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삶]더 멀리 사색할 의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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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211.♡.188.18) | 작성일 | 25-07-10 15:15 | ||
지난달 개관한 민주화운동기념관에 다녀왔다. 무거운 마음으로 전시관을 나왔을 때 옛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사람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민주화 운동가들을 고문하던 공간, 취조를 위해 설계된 건물을 배경으로.
13년 전 어느 볕 좋은 날, 가까이 지내던 대학 선배와 남영동 대공분실까지 걸어간 적이 있다. 당시 우리는 사회 토론 동아리에 속해 있었고 그 주에 논의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선배는 그곳을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했으며 5층 고문실의 창문은 바깥에서는 안을 볼 수 없고 안에서는 밖으로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작게 만들어졌다고 했다. 5층으로만 통하는 나선형 계단은 눈이 가려진 채 끌려가는 이들이 방향 감각을 잃고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고도 설명했다. 정확한 층수를 알지 못하게 해서 이후에 증언하기 어렵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으리라 추측했다. 조사실 벽면에는 목제 타공판을 사용해 옆방의 비명을 고스란히 듣게 했다고 한다. 선배의 설명을 들으며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데 참담함을 느꼈다. 우리는 조사실을 그대로 보존해둔 5층 복도로 들어섰다. 물고문에 쓰인 커다란 욕조가 좁은 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변기와 침대가 문으로 구분되지도 않은 채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생경한 구조에 메스꺼움을 느꼈다. 실제로 고문받았던 이들은 대소변 역시 수사관들 앞에서 해결해야 했다고 진술했다. 고문실 한가운데 놓인 박종철 열사의 영정을 응시하며 머리로는 아픈 역사를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밀려드는 폐소 공포에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짐작하는 것과 직면하는 것의 차이를 절감했다.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기억해야 할 일을 되새기겠다는 명분까지 다 잊어버렸다. 숙연해져 돌아오는 길에 “알면 알수록, 사색하면 할수록 우울하고 힘들어져. 그런데 우리는 왜 그런 고통을 자처해야 하지?”라고 선배에게 물었다. 스무 살이 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고민이었던가. 모르겠다. 당시에는 절박한 물음이었다. 선배는 어떤 효과나 보상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해서 하는 거라고 했다. “사색은 의무야.” 성해나의 소설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는 고문실을 설계하도록 요청받은 건축가들의 작업 과정을 그린 소설로, 제목에 드러나듯 남영동 대공분실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합리성을 중시하는 건축학도 ‘구보승’은 스승 ‘여재화’가 작업한 취조실의 도면에서 창문을 지운다. 빛이 들면 희망이 생겨 신념이 굳건해질 수 있으므로 공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곧 생각을 바꿔 설계도에 다시 폭이 좁은 창을 낸다. 인간이란 희망이 완전히 소거된 때보다 그것이 멀리에 미미하게나마 존재할 때 더욱 절망하게 되리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구보승은 건축가로서 주어진 일을 착실히 하면서 고문받게 될 인간에 대해 상상하고 숙고한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라는 스승의 말을 기이한 방향으로 왜곡해 따른다. 그는 맡은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지만, 무엇을 위한 열심인지는 점검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공포감을 주는 고문실을 설계할 수 있을지에 골몰할 뿐, 실제로 고통당할 이들의 삶이 얼마나 망가질지, 인간의 존엄을 빼앗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게 만드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외면한 채, 당장 주어진 목표에만 근시안적으로 몰두하는 것이다. 우리의 행위가 가닿을 끝의 끝까지 남김없이 사유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을 괴롭게 하는 이들 또한 사색한다면, 인간을 지키려는 자들은 더 치열하게, 보다 끈질기게 사색해야만 한다.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채 상병 특검팀)이 항명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사진)의 형사재판 항소를 9일 취하했다. 이로써 항소심 재판 절차가 종료됐고, 박 대령은 1심에서 받은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이명현 특검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 특검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박 대령 항명 혐의 재판의 항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브리핑 뒤 법원에 항소취하서를 제출했다. 앞서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으로부터 박 대령의 항소심을 이첩받았다. ‘채 해병 특검법’은 채 상병 사망사건과 그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뿐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특검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또한 수사 대상인 사건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특검이 이 사건을 이첩받아 공소 취소 여부 결정을 포함한 공소유지 업무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특검은 “박 대령이 수사단장으로서 채 상병 순직사건의 초동조사를 하고, 해당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것은 법령에 따른 적법행위”라며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을 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해 공소제기를 한 것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특검은 이어 “1심 재판은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런 상황에 박 대령 항명 혐의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것은 특검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라 판단했다”고 했다. 이 특검은 “향후 수사를 보면 항소취하 결정이 타당하다는 것을 누구든 이견 없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2023년 8월 채 상병 순직사건 초동수사기록의 이첩을 보류하라는 국방부와 해병대 상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경찰로 이첩해 항명 혐의로 기소됐다. 박 대령은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고, 국방부 검찰단의 항소로 서울고법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해병대에 기록 이첩 보류를 지시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은 “특검은 박정훈 대령의 공판사건을 군검찰로부터 이첩받을 권한도, 항소를 취하할 권한도 없다”며 “위법적이고 월권적 행위”라고 주장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에 대해 정민영 특검보는 “충분히 법리적 검토를 했고, 특검법상 공소유지 권한 안에 항소를 취하하는 권한도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며 “법령에 따른 권한 행사”라고 반박했다. 박 대령을 지원해온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성명에서 “마침내 박 대령의 항명죄 재판이 무죄 확정판결로 종결됐다”며 “대한민국 공직사회에서 진실과 양심을 지켜내고 정의를 회복한 날로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대령 원보직 복직을 시작으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은 물론, 권력의 횡포에 맞서 진실과 양심을 지켜낸 이들에 대한 합당한 대우와 명예회복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때는 2012년 7월, 장소는 일본 후쿠오카였다. 당시 일본은 폭염·폭우가 한창이었다. 여행 후 숙소에 돌아와 현지 뉴스를 틀면 돼지가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는 장면이 나왔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왔고, 푹푹 쪘다. 거리 인파에 섞여 땀을 뻘뻘 흘리며 지역 축제(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행진을 구경하던 도중 숨이 막히며 ‘아 정말 쪄죽겠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입고 있던 와이어 브라가 몸을 조여왔다. 사람들이 모두 행진을 쳐다보고 있는 틈을 타 시선의 반대 방향으로 빠져나와 건물 그늘로 들어갔다. 윗옷 속에서 뒤적거리길 잠시, 브라 탈출에 성공했다. 그때 머릿속에는 ‘살기 위해선 이걸 벗어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남의 눈에 들킬 수도 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까진 ‘노브라’로 다녀야 한다는 사실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여자라면 윗옷을 다 벗지 않고 브라를 빼내는 법쯤은 알고 있다. 그 방법을 길바닥에서 행한 적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땀과 열기가 차 있던 가슴에 그제야 바람이 통했다. 여름은 참 브라와의 불화가 깊어지는 계절이다. 흡습속건, 냉감 등등 기능성 원단으로 된 티셔츠를 사 입어도 안에 브라를 하는 이상 별 의미가 없다. 겉옷이 아무리 통풍이 잘되면 무엇하나, 브라가 피부를 감싸며 쿨링감을 무력화하는데. 브라는 자고로 티 안 나게 몸에 ‘밀착’하는 것이 미덕 아닌가. 요즘 같은 날씨에는 옷 안에 무언가를 한 겹 더 입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유독 부조리하게 느껴진다. 땀에 젖은 채로 브라를 벗다 보면 성질나서 집어 던지고 싶어진다. 그래도 불화를 다스리며 잘 지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온갖 종류의 브라 및 ‘유사 브라’ 중 시도하지 않은 것이 아마 없을 것이다. 브라렛, 노와이어 브라, 캡내장 민소매 같은 것들이 지금처럼 흔치 않았던 15년쯤 전부터 온갖 검색 키워드를 동원해 딱 ‘가린다’는 목적에만 충실한 제품을 찾아 헤맸다. 조건은 단순했다. 조임과 답답함이 없을 것. ‘풍만함’은 필요 없으니 그냥 사회적 체면만 유지할 수 있게 해줄 것. 앞 후크 브라, 백리스(등판이 없는) 브라, 캡내장 민소매, 뒷밴딩 없는 캡내장 민소매, 캡내장 티셔츠, 쿨브라, 밴드, 실리콘 누드 브라, 앞지퍼 스포츠브라…. 세상 다양한 브라가 내 몸을 스쳐갔다. 2025년의 시중 제품은 과거에 비하면 양과 질 모두 나아진 편이다. 특히 노와이어가 대세가 됐다는 점에서 유행이랄까, 인식의 변화도 엿보인다. 삐져나온 브라 와이어에 생살이 찔리는 일만큼은 이제 근절돼야 한다. 그렇지만 좋다고 입소문 난 걸 써봐도 여전히 만족하기가 힘들다. 다른 옷과 달리 브라는 안 입을수록 기쁘고 안 입을 때에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옷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편한 브라’라는 건 그 자체로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편안함의 측면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안 입는 것만한 대안이 없다. 브라에서 탈출하기 위해 브라를 찾는다?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말이다. 부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젖꼭지와 가슴을 감추려고 브라를 한다. 그 브라를 감추려고 그 위에 또 민소매를 걸친다. 그 민소매 위에야 최종적으로 겉옷을 입을 수 있다. 감추고, 감추는 걸 또 감추고…. 겨울도 아니고 여름에 이 짓을 하고 있노라면, 그렇게 ‘감추기x2’를 하고 나왔는데 아무것도 싸매지 않은 남성의 그곳과 또렷하게 눈이 마주치면, 어쩔 수 없이 의문이 들고야 만다. 왜 나만? “싫으면 그냥 벗고 다녀”라고 말하고 싶은 이들도 아마 있을 것이다. 그 ‘그냥 벗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과거 여성 아이돌들이 브라를 입지 않은 채로 대중 앞에 나섰다가 무려 ‘논란’ 씩이나 되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 거리에서 브라로 가슴을 가리지 않은 여성이 어떠한 시선을 받게 될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아무리 봐도 이 사회는 여성의 가슴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가슴을 포함한 여성의 신체는 가치관과 관습, 종교 등이 치열하게 부딪히는 전쟁터다. 여성의 가슴을 어디까지 내보여도 되고 어디서부턴 감춰야 하느냐는 사회적 규범과 인식의 문제다. 브라의 역사가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점은 이 규범과 인식이 고정불변하지 않고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책 <유방의 역사>(1999)를 비롯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가슴에 걸치는 속옷은 오래전부터 사용됐지만 브라가 발명돼 모든 계층의 여성이 이용할 수 있는 속옷이 된 것은 20세기 초다. ‘여성은 브라를 착용한다’는 보편 관념은 대량생산과 함께 발명됐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발명의 주동자들은 여성이 아니었다. 브라가 상업화되면서 여성의 가슴과 브라를 연결짓는 ‘시선’이 형성됐다. 물론 그 이전에도 각 사회·문화가 여성의 가슴을 바라보는 방식은 존재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여성의 가슴이 ‘돈’이 되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은 가슴의 크기, 모양 같은 것들을 세세하게 따져보게 됐다. 브라 광고를 통해 여성의 가슴이 대상화된 방식을 분석한 논문 <여성의 가슴은 어떻게 소비되어 왔는가?: 여성잡지 브래지어 광고 분석>(2019)에 따르면, 한국의 브라 광고에서 ‘컵 사이즈’가 처음 등장한 시점은 1970년대 후반이다. 1980년대 광고에는 “브라를 사실 때에는 꼭 사이즈를 체크하시고 꼭 맞는 표준규격의 제품을 선택하세요”, “브라는 컵 사이즈가 꼭 맞아야 편하고 예쁩니다” 등과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이후 1990년와 2000년대를 거치며 ‘과학적으로’ 가슴을 올려주고 모아주는 기능이 강조된다. 연구진의 표현대로 “브라의 상품화 과정과 맞물려 여성의 가슴은 획일적으로 규정되고 객체화돼 왔으며, 브라를 착용하는 것이 선택사항이 아닌 당연한 것이 돼버리고, 브라를 입지 않는 것을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노출이라 여기는 고정관념이 강화된 것”이다. 여성의 가슴을 재단하는 일에 국가가 앞장선 전례도 있다. 정확한 크기, 각도, 모양에 따라 ‘이상적인 가슴’이 존재한다는 글이 보건복지부 국가건강정보포털에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게시됐다. ‘아름다운 가슴이란’ 제목의 해당 글은 “(여성의) 가슴은 제 2의 성기로 여성의 의미와 자존심이 표현되는 곳”, “남편에게는 애정을 나누어 주는 곳이며 여성 본인에게는 자신의 미적 가치를 표현하는 곳”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더 나아가 이 글은 “쇄골의 중심과 유두간의 거리 18-20cm”, “유두가 살짝 올라가고 연한 적색이어야 한다” 등 수치와 기준을 제시했다. 이 글은 큰 비판에 처한 뒤 삭제됐다. 여성들은 가슴에 대한 권리를 되찾고자 투쟁해왔다. 1960년대 미국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브라를 지목했다. 1968년 미국 애틀랜틱시티에서 열린 미스아메리카 대회에서 여성해방당 당원들은 브라와 거들, 가짜 눈썹 같은 것들을 벗어 던지라고 주장했다. 대회장 인근 거리에서 이들은 브라, 립스틱, 하이힐 같은 것들을 ‘자유의 쓰레기통’(Freedom trash can)에 던졌다. 브라를 불태우지 않았음에도 이들은 ‘브라 화형자(bra burners)’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남았다. 여성의 상반신 노출이 공연음란죄로 취급되는 현실에 반대하는 운동 ‘프리더니플(Free the Nipple)’은 2010년대부터 이어지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이 체포·기소되는 일이 발생하면 유명인을 비롯한 여러 여성이 온·오프라인에서 연대를 표하는 식이다. 이는 남성만이 공공장소에서 자유롭게 가슴을 드러낼 수 있는 건 성차별이라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북미에서는 8월26일(여성 참정권이 승인된 날·여성 평등의 날)과 가까운 토요일을 ‘토플리스(topless·상의를 입지 않는) 데이’로 삼아 여성이 상의를 벗고 남성은 브라나 비키니를 입는 행사도 이어져 온다. 여성과 남성의 젠더 위계가 뒤바뀐 사회를 그리는 작품에서는 남성이 브라와 같은 속옷을 차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에서 남성은 성기를 가리기 위해 ‘페호’를 입어야 한다. 브라와 같이 페호에도 컵 사이즈 구분이 있고, 페호가 겉으로 보이거나 페호를 입지 않았을 때 수치심을 느낀다. 여성들은 날가슴으로 당당히 다닌다. 여성 신체를 억압하는 기제로서의 브라가 소설 속 페호로 성별 반전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탈코르셋 운동과 함께 탈브라 움직임이 전개됐다. 대표적으로 2018년 6월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은 페이스북 코리아 앞에서 기자회견과 시위를 벌였다. 앞서 페이스북 코리아가 이들의 상의 탈의 퍼포먼스를 ‘나체·성적 행위에 관한 게시물’로 분류해 삭제한 것에 대한 항의였다. “우리의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 “현대판 코르셋 내 몸을 해방하라” 등이 시위 슬로건으로 등장했다. 이 일은 페이스북 코리아의 사과로 마무리됐다. 당시 시위에 참여한 이들을 인터뷰한 논문 <음란에서 저항으로: 불꽃페미액션 가슴해방운동 연구>를 보면, 가슴뿐만 아니라 투쟁 당사자들의 내면 역시 해방을 겪었다. 시위 참가자 각각이 브라를 둘러싸고 느낀 부조리가 일정 부분 깨진 것이다. 이 부조리는 ‘억울함’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한 연구 참여자는 “(남자애들이) 브라 끈 푼 것도 억울하고 수치스러웠거든요. 왜냐하면 나는 걔한테 할 수가 없잖아요”라고 밝혔다. 또 다른 참여자는 “노브라를 하면서 좀 억울한 거예요. 남자들은 맨날 가슴 큰 사람들도 노브라로 다니는데 나는 심지어 함몰이라서 보이지도 않는데 그 불편한 걸 했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살찐 남성과 여성이 있으면 살찐 남성도 튀어나오고 여성도 튀어나왔는데 왜 여성만 감춰야만 하는가”라고 돌아봤다. 논문은 이들이 느낀 해방감을 “첫째는 남자의 가슴만 누렸던 자유를 쟁취함으로써 느낀 투쟁적 해방감이고 둘째는 나의 가슴 해방이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여성 해방으로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감각에서의 여성주의 실천으로서 해방감”이라고 평가했다. 여성들은 브라를 둘러싸고 말 못 할 경험을 저마다 품고 있다. 2차 성징기 처음 브라를 착용했을 때의 느낌, 친구들과 서로 ‘나 끈 보여?’라고 확인해주던 일, 가슴이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드는 고민 같은 것들이 넘쳐난다. 이러한 여성들에게 가슴 해방은 무엇을 의미할까? 누구는 브라를 선택적으로 착용하는 것을 원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구는 아예 브라가 사라지는 세상을 꿈꿀 수도 있다. 스포츠 브라 정도는 기능적으로 필요하다는 견해도 타당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가슴을 숨기고 싶다는 입장도 여전할 것이다. 다른 방향의 극단에선 남의 가슴을 일절 보기 싫으니 남성도 브라를 하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브라 탈출’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선택을 향한 엄격한 잣대’만큼은 접어두려고 한다. 누구나 활동가들처럼 상의 탈의 시위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토플리스 데이’ 행진에 참여한 이들도 직장 면접에서는 브라를 입을 수 있다. 이론과 실천은 늘 다르며, 이상은 현실과 떨어져 있다. 탈브라를 꿈꾸면서도 집에 손님이 온다고 하면 일어나서 주섬주섬 브라부터 챙겨 입는 여성 개개인의 내적 갈등은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유방의 역사> 저자 매릴린 얄롬은 “해방된 유방은 무한한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유방들은 딱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의지에 반해 농간당하기를 거부하는 여성들이 주인이라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여성의 다리가 해방된 것도 아주 최근에 일어난 현상이다. 과연 21세기의 해방된 유방도 공공연하게 드러낼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획득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가슴 해방의 순간이 언제, 어떤 계기로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나 분명한 것은, 무엇을 걸쳐도 덥기만 한 이 여름에 사회의 시선까지 둘러메기에는 너무 지쳤다는 점이다. 지친 여성들을 위해 서로 ‘못 본 척’ 하는 것이 암묵적인 매너가 되면 좋겠다. 지하철이나 거리, 학교에서 다른 이의 가슴과 눈이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응시하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자는 것이다. 그 가슴의 주인을 훑어보지 않고 곱게 보내주는 것이야말로 ‘브라 탈출’의 넘버원 수칙이 아닐까.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이번 [에프워드] 어떠셨나요? 입주자님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최근 인생 첫 러닝 대회에 나갔다. 여성만 신청 가능한 10㎞짜리 우먼스 런이었다. 달리기 시작 후 2㎞도 채 지나기 전, 그러니까 몸이 아직 달리는 상태에 적응하지 않아 힘들던 시점에 내 뒤쪽에 있던 한 참가자가 숨을 헐떡이며 저렇게 말했다. 정신줄 놓고 뛰는 와중에 저 말을 들으니 순간 웃음이 났다. 그의 말이 곧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시작 전 여기저기서 몸을 푸는 여성들을 보며 ‘여기서 내가 최약체군’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아마도) 나를 포함한 참가자들을 보며 ‘다들 XX 세군’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 시즌 6로 돌아온 플랫레터!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밀려드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쉽게 흘려보내기 쉬웠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는 여성(F)의 관점으로 금기에 반기를 드는 칼럼 [에프워드]를 넷째 주 화요일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이정표이자 버팀목이 된 여자 선배들의 인터뷰 [여자, 선배, 언니들]을 보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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