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폰테크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에너지와 ‘결별’을 선언했지만 핵연료인 농축 우라늄 수입 제한은 기술적·정치적 복잡성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경우 EU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지불한 에너지 대금은 2000억유로(약 314조원)를 넘는다. 2024년 한 해 동안 러시아에 지급된 금액은 약 220억유로였다. 이 중 핵연료는 약 7억유로로 상대적으로 비중은 작지만 공급망 구조가 복잡해 탈러시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U 내에는 총 101기의 원자로가 운영 중이며 이 중 19기는 구소련이 설계한 VVER 원자로다. 이들 원자로는 러시아산 부품과 유지보수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천연 우라늄 확보, 전환, 농축에 이르는 전체 공급망에서 EU는 러시아에 20~25%를 의존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은 전환과 농축 시장에서 약 5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대 중반까지 러시아산 핵연료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2410억유로(약 379조원) 규모의 민간 및 공공 투자가 필요하다. 원자력 부품 생산에 필요한 기술 인력과 기업 역량도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특히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탈러시아 계획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체코, 불가리아, 핀란드와 함께 VVER 원자로를 보유한 5개 EU 회원국에 포함된다. 헝가리는 러시아와 협력해 2014년부터 기존 팍스 원전에 로사톰이 설계한 신규 원자로 2기를 추가 건설 중이며 자국 전력의 최대 75%를 원전에서 충당하고 있다.
앞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공동 성명을 통해 “2030년대 탈러시아 계획은 가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EU는 핵연료 수입 제한에 있어 제재 대신 무역 조치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 조치는 만장일치가 아닌 가중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어서 헝가리·슬로바키아의 거부권 행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는 2022년부터 카자흐스탄, 캐나다, 니제르 등과 협력해 우라늄 공급처를 다변화하려 노력해왔지만 니제르의 정정 불안 등은 공급 안정성에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채굴한 우라늄을 가스로 전환하는 과정은 환경적으로도 부담이 크고 수익성이 낮아 EU가 수십 년간 외부에 의존해온 분야다. 이 전환 단계에서도 로사톰의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기는 어렵다는 게 EU 내부의 평가다.
유럽은 지난 3년여간 ‘리파워EU’ 정책을 통해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공급 다변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2021년 전체 수입의 45%에 달했던 러시아산 가스는 2023년 기준 19%까지 줄었고, 가격 상한제가 적용된 러시아산 원유는 과거 27%에서 3% 수준으로 급감했다. 러시아산 석탄 수입은 현재 전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핵에너지 분야에서는 기술적 전환뿐만 아니라 정치적 합의와 산업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어야 하며 로사톰이라는 ‘공룡’ 기업의 지배력을 벗어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싱크탱크 브뤼겔의 벤 맥윌리엄스 연구원은 FT에 “우라늄 공급망은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빠른 전환은 어렵다”며 “점진적이고 계획적인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