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상승세가 둔화했다.
7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집값 상승률은 0.43%에서 0.4%로 0.03%포인트 줄었다. 한 주 전까지만 해도 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할 만큼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였지만 대출 규제로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특히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포·용산·성동에서 상승폭이 줄었다. 강남구는 0.84%에서 0.73%로, 서초구는 0.77%에서 0.65%로, 송파구는 0.88%에서 0.75%로 줄었다. 마포구는 0.98%에서 0.85%로, 성동구는 0.99%에서 0.89%로, 용산구는 0.74%에서 0.58%로 줄었다. 강동구(0.74%→0.62%)와 광진구(0.59%→0.49%), 동작구(0.53%→0.39%)도 상승세가 꺾였다.
매수 의향도 줄었다. KB부동산의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을 보면, 11주 연속 상승했던 서울 아파트의 매수우위지수는 76.4으로 전주(99.3)보다 22.9포인트 하락했다. 권역별로는 강북 14개구가 69.7로 18.9포인트 떨어졌고, 강남11개구는 82.3으로 26.6포인트 떨어졌다. 강남권의 매수 심리 위축이 더 큰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고강도 대책으로 당분간 수도권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도 시행되면서 막차수요의 쏠림 현상이 끝났다.
추가 대책도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수요억제책과 공급확대책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7일 과거사 문제를 두고 국제무대에서 초유의 투표 경쟁을 벌였다. 양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군함도(하시마·사진) 관련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할지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표결이 진행된 것이다. 한국이 투표에서 지면서 군함도 문제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세계유산위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제47차 회의에서 ‘군함도에 대한 해석전략 이행에 관한 검토’를 정식 의제로 다루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국이 제안한 이 안건은 잠정 의제에는 올랐지만, 일본이 정식 의제 채택에 반대했다. 일본은 해당 의제를 제외한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고, 한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표결에 부쳐졌다.
비밀투표 결과 위원국 21개 중 찬성 7표, 반대 3표로 일본 수정안이 통과됐다. 기권 8표, 무효 3표로 집계됐다. 세계유산위는 보통 컨센서스(전원 동의) 방식으로 결정을 내려서 표결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한국은 이날 표결 전 토론에서 일본이 2015년 군함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약속한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어서 이를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안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그간 조선인 강제동원을 비롯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공언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도 지키지 않고 있다.
애초 군함도 문제는 일본의 주장에 따라 이번 세계유산위 의제에서 빠졌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유네스코 사무국에 군함도를 의제로 다룰 것을 요청했고, 사무국은 지난달 12일 ‘잠정 의제’로 추가했다. 그러자 일본은 사무국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은 막판까지 협의를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표결에 이르게 됐다.
이번 사안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해온 한·일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서 경직된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또 한국이 표 대결에서 패하면서 외교력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한·일은 다른 위원국들을 상대로 물밑 외교전을 벌여왔다.
다만 한국이 토론에서 일본의 약속 미이행 실태를 공론화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의제 채택에 필요한 표가 확보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세계유산위 회의 기간 중 적절한 계기에 일본의 이행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정식으로 다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앞으로 양자 및 다자 차원에서 일본이 세계유산위의 관련 결정과 스스로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지속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세계유산위는 2015년 군함도 등재 이후 2018·2021·2023년 채택한 결정문에서 일본의 후속 조치 이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일본은 2020년 6월에야 뒤늦게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군함도에서 약 1000km 떨어진 도쿄에 설치했다. 여기엔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자료만 전시했고, 2023년에는 한·일 강제병합이 합법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모니터까지 놓았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하면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폭우·홍수 같은 재해가 전 세계적으로 더 강하게,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분석했다.
지난 4일 새벽 텍사스 중부지역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로 최소 82명이 숨졌다. 커 카운티에서 시작해 샌안토니오 쪽으로 흐르는 과달루페 강이 범람해 홍수가 발생하면서 인근에서 열린 어린이 캠프에 참여한 인원 중 12명이 실종된 상태다.
이번 텍사스 홍수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평가된다. 텍사스 커 카운티에서는 지난 4일 3시간만에 3개월 치 강수량인 250㎜의 비가 내렸다. 다음날 오스틴 서쪽에서는 5시간 강수량이 355.6㎜로 기록됐다. 인근 컴포트 지역 강 수위 데이터를 보면 과달루페 강 수위는 약 1시간 반 동안 1m에서 10m로 급상승했다. 가디언은 “안정적인 기후조건이라면 거의 1000년에 한번 내릴 수 있는 양”이라고 보도했다.
기후변화가 홍수를 더 치명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전 세계 날씨를 예보하는 아큐웨더의 수석 기상학자인 조나단 포터는 LA타임스에 “대기가 따뜻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우로 인한 홍수 발생 빈도와 증가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 연방정부의 ‘국가 기후 평가’를 보면 텍사스주 동부 기준으로 연간 5㎝ 이상의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이 1900년 이후 20% 증가했다. 기후학자인 존 니엘센-가몬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텍사스 전역에서 극한 폭우의 강도가 2036년까지 10%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원래 침수가 잦은 과달루페강 인근에는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멕시코만과 열대 태평양 지역에서 온 습한 공기와 북아메리카 대평원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가 텍사스 힐 컨트리 인근에서 충돌하면서 요란한 날씨를 불러일으킨다. 구릉과 계곡으로 이루어진 지형이 비를 강으로 몰아넣어 이 지역에 폭우를 만든다.
LA타임스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는 시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상 예보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기후 관련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과학자와 연구원을 해고하고 있다”며 “재난 대응 역량이 약화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재난을 대비하는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국립기상청(NWS) 등 기관에서 수백 명의 전문가를 해고했으며 조기 경보 시스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