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후기모음 지방자치단체가 출산장려금을 100만원 더 늘리면 합계출산율이 최대 0.0089명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자체 간 현금지원 경쟁이 과열되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 있는 만큼, 중앙정부 차원의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하세정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인구정책평가센터장은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조세재정연구원의 ‘2025 인구정책 심포지엄’에서 “지자체가 출산장려금을 100만원 늘릴 때마다 합계출산율은 0.0072~0.0089명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시뮬레이션상 장려금이 4600만원을 넘어가면 효과는 급격히 둔화한다고 했다. 현금지원을 계속 늘린다고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 정책 효과는 더 떨어질 수 있다. 하 센터장은 “한 지자체가 현금 지원을 늘리면 주변 다른 지자체 현금 지원도 비례적으로 증가했다”며 “현금성 지원 경쟁 심화는 투입 대비 효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경남 창녕군은 지난해 12월부터 출산장려금을 첫째는 500만원으로, 둘째는 700만원으로 각각 300만원씩 늘렸다. 그러자 인접한 경남 의령군은 지난 1월 두 자녀 이상 가구에 자녀 1명당 월 10만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령군은 기존에 첫째 400만원, 둘째 700만원, 셋째부터 14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해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저출생 관련 현금 지원 정책이 겹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2022년 이후 자녀를 낳은 부모에게 ‘첫만남이용권’ 200만원을 지원한다. 하 센터장은 “중앙정부의 출산장려금인 ‘첫만남이용권’ 정책은 지자체 출산장려금과 유사중복성이 높은데 상호 연계 없이 설계됐다”며 “장기적으로 현금성 지원 남발 예방을 위해 중앙과 지방의 연계를 통한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출생율 제고를 위한 조세 정책 개편도 논의됐다.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다자녀 가구의 세 부담을 줄여주려면 단독가구의 세 부담을 높이는 등 ‘조세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득세를 개인 단위에서 부부나 가구 단위로 매기는 세제 개편을 하면 막대한 세수 감소가 따르기 때문이다.
오 본부장은 일례로 더불어민주당이 도입을 검토했던 ‘프랑스식 가족계수제’(N분N승제)를 별도 세수 확보 대책 없이 시행하면 최대 31조92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가족계수제는 납세자와 배우자, 자녀 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자녀가 많을수록 세 부담이 줄어드는 제도다.
저출생 대책으로 감세보다는 재정 지원이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본부장은 “인적공제 확대 등 가족친화적 세제 개편은 누진세제의 특성상 중·고소득층에게 유리하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대체로 가족 지원을 조세 정책보다는 재정 지출을 통해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다. 사형 확정 판결도 2015년 이후 내려지지 않았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한국에 사형제 폐지를 고려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해왔으나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 존치 주장이 힘을 얻는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라파엘 셰뉘엘아자 ‘사형제 폐지를 위해 하나로(ECPM)’ 사무국장은 “새로운 정부와 새 시대를 열고 있는 한국은 사형제 폐지를 논의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ECPM은 국제 사형제 폐지 운동 단체다.
그는 “지난 몇 개월간 한국은 불법계엄 등 복잡한 정치적 순간들을 통해서 민주주의는 취약하고 부서지기 쉽다는 것을 봤다”며 “민주주의가 무너진 국가에서는 (정권이) 국민의 생살여탈권을 가질 수 있음을 봤기 때문에 사형제 폐지를 통해 이를 제한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형제 폐지 이후 범죄율이 증가하는 곳보다 유지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곳들이 많다”며 사형제에 범죄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사형제 폐지 논의는 전무한 상태에 가깝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2019년 세 번째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나 아직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15대부터 21대까지 관련 법안이 9개 발의됐으나 모두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세계적으로 극우 정치인들이 득세하며 사형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당일 연방 사형제도를 복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내에서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4월 페이스북에서 “법은 보호할 가치 있는 생명권만 보호해야 한다”며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셰뉘엘아자 사무국장은 사형제 폐지가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1989년 유엔 차원에서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 구속력 있는 규약(‘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을 채택했기 때문에 이미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들이 이를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CPM은 내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사형 제도 폐지 총회’에 한국 정부를 초대하려고 한다. 셰뉘엘아자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한국이 총회에 참가하지 못했던 것은 놀랍고도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 중 외교부, 법무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부 부처 및 지난해 사형제 폐지 법안을 발의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사형제 폐지 논의를 활성화하고 총회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셰뉘엘아자 사무국장은 한 국가에서 사형제가 폐지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라면서 “이 대통령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사형제 폐지는 리더십이 필요하고 여론은 결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따르게 되어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