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애란(45)이 신작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로 돌아왔다. ‘돈과 이웃’을 소재로 그 사이에서 오는 계급적 긴장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눈에 띈다. 동시대의 사회적 단면을 담아내는 단편의 매력을 한껏 품은 작품들을 읽다 보면, 이번 책의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왜 “나는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는지 이해가 간다.
<바깥은 여름>이후 8년 만에 소설집을 낸 작가를 지난 1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해 장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냈지만, 단편의 매력은 또 다르다. 그는 “한국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보니, 이를 포착해서 담아내는 것에는 단편의 속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장편이 어떤 막의 틈 사이로 몸을 밀고 들어가 육체적으로 경험하는 느낌이라면, 단편은 그 틈으로 무언가를 목도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가 목도한 한국 사회의 현실이 소설의 첫 작품 ‘홈 파티’에서 부터 펼쳐진다. 지인의 최고경영자 과정 동기 모임에 참석한 40대 연극배우 이연의 이야기다. 조용한 대단지 아파트, 집주인의 취향이 돋보이는 집으로 초대받은 주인공은 그곳에서 자신과 ‘그들’을 가르는 미묘한 경계를 느낀다.
‘홈 파티’가 은근하게 그어진 계급의 선을 통해 독자에게 알 수 없는 긴장을 선사한다면 ‘좋은 이웃’은 좀 더 직접적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전 아파트를 사지 못해 전세로 살며 곧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처한 중년 여성 주희가 주인공이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라는 주희의 독백은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좋은 이웃’은 2021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발표됐다. 실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던 시기와 겹친다. 작품은 이듬해 오영수문학상을 받았다.
작가는 “사후적으로 돌아보면 사회적인 소설들을 많이 썼지만, 적극적인 사회파 작가는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사회 문제에 둔감하지 않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동료 문인들과 팽목항을 직접 찾았고, 2019년 낸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글을 실었다. 지난해 12·3 불법 계엄 이후엔 광장을 찾아 익명의 시민으로 연대하기도 했다. 한강 작가 등이 참여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촉구 한 줄 성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알아야 속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사회적인 사건들의 현장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좋은 이웃’의 말미에는 조세희 작가가 1978년 발표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한 대목이 실렸다. 책은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소외된 하층민의 고통을 환상적인 분위기로 풀어내며 한국의 산업화 시기를 다룬 명작으로 꼽힌다. 작가는 “한국 근현대 문학의 역사를 의식하며 쓰고 싶었다. 집, 거주, 이주, 혹은 계층의 문제는 선배 세대 작가들이 꾸준히 써온 소재다. 그 역사 안에서 지금은 어떻게 다르게 쓸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작품에 “가장 가깝게 영향을 준 자료들은 동시대의 풍경과 신문”이라고 했다. 작가는 “신문에는 동시대의 일들이 매일 전해진다. 사건뿐 아니라 언어에도 관심이 많은데, ‘영끌’이라는 단어를 접하고는 ‘영혼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쓴 적이 있나’ 싶었다”며 “‘이제 우리에게 영혼이라는 것은 이렇게 되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말의 감수성으로 기사를 읽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설 안에서 현실의 욕망과 고민들은 순간의 사건에 그치지 않고 삶을 대하는 태도로까지 확장된다. 작가는 “지난 몇 년은 특히 모두가 굉장한 돈이나 이익에 몰두했던 시기다. 경제적인 상황은 삶의 기본적인 필요기 때문에 그것 자체를 가치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며 “자기 보존의 욕구가 만연한 사회에서, 어느 순간 이웃의 생명이나 안전을 놓고 저울질해야 하는 순간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그것을 보려고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의 시선은 어디로 향할까. 작가는 “돌봄이나 노화, 질병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 같다”며 “심리적 불안을 다루기에도 적합하기 때문에 서스펜스나 장르적 성격을 가진 작품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은 전기차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현장 맞춤형 실무 지침서인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 개정판’ 발간했다고 1일 밝혔다.
전국 소방서에 보급되는 개정판에는 전기 트럭 등 상용 전기차 대응 절차, 폭발 등 고위험 사례, 특수 진압 장비 적용 방식 등 다양한 실전 사례가 체계적으로 담겼다. 실제 전기차 배터리 실증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배터리 팩 화재 특성을 분석한 결과도 추가됐다.
이번 개정판은 단순한 개념 설명에 그치지 않고 차량 구조와 배터리의 화재 양상을 토대로 대응 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하고 있다고 소방청은 설명했다. 또 특수 진압장비의 적용 사례, 전동지게차와 같은 특수 전기차량의 화재 대응 등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연상 국립소방연구원장은 “전기차는 화재 시 내연기관 차량과 전혀 다른 특성을 보여 이에 맞는 맞춤형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개정 가이드는 현장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과학적 분석과 사례 중심으로 구성된 만큼 전기차 화재 대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후발주자’ 애플이 오픈AI 또는 앤스로픽 기술을 도입해 AI 음성비서 ‘시리’를 고도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AI 부진 탈피를 위해 자체 기술을 고집하기보다 외부 기술과의 긴밀한 통합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애플이 오픈AI의 GPT나 앤스로픽의 클로드 모델을 시리에 적용하는 방안을 두 회사와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애플이 테스트를 위해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이들 모델이 작동할 수 있도록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애플 모델 기반의 시리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파운데이션 모델로 아이폰을 비롯한 기기에서 제공하는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능 대부분을 구동하고 있다. 지난해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선 이 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시리를 선보였다. “엄마의 비행기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줘”라는 질문에 시리가 메일로 공유된 탑승권 정보를 찾아 답을 주는 등 보다 개인화되고 정교해진 점이 특징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애플은 시리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아직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올해 WWDC에선 AI가 아닌 운영체제(OS) 디자인 변경을 핵심 의제로 제시하면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플은 이미 시리가 복잡한 질문을 받으면 챗GPT를 호출해 답변하도록 오픈AI 기술을 도입했다. 이제는 시리 전반을 외부 AI 모델 기반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외부 기술 도입이 현실화할 경우 애플은 생성형 AI 경쟁에서 기술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외부 AI 기술을 활용하는 접근은 삼성전자의 전략과 유사하다. 삼성전자는 자사 기기에서 제공하는 AI 기능 전반을 ‘갤럭시 AI’라는 브랜드로 묶어서 내세우고 있다. 이 중 상당수 기능이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한다.
한편 애플은 자사의 폐쇄적 생태계를 겨냥한 경쟁 당국과의 반독점 소송 장기전에 돌입하게 됐다. 이날 미국 법원은 지난 3월 미 법무부 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을 기각해달라는 애플의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적 다툼이 끝날 때까진 수년이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