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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폭우 사망자 51명으로 늘어나···여름 캠프 참가 소녀 20여명 실종
작성자  (182.♡.210.26)
미국 텍사스주 과달루페강 일대 폭우와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51명으로 늘어났다. 강 유역 수련원에서 열린 여름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청소년 20여명은 실종됐다.
AP통신은 5일(현지시간) 홍수로 인해 텍사스주 커 카운티에서 어린이 15명을 포함해 최소 43명이 사망했고, 인근 지역에서도 최소 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내린 폭우로 인해 과달루페강의 물이 범람한 영향으로 커, 트래비스, 버넷, 윌리엄스 등 카운티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폭우 당시 청소년 수련원과 캠핑장이 즐비한 이 지역에는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인파가 몰렸다. 현지 언론들은 피해 지역 곳곳에 차량이 뒤집히거나 건물이 파손돼 있었으며 나무와 금속 파편이 진흙탕 속에 뒤섞여 있었다고 전했다.
커 카운티 내 강변에 있는 ‘캠프 미스틱’ 수련원에서는 27명의 소녀가 실종됐다고 NBC는 전했다. 이곳에서는 7세에서 17세 사이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여름 캠프가 열리고 있었다. 당시 이곳에는 750명의 어린이·청소년이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커 카운티 주민 에린 버지스는 천둥소리에 잠에서 깬 지 20분 뒤에 집 안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집에서 나와 아들과 함께 한 시간 동안 나무에 매달려 버틴 끝에 간신히 구조됐고 AP통신에 말했다.
헬기와 구명보트, 무인기(드론) 등을 동원해 수색·구조작업에 나선 당국은 이날까지 피해 지역에서 약 850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5일 오후 7시까지 홍수주의보가 예보돼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홍수 피해 규모가 큰 이유로 열대성 폭풍 배리의 영향으로 예보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린 점과 새벽 시간대에 강물이 급격히 불어난 점을 꼽았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전날 커 카운티에 최대 7인치(약 18㎝)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는 최대 12인치(약 30㎝)의 비가 내렸고, 과달루페강 수위는 전날 오전 5시15분쯤부터 45분 만에 8m가량 올라갔다.
지역지 텍사스트리뷴은 정부효율부(DOGE)가 기상 예보관 수백 명을 해고하면서 예보 체계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DOGE는 지난 2월 NWS 소속 수습직원 370여명을 해고했다. NWS 노동조합은 텍사스주 샌앤젤로 사무소는 현재 23개 직책 중 4개가 공석이고, 샌안토니오 사무소는 26개 직책 중 6개가 공석이라고 밝혔다.
다만 NWS 측은 재난 발생 당시 담당 지역 사무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연방 당국이 주, 지역 당국과 협력 중”이라며 “용감한 구조대원들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피해 가족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텍사스에도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사상자 2명이 발생한 인천 맨홀 사고와 관련해 “일터에서의 죽음을 멈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이 “국가는 노동을 통해 살아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책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인천 맨홀 사고와 관련해 “현장 안전관리에 위법한 점이 있었는지 철저히 밝히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에게 엄정한 조치를 취하라”고 강조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 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는 특단의 조치 취하라”고 주문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정비동의 안전 관리에 개입해왔다는 정황을 시사하는 메시지가 확인됐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서부발전이 직접 김충현씨에게 정비 지시를 내린 증거라고 주장했다.
7일 취재를 종합하면, 2024년 2월 27일 김충현씨는 한전KPS 담당자에게 “방금 서부발전에서 3명이 공작실을 다녀갔습니다. 안전난간의 망을 정비해달라 지적을 받았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메시지 내용을 보면 김충현씨는 서부발전의 안전망 정비 요청을 한전KPS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사실상 업무를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성 대책위 언론팀장은 “서부발전에서 (업무 관련해) 지적하면 보통 한전KPS가 수행하는 게 아니라 2차 하청업체에서 수행한다”며 “김충현씨는 한전KPS에 새 안전망을 달라고 요청하거나 정비동 내부에 있는 안전망 자재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한전KPS 직원들이 공식적인 작업 의뢰 절차를 건너뛰고 김씨에게 정비를 지시한 메시지 기록은 여럿 나왔지만 원청인 서부발전이 언급된 메시지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서부발전은 태안 화력발전소 운영사이자 발주처다. 한전KPS는 서부발전으로부터 발전설비 정비공사를 도급받은 1차 하청업체이고 한전KPS는 한국 파워오엔엠에 다시 하청을 줬다. 김씨는 2차 하청업체인 한국 파워오엔엠 소속으로 공작기계실에서 홀로 작업하다 지난달 2일 기계에 끼여 숨졌다.
김씨 메시지를 보면 서부발전이 정비동 안전 관리를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층으로 돼 있는 정비동 2, 3층 난간은 떨어질 위험이 있어 안전망이 설치돼 있다. 안전망 정비는 공작실 담당인 김씨가 처리할 업무가 아니지만 서부발전은 재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편의적으로 일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 이후 서부발전은 “한전KPS에 공간을 임대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작업 관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서부발전은 무상임대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 조건을 보더라도 도급계약에 따른 형식적 계약일 뿐”이라며 “임대계약서를 보면 원청의 안전의무와 한전KPS 측의 안전관리 의무가 같이 기재돼 있다. 한전KPS와 서부발전 모두에 안전관리 의무가 있다는 걸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서부발전과 한전KPS 모두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한편 한전KPS가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일지 감독 사인 없이 업무를 지시해 김씨가 오히려 담당자에게 사인을 요청한 메시지도 여럿 공개됐다. 김씨는 지난 4월 한전KPS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작업하려면 TBM일지 공사감독 싸인이 있어야 됩니다. 나중에 작성 좀 해주세요”라 했고 지난해 10월에도 “지난주 주신 너트로 이어서 가공하려는데 작업의뢰서와 TBM일지 공사감독란에 싸인이 필요합니다. 금요일 작업 때는 다른 일로 TBM일지 싸인 받아놓은 게 괜찮았습니다. 지나는 길이든 다른 KPS 직원분 중에 싸인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9월에도 “금요일 용접을 해주어 오늘 볼트 자리 가공하려고 합니다. 과장님 지나는 길에 TBM일지 싸인 좀 해주세요”라고 했고 2022년 8월에도 “과장님 TBM일지 하단부에 공사감독 확인란에 싸인을 받아야 된답니다. 확인 좀 부탁드릴게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가 메시지 보낼 때마다 한전KPS 담당자는 달라졌다.
대책위는 이날 서부발전·한전KPS·한국파워오엔엠 관계자들을 노동부 천안지청에 고발했다. 대책위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시스템의 근본적인 결함을 밝혀내고 원청사와 경영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일선 관리자에 대한 처벌을 넘어서서 원청사와 경영책임자를 엄중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산의 주역으로 밀고 들어오는 시대에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과 노동자의 위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어느 경제사상가가 일찍이 1858년경에 남긴 문장을 여기에 인용해본다.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실물적인 부를 창출하는 일은 노동이 아니라… 여러 도구들의 힘에 점점 의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생산 과정의 가장 주요한 행위가가 아니라 생산 과정의 외부에 서게 되는 것이다… 생산과 부를 떠받치는 주요한 기둥은 이제 더 이상 인간 스스로가 수행한 직접 노동도 아니며 그의 노동 시간도 아니다… 직접적인 형태의 인간 노동이 더 이상 부의 원천이 아니게 되는 순간 필연적으로 노동 시간도 더 이상 부를 측량하는 척도가 될 수 없게 되며, 또한 필연적으로 교환 가치도 더 이상 사용 가치의 척도가 될 수 없게 된다. 교환 가치에 의존하는 생산 양식은 이에 무너지게 된다.”
놀랍게도 이 글을 쓴 이는 카를 마르크스이다. 그렇다. 모든 가치와 부의 원천은 오로지 임노동자의 노동에 있으며, 상품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그 생산에 투하된 노동 시간에 따라 형성된다고 주장하는 노동가치론의 강력한 주창자 마르크스 맞다. 그런 그가 지금 이 인용문에서 그려내고 있는 것은 임노동도 노동 시간도 또 그에 근거한 (교환) 가치도 모두 사라져버린 경제이다. 그가 이 글을 쓰던 당시에는 물론 이러한 상황이라는 것이 아득히 먼 미래에나 벌어질 소실점의 유토피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21세기 한복판에 사는 우리는 이를 당장의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도래하게 된 것은 물론 마르크스가 생각했던 것처럼 단선적인 과정은 아니었다. 그리고 임노동의 쇠퇴가 기술 발전의 결과인지 원인인지 혹은 둘 다인지도 간단하지가 않으며,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풍요와 자유와 인간 실현의 유토피아가 될 것인지도 전혀 분명하지 않다. 이에 임노동의 역사를 잠깐 짚어보자.
오늘날에는 화폐적 소득을 발생시키는 모든 종류의 인간 활동을 (임)노동으로 총칭하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그 의미도 아주 복잡하고 모호해졌지만, 본래는 그렇지가 않았다. 애덤 스미스 시대의 경제사상가들이 소득의 3대 원천으로 지대, 자본, 노동을 이야기할 때의 노동이란 ‘고역(toil)’ 즉 ‘남들이 하기 싫은 고생스러운 일’을 뜻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지금도 ‘막대기 세 개로 주리를 튼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파생된 프랑스어 ‘travail’에 그대로 남아 있다. 한마디로 ‘쌩노가다’이다. 숙련이나 재주 따위는 필요 없다. 그냥 팔다리 온전해 몸만 움직일 수 있고 말만 알아들으면 된다. 작업은 땅을 파고 짐을 나르고 말뚝을 박는 단순한 것이다. 과정도 투명하고 작업량의 측정도 분명하며 성과는 거의 정확히 노동 시간에 비례한다. 노동자는 그렇게 ‘개고생’을 한 대가인 ‘임금(wage)’을 받아간다.
20세기 중반 후 임노동 과도한 팽창
하지만 이렇게 투명하고 명쾌했던 임노동이라는 관계는 이후 갈수록 불투명하고 애매한 것으로 변해간다.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인간 생활의 갈수록 더 많은 부분을 자본이 조직하게 됨에 따라 이 임노동이라는 관계가 생산 전반에 걸친 보편적인 고용 형태로 확장된 것이다.
19세기 말에는 화이트칼라 즉 사무직 노동자들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이들이 ‘비천한 노동자’와 동급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배울 만큼 배운 상태에서 기업 경영자를 보좌하고 돕는 ‘예비 경영인’들로 여겨졌기에 그들의 활동은 ‘서비스’로 간주됐으며 그들이 받는 보수 또한 ‘임금’이 아니라 군인이나 공무원들이 받는 ‘봉급(salary)’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이들의 숫자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의 업무와 지위 또한 사실상 임노동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가 된다. 그리하여 이들 또한 스스로의 정체성을 노동자로 갖기 시작하며 스스로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게 된다.
20세기 중반을 거치면서 학교, 병원, 미술관, 방송국 등등 사회적 활동의 대부분이 거대 기관들을 중심으로 조직되는 변화를 겪게 되면서 이제 임노동 관계, 즉 일정한 업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로 임금(혹은 봉급)을 받아가는 고용 관계는 좁은 의미의 생산과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 이제는 대통령도 “나도 노동자”라고 외치는 세상이 됐고, 형식상 임노동 계약 관계에 들어 있지 않은 프리랜서들도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부르게 됐다.
하지만 임노동 관계라는 형식의 이러한 과도한 팽창은 내부적 모순을 담고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 17세기 영국 농촌에서처럼 밭을 가는 노동을 시키고 일당 혹은 주급 얼마를 준다는 관계는 일을 시키는 쪽이나 일을 하는 쪽이나 비교적 분명하고 투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조직 관리, 디자인, 홍보 전략 수립 등등 오만가지의 복잡한 일들을 시키는 이와 수행하는 이의 관계도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해 일률적으로 일한 시간이 얼마이니 얼마를 주겠다는 식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자유로운 생산자 연합’ 경제 예고
일을 시키는 쪽이나 일을 하는 쪽이나 불평이 끊이지 않는다. 일을 하는 쪽은 부당하게 정신적 육체적 정서적으로 혹사당해 빈털터리가 되고 언제 내동댕이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일을 시키는 쪽은 도무지 예측할 수도 측량할 수도 없는 온갖 ‘비효율’과 불안 요인으로 만족스럽게 조직 전체의 기능을 관리할 수 없다는 불만을 만성적으로 안게 된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완전고용’의 시대가 끝나며 노동시장은 파편화되고 위계화되며, 급기야 위축되기까지 한다. 보편적 고용 관계의 형식으로서의 임노동의 쇠퇴가 뚜렷해진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대두는 이러한 임노동의 쇠퇴를 가속화할 것이다. 낙관주의자들은 이를 통해 생산자들이 드디어 임노동이라는 케케묵은 고용 형태를 벗어나 더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스스로의 인간성을 발현하는 세상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마르크스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서두에 인용한 글 중에서 그는 이제 “인간 자신의 전면적 생산성 즉 그의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성의 계발을 전유하는 것이 생산과 부의 주요한 기둥”이 되는 낙원이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니까.
이제 인간은 하루에 몇 시간씩 작업장에 붙들려 있을 필요도 없으며,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정신적 육체적 활동의 구속에서도 해방된다. 모든 개개인은 각자 자신이 다른 사람들이 또 사회 전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관찰하고 고민해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경제 활동으로 삼게 된다. ‘사탄의 맷돌’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공장과 작업장은 사라지고 마르크스도 프루동도 모두가 꿈꾸던 ‘자유로운 생산자의 연합’이 새로운 경제 형태가 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 당장을 사는 우리들 대부분은 그러한 세상의 준비와 훈련이 거의 혹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20세기 이후 산업사회는 인구 대부분을 돈 얼마 주고 일 시키면 군말 없이 결과물을 가져오는 임노동자로 키워내도록 설계돼 있고 또 그렇게 작동해왔으며, 대다수의 우리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일하는 것을 노동이요 경제 활동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우리들더러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좋은 세상이 왔으니 그런 힘든 짓 하지 말고 세상을 잘 관찰해 스스로 인간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알아서 찾아내어 뭔가 해보라고? 인공지능 때문에 졸지에 대량해고를 겪은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6개월 동안 실업수당을 줄 터이니 푹 쉬면서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하는 혁신적인 1인 기업을 열어보라고?
마르크스가 갈파한 것처럼, 인공지능과 로봇이 활개를 친다고 해도 이는 임노동의 쇠퇴를 뜻할 뿐 인간의 자리를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세상은 모든 인간이 훨씬 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자기실현을 이루는 낙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옛날의 산업사회에서 ‘임노동자’로 자라나고 길들여진 우리가 과연 그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 있을까? 혹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도태되고 심지어 절멸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우리와 그 아득히 먼 낙원의 간극을 메꾸어줄 중간 다리의 절충적인 고용 형태는 어디에 있을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 인수위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한 상황에서도 내란 사태를 신속히 수습하고 국정을 정상화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난 4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나타난 65%의 높은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이러한 초기 대응의 성과를 방증한다. 국회 절대다수 의석과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이라는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그래서 더욱 ‘겸허’라는 단어를 전하고 싶다. <동백꽃> 소설가 김유정이 머리맡에 두고 곱씹었다는 이 단어는 권력을 대하는 가장 단단한 품격이기 때문이다.
‘겸허’를 강조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번 정권의 탄생은 결코 대통령 개인이나 민주당의 역량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뜨거웠던 광장의 시민들, 탄핵과 조기 대선을 이뤄낸 시민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둘째, 8%포인트 이상의 득표 차로 승리했지만, 특히 20대 남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거부감은 뚜렷했다. 탄핵 찬성과 정권교체 지지율에 비해 전체 득표율이 낮았다는 점도 통합의 리더십이라는 더 큰 과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재명 정부가 실현해야 할 핵심 과제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시민과 함께하는 정치로의 전환’이다. 대통령은 이번 정부를 ‘국민주권정부’라 규정했고, 그 일환으로 국정기획위원회 산하에 ‘국민주권위원회’를 설치했다. 하지만 슬로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시민들이 정치 결정 과정에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제도화이다.
장관 국민추천제 같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국민발안제, 시민의회, 숙의형 공론장 등 시민이 입법과 정책 결정 과정에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확대해야 한다. 이미 캐나다·아일랜드·영국·프랑스 등에서 시민의회는 선거제도 개혁, 헌법 개정, 기후 정책 등을 다루는 강력한 제도로 자리 잡았다. 우리 또한 선거제 개혁이나 개헌 같은 중대한 사안에서 시민이 직접 숙의할 수 있는 시민주권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포괄할 수 있는 기구로 대통령 직속 국민주권위원회를 설치해 시민이 주체가 되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국민주권정부’의 길이다.
둘째는 ‘감시와 견제의 복원’이다. 윤석열 정부가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최소한의 기준을 스스로 저버렸기 때문이다. 공정은 상대에게만 적용되는 잣대가 아니다. 가족과 측근, 여당 인사에게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진정한 공정이라 할 수 있으며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는 리더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겸허한 권력’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고 최근 임명을 검토하고 있는 특별감찰관의 조속한 운용이 요청된다. 대통령의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대통령실 고위 공직자를 감찰할 수 있는 특별감찰관은 단지 하나의 공약이 아니라, 새 정부가 과거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어야 한다. 대통령실이 임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그것이 진심이라면 빠른 실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는 대통령실 제2부속실의 복원과 제도화다. 배우자의 공적 활동을 공식적 영역으로 규정하고,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장치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회복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이 작동할 때 공정은 선언이 아니라 제도의 힘으로 작동하는 현실이 될 것이다.
시민을 주인으로 세우고 공정의 원칙을 지켜낼 때 비로소 정부는 겸허하다고 불릴 수 있다. 겸허한 정부가 가장 당당한 정부이자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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