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하던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마침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모양새다. 3안타 맹타와 함께 5경기 만에 안타를 신고하며 부진 탈출의 서막을 알렸다.
이정후는 3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 5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3안타 1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앞서 4경기 연속 무안타 침묵을 지키며 타율이 0.240까지 떨어졌던 이정후는 이날 맹타로 타율을 0.246까지 끌어올리면서 부진 탈출의 서막을 알렸다. 특히 안타 3개가 3루타, 2루타, 안타였는데, 홈런만 쳤으면 ‘힛 포 더 사이클’을 작성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는 미국시간 기준으로 이정후의 7월 첫 경기였다. 그리고 이정후는 첫 타석부터 힘을 냈다. 팀이 1-0으로 앞선 1회초 2사 1루에서 애리조나 선발 메릴 켈리를 상대로 초구 92.6마일(약 149㎞)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3루타를 쳤다. 후속타 불발로 홈을 밟지는 못했지만 부진을 깨는 시원한 장타였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불을 뿜었다. 4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켈리와 6구 승부 끝에 88.5마일(약 142.4㎞) 체인지업을 공략, 우익수 방면 2루타를 치고 나갔다. 다만, 이번에도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홈을 밟지는 못했다.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이정후는 8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 제이크 우드포드를 상대로 1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공략했다. 이어 루이스 마토스의 볼넷에 2루까지 진루했고, 패트릭 베일리의 적시타에 홈을 밟아 득점까지 올렸다. 이정후는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는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대로 끝나는듯 했던 이정후의 경기는 경기가 연장전으로 들어가면서 계속됐다. 승부치기로 진행되는 연장전 규정 때문에 10회초 2루 주자로 나간 이정후는 엘리엇 라모스의 안타에 3루까지 진루한 뒤, 베일리의 희생플라이에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다. 이날 샌프란시스코가 6-5로 이기면서, 이정후의 득점은 결승 득점이 됐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준수한 페이스를 보였던 이정후는 6월 들어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6월 한달 간 타율 0.143에 그쳤고, OPS도 0.551에 불과했다. 2할7푼대를 유지하던 타율은 어느덧 2할4푼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전날 휴식을 취하며 페이스 조절을 했던 이정후는 이날 7월의 첫 경기에서 다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냈다.
서울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와 열대야가 기록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30일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밤사이 기온이 크게 내려가지 않은 서울·강원 강릉·충북 청주·대구·울산·경북 영덕·영천·제주 서귀포 등 총 9개 지역에서 열대야가 나타났다.
열대야는 밤사이(오후 6시1분∼다음날 오전 9시)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
1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체감 온도가 33도 안팎으로 오르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겠다. 또 경기 일부 지역과 강원 동해안·산지, 남부지방, 제주도 동부 등은 체감온도가 35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도의 역점 사업인 ‘일하는 밥퍼’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북도는 해당 사업을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전북도 고령친화정책과 관계자들은 3일 청주시 서원구 두꺼비시장에 있는 ‘일하는 밥퍼’ 기타 작업장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30여명의 어르신들이 더덕 등 농산물을 손질하고 있다.
전북도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일하는 밥퍼’ 사업을 토대로 전북만의 새로운 노인 복지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일하는 밥퍼’는 60세 이상 어르신과 사회 참여 취약계층이 농산물 손질, 공산품 단순 조립 등 소일거리를 통해 생산적 자원봉사활동을 수행하는 충북도의 역점 사업이다.
사업 참여자들은 일을 마치면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받는다.
지난해 10월 시행 이후 누적 참여 인원이 14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전북도 고령친화정책과 직원들은 ‘일하는 밥퍼’가 기존의 수혜 중심 노인복지 정책과는 달리 어르신의 자발적 참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전북도 관계자는 “고령화에 따른 다양한 문제에 대응할 정책을 모색하던 중 ‘일하는 밥퍼’를 접했다.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충북의 ‘일하는 밥퍼’를 자체 사업화하고 있다. 서울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지난 4월부터 ‘일하는 밥퍼 봉사단’을 꾸려 운영 중이다. 경북·세종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베를린의 상징은 곰과 베를린 전승탑이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보고 난 다음부터 그렇다.
높이가 66.89m인 탑 꼭대기에는 황금으로 치장된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이 탑은 프로이센이 연달아 세 차례의 전쟁에서 이긴 후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강한 나라를 꿈꿨던 프로이센은 결속된 독일 민족과 독일 제국의 확장을 꿈꾸며 베를린 전승탑을 만들었다.
강력한 힘을 상징하던 전승탑은 이후 히틀러에 의해 증축됐다. 나치는 베를린이 세계 제국의 수도가 될 것을 꿈꾸며, 전승탑 높이를 높이고 지금의 위치인 티어가르텐 공원 중앙에 위치시켰다. ‘강한 민족, 강한 나라’를 꿈꿨던 이들은 국가의 정체성과 힘을 과시하기 위해 거대한 선전물을 세웠다.
지금 베를린을 찾는 이들도 그렇게 느낄까. 제국주의를 꿈꿨던 이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시대가 바뀌면서 전승탑을 보는 이들이 느끼는 것은 과거의 영광이 아니라 어리석은 과거에 대한 비판이거나 아니면 관광지에서 만난 한 장면에 지나지 않는다. 조형물에 담긴 제국의 승리는 빛이 바래버렸다. 그러나 힘을 과시하는 제국에 대한 인간의 욕망 또한 사라졌을까. 이제 제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더욱 교묘하게 힘을 과시한다.
6월21일, 미국이 이란에 정밀폭격을 자행했다. 이란의 최고 보안 핵시설을 겨냥한 미국의 폭격은 극소수에 의해 시행됐고, 작전이 끝나자 미국 국방부는 자신들의 공격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뉴스와 유튜브 영상으로 미국이 투하한 폭탄과 파괴된 시설들이 지속적으로 공개되고 사람들은 미국이 쏟아내는 정보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는 권위와 힘을 과시하기 위해 굳이 탑을 세울 필요가 없다. ‘제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제국이 꿈꾸는 승리와 힘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기록된다. 이내 망각되고 다시 복기된다. 현대의 제국은 기념비가 필요 없다. 무인기 공격 장면을 과시하는 것만으로 그들은 두려움을 만들고 권위를 세울 수 있기에. 지속적으로 ‘새로고침’ 되는 뉴스 사이로 보이지 않는 제국의 비릿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전쟁 후 베를린에 가득한 고통을 바라보던 천사 다미엘은 ‘고통을 느끼는 현재의 감각’을 꿈꾸며 인간이 된다. 인간이 인간으로 있기 위해, 제국이라는 허상을 지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전승탑을 보며 생각에 잠겨본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61·사진)가 국내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권위 높은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3일 황 교수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기존 메모리 반도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소자인 ‘저항 스위칭 메모리’의 작동 원리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D램은 한정된 부피에 전자를 저장해 정보를 처리한다. 하지만 소자 크기가 계속 줄어들면서 전자를 저장할 부피도 축소됐고, 이에 따라 성능 향상에도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 저항 스위칭 메모리는 전자의 양이 아닌 산화 물질 등을 사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신개념 기술이다.
해당 연구는 201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된 뒤 현재까지 학계에서 2450회 이상 인용됐으며, 저항 변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인용 빈도수 상위 5번째 논문 자리에 올랐다.
황 교수는 또 세계적인 공신력을 갖춘 과학기술인용색인(SCI) 논문 750편을 발표했으며, 특허 출원·등록 227건, 기술 이전 16건도 기록했다고 과기정통부는 전했다.
황 교수는 최근에는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뉴로모픽 반도체’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뉴로모픽은 인공지능(AI) 기술과 맞닿아 있다. 지금의 AI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뇌는 추상적 사고를 통해 답을 낼 수 있다. 무조건 많은 데이터를 모으지 않아도 효율 높게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황 교수는 “뇌를 닮은 기술을 만드는 핵심은 뉴로모픽 반도체”라며 “(데이터를 다량으로 모으지 않는 만큼) 현재보다 전력 소모량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발전에서 큰 걸림돌로 인식되는 전력 문제의 돌파구를 뉴로모픽 반도체로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되는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에서 황 교수에게 대통령 상장과 상금 3억원을 수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