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무직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이란 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자 미 연방 의회가 의회 승인 없는 미군의 분쟁 개입을 막기 위해 앞다퉈 결의안을 발의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마시 하원의원(켄터키)은 17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 로 카나 하원의원(캘리포니아)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 반드시 의회의 표결을 거치도록 하는 ‘전쟁 권한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마시 의원은 엑스에 글을 올려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만약 우리의 전쟁이라면 의회가 헌법에 따라 이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나 의원도 “여러분은 우리를 (2003년) 이라크로 이끈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과 함께하겠는가 아니면 미국 국민과 함께하겠는가”라며 동료 의원들에게 서명 동참을 촉구했다.
연방 상원에도 유사한 결의안이 제출돼 있다. 팀 케인 상원의원(민주·버지니아)이 전쟁 권한 결의안을 발의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 등과 함께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에 연방 자금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샌더스 의원은 성명에서 “미 의회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선택한 전쟁에 미국이 끌려들어 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건국의 아버지들은 전쟁과 평화의 권한을 국민이 선출한 의회 대표들에게만 위임했으며 대통령에게는 의회 승인 없이 또다시 값비싼 전쟁을 시작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하원 결의안이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매파 의원들은 이란 공격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하원 결의안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하기를 꺼리는 공화당 의원들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까지 서명에 동참한 의원은 13명으로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다.
미 헌법 제1조 8절 11항은 전쟁 선포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지만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의 전쟁 수행 권한과 경계가 모호하다는 논쟁이 계속됐다. 1973년 베트남전 당시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결의가 처음 의회에서 채택됐으나 역대 대통령은 이 결의가 최고사령관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지난 수십년 동안 미 대통령들은 의회 승인 없이 여러 차례 군사 작전을 벌여왔다. 2011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리비아 공격에 미군 합류를 명령한 결정과 2020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어떤 대통령도 이를 이유로 법적인 책임을 진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