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권 “저기 끝에서 여기까지 120m구간 전체가 전부 불법건축물을 세워 만든 기업형 노점상이 있던 자리입니다.”
김재현 서울 동대문구 도시경관과 가로환경팀장이 지난 18일 용두동 ‘동의보감타워’ 앞 인도를 가리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기업형 불법 노점이 20년간 운영되고 있었다. 불법 노점이지만 사실상 고정시설처럼 운영돼 온 것이다. 동대문구는 지난 10일 새벽 이 곳에 설치된 불법노점을 모두 철거하고, 추가설치 방지를 위해 해당구간 전체에 안전펜스를 설치했다.
김 팀장은 “혹시라도 안전펜스를 치우고 다시 노점을 설치할 수도 있어서 아예 앙카볼트로 구조물을 고정했다”라고 말했다. 안전펜스가 철거된 구역 맨 끝 부분에는 현재 뻥튀기, 야채 등을 파는 6개의 개별 노점만 운영 중이다. 김 팀장은 “올해 연말까지만 한시적으로 구간을 일부 허용해줬기 때문에 이곳도 올해 안에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두동 동의보감타워 앞 인도는 철거 전까지는 도로의 기업형 노점과 건물 앞 사설 노점으로 걸어다닐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혼잡했었다. 노점을 철거해달라는 민원도 끊임없이 들어왔다.
동대문구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거리가게 실명제’를 도입했다. 노점 소유자와 운영자가 일치하는 노점에만 도로점용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전국 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북부지검으로부터 ‘도로법 분야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받았다. 구 관계자는 “거리가게 실명제와 특사경 도입이 기업형 노점과 생계형 노점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노점상의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형을 차단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구는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대화와 설득도 이어갔다. 관내 주요 2개 노점단체와 한달에 2~3번씩 만나 철거방안을 논의했다. 구 관계자는 “기업형 점주들과 대화를 해보면 경기악화로 임차 노점상들로부터 월 5만원, 8만원 정도 받던 자릿세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진 데다 고령화로 계속 운영이 어려워 철거를 바라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사경으로 지정된 7명의 직원 역시 관할 구역별로 정기 단속 및 수시 점검을 병행 중이다.
그 결과 2022년 7월 1일 기준 572개에 달하던 노점은 6월 현재 236개(41.5%)가 줄어든 336개만 남은 상태다. 서울시가 허가한 시가판대(54개)와 동대문구 거리가게(138개)를 제외하면 무허가 노점은 3년새 74.8%가 줄어든 144개만 남은 셈이다.
이번에 철거를 완료한 동의보감타워 앞 인도는 도로로 편입될 예정이다. 버스중앙차로가 있는 데다 우회전 차로로 상습정체구역인 이 지역의 교통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받아 차선을 추가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다. 1개 노선이 추가되면 상습정체도 상당부분 완화될 것으로 구는 기대했다.
동대문구는 무엇보다 신규 불법 노점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매매, 임대, 승계 등 운영자를 변경해 새롭게 들어선 노점은 별도의 계고절차 없이 즉시철거를 진행하고 있다. 재산이나 소득액이 생계형으로 보기 어려운 기업형 노점 역시 계고절차를 거쳐 정비한다. 다만 생계형으로 운영하는 노점은 최대한 정비 후순위에 두고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민선 8기 취임을 하면서 ‘쾌적, 안전, 투명, 미래’ 4가지 가치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우리 구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엄정한 법집행과 함께 노점상의 인권보호를 함께 실천해 쾌적하고 안전한 동대문구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20일 검찰의 업무보고를 30분 만에 퇴짜 놓았다. 해양수산부·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도 중도에 멈춰 세웠다. 전날 “전 부처 업무보고를 다시 받겠다”고 공직 기강 해이를 질타하더니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점령군처럼 들쑤시고 다닌다”고 맹비난했다. 권력 교체 때마다 불거지던 ‘점령군’ 논란이 이번이라고 예외는 아닌 셈이다.
새 정권 초기 집권 세력과 공직사회 간 갈등은 구조적 측면이 있다. 국정철학이 달라진 데 반해 공직 변화는 더디다. ‘탄핵 대선’으로 갑작스레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재명 정부에선 이 ‘부조화’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점령군 논란이 가장 거셌던 건 2007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였다. ‘작은 정부론’ 등으로 전 정부와 갈등하더니, ‘아륀지(오렌지) 인수위’로 상징된 것처럼 일부 인수위원들의 부적절 언행까지 맞물려 점령군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낮고 조용한 인수위’는 이명박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었다.
국정기획위의 질타를 단순히 공직사회 ‘기강 잡기’만으로 볼 일은 아니다. 1년 전부터 심각한 ‘기강 해이’가 문제가 됐고, 비상계엄 망동 이후 정부가 반년간 사실상 멈춰 선 것을 감안하면 공직사회의 쇄신이 필요한 것도 분명하다. 책임이 큰 부처나 TF 파견을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보신주의가 만연하는가 하면 ‘투잡’을 뛰다 적발되는 ‘도덕적 해이’마저 나타났다. 의대 증원 논란 등 윤석열의 돌출적 국정 행태가 번번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공직사회의 사기가 꺾이고 몸부터 사리게 된 영향일 것이다. 오죽하면 윤석열이 지난해 5월 장관들에게 “공무원들이 의기소침한 게 안타깝다”며 “격려”를 당부했을까.
국정기획위가 이재명 정부 ‘설계자’로 자리 잡고 ‘점령군’이란 오해를 피하려면 세 가지를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한다. 방향의 구체성, 지시의 정당성, 그리고 존중이 담긴 언행이다. 공직사회 무안 주기나 면박으로 비쳐서는 국정의 손발이 될 ‘늘공(직업공무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없다. 정당하고 명확한 방향과 지시는 대화의 출발점이다. 공직사회도 국정기획위의 질타를 그저 ‘군기 잡기’로 치부하지 말고 공직 재건 주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국민들의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