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후안옌 지음 | 문현선 옮김윌북 | 332쪽 | 1만8800원
대도시의 인파를 보며 생각하곤 한다. 다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을까. 어떤 의미가 있는 하루를 보냈을까. 같은 날 같은 공간을 스치지만, 누군가는 별다를 것 없이 보냈을 시간에 다른 이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심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책 제목이 곧 저자의 대표 이력이다. 그는 베이징(북경)에서 택배 일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온라인에 글로 써 명성을 얻었지만, 광저우의 물류센터 야간근무자였고, 상하이 자전거 가게의 직원이기도 했다. 저자의 직업 이력만 19개다.
저자는 담담히 자신이 일했던 경험을 풀어낸다. 어떻게든 임금을 적게 주려는 물류회사의 관리자들, 주소를 잘못 적어놓고도 배달사고의 책임을 택배기사에게 덮어씌우려는 진상 손님들… 그들을 겪으면서도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 “점심을 건너뛰고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려 물도 마시지 않은” 저자는 “1분당 0.5위안(약 95원)”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상급자나 동료들과의 갈등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는지는 내가 처한 환경에 좌지우지됨”을, 주유소에서 일할 때 택시기사와 다투며 “비천한 사람들은 권력에 반항해 봐야 힘만 들기 때문에 다른 비천한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을 깨닫는다. 택배회사가 문을 닫게 돼 빠른 배달에 신경 쓰지 않게 되면서 “업무 효율을 상관하지 않자 모든 고객이 친절하게 대해주고 진심 어린 미소를 지어주었다”며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으면 세상이 화목하고 정겨워질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고도 느낀다.
맞서 싸우기보다는 어떻게든 현실에 맞춰가려 한 저자의 성격 때문에 상황 변화가 극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는 적지만, 오히려 일상과 닮은 그의 삶에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일터에서 만난 이들을 때때로 저주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삶의 경험이 쌓이면서 원한의 무가치함을 깨달았다”며 “일하면서도 그 속에서 자기 긍정과 행복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롯데면세점 임직원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고객들의 생명을 구했다.
3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제주점을 방문한 한 중국인 고객이 주차장에서 갑자기 쓰러지자 김동진 사원이 기도 확보 조치를 하고 김정우 대리는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3분 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는 고객이 맥박과 호흡을 되찾은 상태였다. 당시 응급조치가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 있던 롯데면세점 다른 직원들도 차량 유도 및 고객 통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월28일에는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출발 대합실에서 70대 여성이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윤남호 롯데면세점 제주공항점장이 환자를 발견하고 응급처치를 했다. 덕분에 이 여성은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의식을 찾았다.
윤 점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공항공사 고객서비스 최우수상과 제주관광공사 공로 감사패, 제주 소방안전본부 하트세이버 인증서를 받았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부터 임직원에게 재난 대피훈련과 심폐소생술, 자동제세동기 사용법 등을 가르치는 ‘시민 안전 파수꾼’ 교육을 하고 있다.
박상호 경영지원부문장은 “체계적인 교육과 현장 대비 훈련 강화로 언제든 응급상황에 임직원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하겠다”며 “롯데면세점이 단순히 쇼핑 공간이 아닌 고객의 든든한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16개 의혹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 여사 일가 등에 대해 출국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팀은 특검을 출범하면서 원 전 장관과 김 여사의 어머니인 최은순씨(78), 김 여사의 오빠 김모씨(54) 등에 대해 모두 출국금지 조처를 갱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기관이 바뀌면서 특검팀에서 출국금지 여부를 판단해 이같이 조처했다. 출국금지는 특검팀이 수사의 대상을 명확히 한다는 의미가 있다.
원 전 장관과 최씨 등은 모두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돼 있다. 이 의혹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이 기존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사건이다. 원 전 장관 재직 시절인 2023년 5월 국토부는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한 양평 고속도로 노선의 종점 변경안을 발표했다. 강상면에 김 여사 일가가 땅 29필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팀이 다루는 다른 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찰 수사가 되지 않아 우선해 다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 전 장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이 의혹의 핵심은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블랙펄인베스트의 전 대표 이종호씨가 해병대 예비역들이 모인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 “삼부 체크”라고 언급하고, 이후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재건사업을 논의한 것과 맞물려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임원들이 윤 전 대통령의 재건사업 논의 시기였던 2023년 5월22일 원 전 장관과 함께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에 참석한 경위 등도 파악하고 있다.
특검팀은 본수사 개시 하루 만인 지난 3일 삼부토건 본사와 전·현직 이사들의 주거지 등 1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피의자들의 휴대전화와 PC 등을 압수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강제수사 하루 만인 이날은 이응근 삼부토건 전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박해남 지음휴머니스트 | 384쪽 | 2만4000원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사회적 관점에서 부당하게 정권을 잡은 신군부가 국민들을 올림픽이라는 스펙터클에 눈길을 돌리게 하는 ‘우민화’ 정책으로 설명되어왔다. 이 책은 익숙한 서사를 넘어 서울 올림픽을 거대한 ‘공연’으로, 서울을 ‘극장도시’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저자는 ‘공연론’의 관점으로 한국 사회 형성 과정을 들여다본다. 연출자인 군인들이 무대에 누가 서거나 서지 못하도록 만들었는지,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어떻게 훈련받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를 들여다보는 대상이 ‘메가 이벤트’인 올림픽이다.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신군부는 ‘세계’에 보기 좋은 무대를 만들어냄으로써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저자는 이를 홉스의 사회계약론에 빗대 ‘공연계약’으로 명명한다. ‘외국인’의 시선이 모일 서울 전체를 스펙터클한 공연 무대로 만들기 위한 대개조에 착수했고, 올림픽 바깥의 사람들은 목소리를 내며 갈등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올림픽 공식 주거’로서의 최신식 아파트와 빈민의 임대주택이 뒤섞인 도시 경관이라는 계급질서인 셈이다.
메가 이벤트를 통한 공연계약은 1993년 대전 엑스포, 2002년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준비됐다. 달라진 점은 시민들이 열정적인 거리응원을 마친 뒤 알아서 치우고 질서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태도가 세계의 시선을 깊숙이 내면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선의 가상적 주체가 군인에서 외국인으로 바뀌었을 뿐, 공연계약에 바탕을 둔 우리 사회의 내면화된 억압과 불평등은 바뀌지 않았다는 통찰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2024년 겨울부터 한국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혼란이 88년 체제가 사회적 갈등과 분열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공연계약을 어떻게 사회계약으로 전환할 것인가, 관객석에 앉아 무대 위의 배우를 평가하는 리바이어던을 어떻게 사회 구성원의 삶의 무대를 지탱하는 리바이어던으로 전환시킬 것인가 등의 질문을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