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심야에 3대 특검을 전격 임명했다.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서울고검장,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순직 해병 특검’은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선임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한 지 8시간 만이고, 특검법 국회 통과 후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회와 대통령의 신속한 특검 결정을 환영한다. 반국가적·권력형 범죄의 전모를 하루빨리 규명하고 단죄하길 바라는 국민 뜻과도 일치한다.
내란 특검은 특검보 6명·파견검사 60명 등 수사 인원만 267명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수사 경험이 많은 특수통 검사 출신 조은석 특검이 발탁된 이유일 것이다. 조 특검은 13일 “사초를 쓰는 자세로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에서 누락·지체된 노상원 수첩과 외환 혐의, 한덕수·최상목·이상민의 내란 국무회의 행적 등이 다 밝혀져야 한다. 김건희 특검은 사건이 방대하다.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등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사건, 대통령실·관저 이전 비리, 최재영 목사 명품가방,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공흥지구 개발 인허가 개입 등 16개에 이른다. 채 해병 순직사건 수사 방해 사건을 담당하는 이명현 특검은 군법과 군 관련 사건 수사 전문가다. 이 특검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부 장관 등 통화 내역이 다 있다”며 누가 진실을 은폐하는지 다 밝히겠다고 했다.
특검 임명에 국민의힘은 “야당 탄압, 정치 보복” 운운하고 있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다. 국민의힘 논리라면 친일파 척결도 정치 보복이다. 3대 특검 수사는 지연된 정의를 실현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정치 검찰은 덮고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규명을 방해한 거대한 죄악의 속살을 이제서야 밝히는 것이다. 주권자도 대선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내란 세력을 청산하고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권력형 부정부패를 단죄하라고 엄명을 내린 터다.
3대 특검은 20일의 준비 기간을 거쳐 다음달 초부터 본격 수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갈 길이 멀다. 특검보·파견검사 선발이나 사무실 마련부터 쉬울 리 없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검은 공정하고 독립된 수사로 거악의 중심을 엄벌하고, 의혹을 다 밝혀야 한다. ‘친윤’ 검사들이 특검에 파견돼 수사를 방해하거나 정의의 사도인 양 ‘과거’를 세탁하게 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특검이 역사의 획을 긋고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조해야 한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비화폰으로 두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건희씨 의혹이 대통령 윤석열의 최대 난제일 때였다. 심 총장은 김 전 수석이 법무부 검찰국장일 때 검찰과장을 지냈다. 검찰 기획통 선후배인 두 사람이 윤석열 부부 사건과 관련해 모종의 비밀 대화를 나눈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심 총장은 지난해 10월11일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에게 전화해 12분32초간 통화했다. 이튿날에는 김 전 수석이 비화폰으로 심 총장에게 전화해 11분36초간 통화했다. 두 사람이 이틀간 24분가량 통화한 것이다. 통화 시점은 심 총장 취임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이틀에 걸쳐 긴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례적인 취임 안부 전화로 보긴 어렵다. 두 사람이 현안을 두고 대화를 나누었으리라고 보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대검은 16일 “(심 총장이) 검찰총장 취임 초기에 민정수석으로부터 인사차 비화폰으로 연락이 와서 검찰 정책과 행정 관련 통화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검찰 사건과 관련해 통화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키운다. 통화기록상으로는 심 총장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도 심 총장은 ‘김 전 수석이 먼저 연락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게 돼 있다. 심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패싱한 채 김 전 수석과 검찰 정책·행정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검찰 정책·행정에 대한 대화를 굳이 비화폰으로 나눴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대통령경호처가 검찰총장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건 전례가 없다. 심 총장과 대통령실 간 상시적 비밀 소통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 자체가 검찰 독립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심 총장과 김 전 수석이 통화한 건 ‘명태균 게이트’가 윤석열 부부를 정면으로 죄어올 때였다. 검찰은 두 사람 통화 엿새 후인 10월17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 모든 걸 우연이라고 할 수 있나. ‘김건희 특검’을 맡은 민중기 특검은 두 사람 통화가 검찰의 김씨 봐주기와 관련된 게 아닌지 밝혀야 한다. ‘내란 특검’을 지휘하는 조은석 특검은 심 총장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항고도 하지 않고 윤석열을 석방하도록 지휘한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