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업체추천 ‘내란·김건희·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할 ‘3대 특별검사(특검)’의 본격 가동이 임박하자 이 사건들의 ‘원래 책임자’였던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이 갑자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의 부실수사 의혹을 비롯해 각 수사기관의 내란 사건 연루 등이 제기된 상태에서 비판 여론을 만회하려고 막판 속도를 붙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기관 개혁을 예고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서로 경쟁하며 각자 살길을 찾으려 나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검·경·공수처는 최근 경쟁하듯이 압수수색 및 관련자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다. 각 기관들이 맡았던 사건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해 특검이 출범하게 됐지만 특검에 맡기기 전에 최대한 자신들이 막판 수사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먼저 검찰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수사를 하느라 분주하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세 번째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앞서 두 차례 소환조사는 김 여사 측이 불응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재수사하는 서울고검 형사부도 김 여사 측에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그러자 지난 16일 김 여사는 우울증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서울고검 수사팀은 전 수사팀이 4년여동안 확보하지 못했던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인식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새롭게 압수하기도 했다. 검찰은 두 사건 수사 모두에서 늑장·부실수사 비판을 받아왔다.
경찰은 12·3 불법계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윤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저지 및 경호처 동원 증거인멸 혐의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은 대통령실 비화폰 기록 등을 압수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윤 전 대통령에게 세 차례 소환조사를 통보하기도 했다. 경찰은 불법계엄에 경찰청장 등 수장들이 가담한 혐의로 지휘부가 재판을 받고 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순직사건을 다룬 공수처는 수사가 2년 가까이 지연됐다가 최근 군 관계자 소환조사 등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내란 수사를 했던 공수처는 수사과정에서 수사력 부족 논란을 빚으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세 수사기관 모두 특검 출범여부와 상관없이 조직 자체가 흔들리던 터였다. 존재 위기 속에서 특검이 본격 가동을 앞두자 제각각 막판 스퍼트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안으로는 조직을 다시 다잡고 밖으로는 위기감을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특검에서 이들 세 기관은 서로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맡을 사건들에는 현재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검찰수사관, 경찰 수사관, 공수처 검사·수사관들이 파견될 가능성이 크다. 각 특검은 이들 기관에 인력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 경쟁 구도에 있었지만 한솥밥을 먹게 될 운명인 셈이다.
문제는 특검에서의 활동에 따라 향후 조직의 명운도 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의 검찰개혁 등을 예고한 이재명 정부에서 기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검찰은 더 가열차게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역시 이번 특검을 ‘검찰을 넘어설 기회’로 보고 수사 성과를 내려고 집중하는 분위기다. 공수처도 이번 정부에서 ‘위상 정립’을 목표로 “최대한 특검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창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소극적으로 진행되던 수사가 특검을 앞두고 속도를 내는 건 직무유기를 피하려는 것이 크다”며 “윤 전 대통령 부부라는 ‘거악’을 잡는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