 이후 약 1시간 뒤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거실의 에어컨 주변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을 찾기 위해 정밀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부산에서는 이번 화재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월24일 개금동에서 부모가 야간 근무를 하러 나간 사이 아파트에서 불이나 11세·7세 자매가 숨졌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임기를 1년3개월 남기고 1일 사퇴했다. 이진동 대검 차장,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변필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도 물러났다.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 인사를 앞두고 법무·검찰 주요 간부들의 사직 행렬이 시작된 것이다.
검찰은 윤석열 집권 3년간 ‘정권 보위기구’ 노릇을 하며 위세를 부렸다. 12·3 내란이 실패한 뒤엔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항고도 하지 않고 윤석열을 석방해 공분을 샀다. 윤석열 정권과 검찰은 한 몸이었고, 윤석열 파면은 검찰에 대한 파면 선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을 그렇게 망가뜨린 책임이 지금 법무·검찰의 상당수 고위 간부들에게 있다. 그런데도 물러나는 이들 중 누구 하나 자성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심 총장은 ‘사직 입장문’에서 검찰개혁을 두고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작 검찰해체론까지 불러온 검찰의 잘못과 원죄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도무지 성찰이라는 걸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검찰개혁은 인적청산으로 시작해 제도개혁으로 완성된다. 인적청산은 말할 것도 없이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정리다.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꿰찬 요직은 ‘공익의 대변자’라는 검사 본분에 맞게 묵묵히 일해온 유능하고 성실한 검사들 몫이 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에서 이뤄진 그릇된 수사·기소에 대해선 감찰·징계도 뒤따라야 한다. 이렇게 신상필벌이 단호해야 정치검사들 설 자리가 없어진다.
법무부는 이날 공석이 된 대검 차장에 노만석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정진우 서울북부지검장을, 법무부 검찰국장에 성상헌 대전지검장을, 서울동부지검장에 임은정 대전지검 중경단 부장을 임명하는 등 일부 법무·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대체로 ‘윤석열 검찰’에 비판적이거나 윤석열 사단 색채가 덜한 검사들로 보이지만, 정진우·성상헌 검사를 두고는 ‘윤석열 정권 부역 검사’라는 시선도 있다. 법무부는 후속 검찰 인사 때는 이런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제도개혁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큰 갈래가 타져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심우정 대검’에서 형사부장을 지낸 이진수 법무부 차관도 이날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검찰청의 업무가 수사와 기소 분리의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 국민 피해 없는 개혁, 충분한 국회 협의, 여야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검찰개혁의 원칙으로 삼을 만한 것들이다. 이 원칙에 따라 집중적으로 논의해 올 하반기에는 제도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