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던 ‘주 4.5일 근무제’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법 개정을 통해 일정 시점에 시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계에서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지 않고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을 얼마나 지원할지가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 대통령은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노동 시간 단축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일하지만, 생산성은 떨어지고, 힘이 드는데 국제 경쟁력은 점점 떨어진다”고 말했다. 2023년 기준 한국 임금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87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연 1717시간)보다 4주 정도 더 길다. 이 대통령은 “노동 생산성을 올리고, 노동 시간도 줄여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국제적 추세”라며 “(근로 시간을) 줄여야 건강한 삶도 가능하고, 길게 보면 일자리 나누기라는 측면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당장 법을 개정해 일정 시점에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하는 것은 갈등이 너무 심해서 불가능하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가능한 부분부터 점진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12시간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주 40시간을 36시간으로 단축하는 법률 개정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국정기획위원회에 주 4.5일제를 실시하는 기업에 ‘일자리 장려금’을 주거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신규 채용을 하는 경우 장려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부는 올해 하반기 5년간 한시적으로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을 제정하고 주 4.5일 지원사업을 설계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노동부는 기본사회위원회에 ‘국가 근로시간 단축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노동부 내에 ‘범부처 로드맵 추진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실제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보기 위해선 정부가 제대로된 기업 지원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봤다. 김종진 ‘주4일제네트워크’ 대표는 “법 개정을 하지 않고 주 4.5일제를 의미 있게 추진하려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 기업을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 재정 투입을 얼마나 할지가 새 정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라며 “그에 포괄임금제를 금지하고 연차 사용을 활성화하며 퇴근 후 SNS 금지 등 공짜 노동을 금지하는 것도 실제 노동시간 감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가 올해부터 2027년까지 300인 미만 사업장에 주 4.5일제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노동자 1인당 월 최대 26만원의 임금보전 장려금과 기업당 최대 2000만원의 컨설팅 및 근태관리시스템 구축비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67개 사업장 지원에 80억원 예산을 배정했다.
우크라이나가 대인지뢰금지협약(오타와 협약) 탈퇴를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사 우크린폼은 29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날 협약 탈퇴를 추진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결정의 정식 명칭은 ‘1997년 9월 18일 체결된 대인지뢰 사용, 비축, 생산 및 이전 금지와 폐기에 관한 협약(오타와 협약)에서의 우크라이나 탈퇴에 관한 사항’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결정은 즉시 발효되며 향후 관련 이행 책임은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에게 부여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치계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인 로만 코스텐코 우크라이나 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전쟁의 현실에 비춰볼 때 오래전부터 필요했던 대응”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리 군과 민간인을 상대로 대규모로 지뢰를 사용하고 있다”며 “적은 아무 제약 없이 행동하는데 우리만 구속될 수는 없다”고 했다.
외교부는 “어려웠지만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우리 땅을 점령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러시아의 끔찍한 만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결정은 우크라이나 의회의 비준과 유엔에 대한 통보를 거쳐야 정식으로 발효된다.
사람이 밟으면 폭발하는 무기인 대인지뢰는 발목 또는 무릎이 절단되거나 부상이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민간인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다. 국제사회는 1997년 대인지뢰를 금지하고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도록 하는 대인지뢰금지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엔 2024년 기준 우크라이나 등 164개국이 가입했고 미국, 남·북한, 러시아 등은 비가입국이다.
우크라이나에 앞서 러시아와 가까운 폴란드, 핀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도 협약 탈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전공의 복귀와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의사 및 전공의 단체는 정 후보자에게 기대감을 표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자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정 내정자는 30일 서울 중구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의·정갈등의 가장 큰 문제는 불신에서부터 초래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 신뢰·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하반기에 복귀할 수 있도록 특례를 검토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9월에 모집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며 “업무 파악 후 전공의들의 의견도 살펴보고 복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해서는 “의료계에 누적된 문제가 많이 있다”며 “좀 더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의료 개혁 방안을 종합적으로 만들고 그 안에 의료 인력에 대한 문제를 다뤘으면 좀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주요 의사 단체들은 정 내정자 임명을 환영하며 대화 의지를 보였다. 의협은 “국가적 위기 극복에 헌신해 온 인물이 중책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의협은 이를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국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정부와의 신뢰 회복과 협력적 관계 형성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했다.
최근 비대위원장을 교체한 대전협도 “이번 장관 인선이 우리 의료 체계의 회복과 재정비를 위한 진정성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대전협은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열린 자세로 논의에 임할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성명에서 “의대협 역시 같은 목적 하에 새 정부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지난 주에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학생들의 기존 입장을 조정해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추후 실무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의사 단체는 장관 후보자가 지명돼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기만을 기다려온 분위기다. 전공의·의대생 내부에서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하반기 복귀를 위한 논의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련병원들은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전공의를 모집하는데, 오는 7월 말 전국 수련병원 211곳의 하반기 모집이 시작된다. 현재 전국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는 총 2532명으로 사직 이전 1만3531명의 18.7% 수준에 불과하다.
대전협 비대위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 등 크게 3가지 요구안을 정부에 내걸고 있다. 이에 더해서 군 복무 중인 전공의 복귀 시에 기존 수련병원·진료과 보장, 8월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 등 세부적인 사항을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 복귀를 위해서는 정부에 각종 특례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대생들의 복귀는 더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급·제적 조치 철회, 계절학기 개설, 의사 국가시험 응시를 위한 필수 실습 시간 단축 등 기존 학사일정을 뜯어고치는 수준의 대대적인 ‘학사 유연화’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학사 유연화는 없다”며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다른 단과대학과 형평성이나 이미 내려진 학치상 조치 등을 고려하면 학사 처분 번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돌아온 학생들이 많지 않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우나, 이런 문제는 이 자리에서 제가 쉽게 말씀드릴 순 없을 것 같다”며 “상황을 정확히 보고 여러 분들의 의견을 듣고 생각할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