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푹 자기가 어렵다고 불평하면, 낮에 깨어 있으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너무 당연하게 들리는 이 말은 잠을 설명해주는 ‘수면 항상성’이라는 중요한 개념이다. 일상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수면 항상성은 널리 인정받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뇌과학적 원리가 작동하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마크 우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진은 최근 연구를 통해 이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찾아냈다. 해당 연구는 한국인 연구자 이상수 박사가 이끌었다.
현재 뇌과학은 생물이 얼마나 잤는지, 얼마나 깨어 있었는지를 측정하는 뇌 구역은 찾지 못했지만 잠을 깨우거나 자게 하는 구역은 밝혀낸 상황이다. 잠의 부족·충분 정도를 알아내는 측정기는 찾지 못했지만, 잠자는 행위 여부를 통제하는 스위치는 찾은 셈이다. 에어컨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온도계 정보가 스위치로 전해져야 더위 수준에 맞춰 에어컨을 자동으로 가동하거나 멈출 수 있을 텐데 아직 그런 체계가 전부 규명된 상황은 아닌 셈이다.
우 교수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 잠을 깨우거나 자게 하는 구역의 상위 부위에 얼마나 잤고 깨어 있었는지를 측정하는 구역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렇게 해서 추려낸 22개 후보군 중 ‘재결합핵’이라는 뇌 영역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었다. 먼저 연구진은 생쥐에서 재결합핵을 활성화했다. 수면 스위치 구역을 활성화하면 거의 바로 생쥐가 잠에 빠지는 데 비해 재결합핵이 활성화하면 몇십 분에서 몇 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잠에 빠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재결합핵이 활성화된 생쥐는 마치 밤을 새운 것처럼 깊은 수면의 양이 특히 증가했다.
또 연구진은 활성화 이후 잠이 들기까지 걸린 시간에 생쥐가 무엇을 하는지 분석했다. 그랬더니 분주히 돌아다니며 먹고 마실 시간임에도, 생쥐는 졸린 듯이 둥지와 털 정리를 했다.
연구진은 재결합핵 구역의 신경세포를 추가 연구했다. 그러자 이 세포들은 예상과 같이 잠을 안 재운 생쥐에서 더 강한 활성을 보였고, 잠을 재우면 활성이 평소와 같이 돌아가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재결합핵의 신경세포는 뇌 여러 구역으로 뻗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불확정대’라고 하는 뇌 구역으로 이어지는 연결이 수면 측정에 중요한 요소로 보였다. 잠을 안 재우면 재결합핵에서 불확정대로 연결되는 신경연결 자체가 즉각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시냅스의 개수가 증가했고 세기는 강해졌다. 이 같은 시냅스의 가소성은 흔히 학습·기억과 연결해서 다뤄지는데, 잠을 안 잘수록 강해지는 시냅스가 재결합핵과 불확정대 사이에 존재했던 것이다. 생쥐를 재우면 시냅스 모양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재결합핵을 억제할 경우 하룻밤을 새우더라도 영향이 없을 수 있지 있을까. 아쉽게도 잠을 안 재운 생쥐의 재결합핵을 억제해도 더 자고 싶은 경향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잠과 관련한 심층 탐구의 시작점이다. 앞으로 이어질 연구는 과학적으로 수면을 제어하고, 또 불면 없이 ‘꿀잠’을 잘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와 열대야가 기록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30일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밤사이 기온이 크게 내려가지 않은 서울·강원 강릉·충북 청주·대구·울산·경북 영덕·영천·제주 서귀포 등 총 9개 지역에서 열대야가 나타났다.
열대야는 밤사이(오후 6시1분∼다음날 오전 9시)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
1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체감 온도가 33도 안팎으로 오르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겠다. 또 경기 일부 지역과 강원 동해안·산지, 남부지방, 제주도 동부 등은 체감온도가 35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비용에 생명윤리 논란 계속대웅제약, 고형암 약 비임상단계후보물질 유효성 평가 단계 도입새 정부 “대체실험 집중 지원”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해오던 고비용과 생명윤리 논란의 동물실험을 대체할 새 시험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 폐지를 공식화하고, 3차원(3D) 세포배양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작은 장기 유사체인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대체시험을 허용하면서 국내 업계도 이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모습이다.
2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현재 고형암 신약 개발을 위한 비임상단계에서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후보물질을 평가하고 있다. 대장암, 위암, 췌장암, 폐암, 유방암 등 총 10가지가 대상이다. 비임상단계에서는 신약의 독성과 유효성(약효) 평가가 이뤄지는데 대웅제약은 암에 걸린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약효 평가를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동물실험의 생명윤리와 관련된 문제도 있지만, 동물 구매 및 보관 등에 소모되는 비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오가노이드 활용은 초기 단계이지만 앞으로 산업 규모가 커지고 기술이 개발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오가노이드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오가노이드 산업은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FDA는 지난 4월 약물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기존 실험을 오가노이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인간과 생물학적 차이가 있는 동물 대신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인간 생체 반응을 더 잘 예측할 수 있고, 연구·개발(R&D) 비용도 줄일 수 있어 공중보건과 생명윤리 모두에 이익이라는 취지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은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가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에서 2030년 33억달러(약 4조4700억원)로 연평균 22%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업계도 분주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6일 신약 후보물질 선별 서비스인 ‘삼성 오가노이드’ 사업의 시작을 알리며 “‘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통한 항암 신약 후보물질 스크리닝(선별)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동물실험을 활용한 후보물질 선별은 윤리적 문제, 낮은 환자 유사성, 비용 부담 등 단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오가노이드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도 “현재 최소 10곳의 후보기업 사이에서 오가노이드 대체시험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동물실험으로 진행되는 전 임상단계에서 동물실험과 대체시험을 병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새 정부 역시 오가노이드 등 첨단 대체시험 개발을 위한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7일 “첨단바이오산업의 기술주도권 확보와 국내 바이오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첨단 대체시험법’ 개발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차원 세포, 유사장기 등 동물실험을 대신할 대체시험법 관련 핵심 소재·부품과 시스템 개발 지원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올해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진행되는 이 사업에는 총 434억9300만원이 투입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 법’을 제정하겠다면서 동물 대체실험법 개발과 표준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오가노이드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가노이드가 기존 방식(동물실험)을 대체할 정도의 정확성을 가졌는지 등은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며 “정확성 등 기술력과 비용 두 가지 측면이 해소되려면 사용량이 늘어야 하는데, 지금은 지극히 초창기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