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무직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6일 과거 서울시장 선거 당시 SK그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건을 “정치검찰의 표적 사정”이라고 주장했다. SK 측이 건넨 현금 2억원에 선거 캠프 실무자들이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실수를 검찰이 트집 잡았다는 취지다. 당시 법원은 김 후보자가 영수증을 발급할 수 없는 불법 자금이란 사실을 알고서도 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가 “새 정부 발목잡기”라며 방어에 나섰다.
김 후보자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 정치자금법 사건의 본질은 정치검찰의 표적 사정”이라며 “서울시장 후보이던 저도 모르게 중앙당이 요청했던 선거지원용 기업후원금의 영수증 미발급 책임을 후보인 저에게 물은 이례적 사건”이라고 적었다.
김 후보자는 2012년 발간한 자서전 <3승>의 한 대목을 인용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간부들이 요청해 서울시장 선거에 SK그룹이 2억원을 지원했고 자신은 사정을 모른 채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당시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SK 관계자가 돈이 담긴 쇼핑백을 건넸고 자신은 “그런가 보다 하고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했다고 적었다. 검사가 자신을 불러 조사하며 “그냥 재수 없다고 생각하라. 어차피 곧 사면·복권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검찰에서 법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이 후원금의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중앙당에서 의당 처리했겠지 하고 생각한 실무자들이 중앙당에 확인하지 않은 것이 실수라면 실수”라고 적었다. 김 후보자는 그러면서 “영수증을 떼어주어야 한다는 것만 미리 알았다면 시장선거캠프 입장에서는 떼어주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김 후보자 주장과 차이가 있다. 경향신문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2004년 6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당시 재판장 김병운)는 김 후보자에 대해 “적법하게 정치자금 영수증을 교부할 수 없는 불법 정치자금을 교부받는다는 인식도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는 SK 관계자가 선거 캠프 사무실을 찾아와 김 후보자에게 “SK에서 왔습니다. 당에서 저희 회장님께 협조 부탁이 있어서 회장님 지시를 받고 왔습니다. 선거에 잘 쓰십시오”라며 2억원을 건넨 것으로 돼 있다. 김 후보자가 “영수증은 어떻게 해 드리면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SK 관계자는 “그룹에서 올해에는 법정 기부 한도가 다 차서 영수증 처리가 곤란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그러면 나중에 실무적으로 처리를 할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라는 취지로 말하며 돈을 받았다고 법원은 인정했다.
김 후보자는 ‘선거운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선거(캠프) 사무실에 단 한 차례도 들어간 사실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에서의 진술과 상반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진술을 번복하게 된 합리적인 이유를 소명하는 객관적 자료는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또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후원회(선거 캠프)뿐만 아니라 김 후보자에게도 영수증을 주고 돈을 받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005년 2월 항소심은 같은 판단을 유지했고, 대법원이 같은 해 6월 형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옹호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 사퇴를 요구한 국민의힘을 향해 “이재명 정부를 시작부터 발목 잡겠다는 의도의 정치 공작”이라고 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국민의힘은 인사 검증 명목으로 국정 발목잡기 네거티브에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비화폰(비밀통화폰)을 받아 같은 해 10월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통화한 시점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처분 직전이면서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한 때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수사를 두고 검찰이 대통령실과 사전 논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검찰은 “검찰 정책과 행정에 관한 통화”였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16일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검찰총장 취임 초기에 민정수석으로부터 인사차 비화폰으로 연락이 와서 검찰 정책과 행정에 관련 통화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검찰 사건과 관련해 통화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비화폰을 받아 이용한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심 총장은 김 당시 수석과 지난해 10월10일과 11일 총 두 차례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통화는 각각 10분가량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심 총장은 지난해 9월16일 취임했는데 취임 직후부터 비화폰을 받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심 총장이 김 전 수석과 통화한 시점이 윤 당시 대통령 부부 의혹에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던 때라 검찰과 대통령실이 윤 전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해 미리 의견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심 총장과 김 전 수석의 두번째 통화가 있고 6일 뒤인 지난해 10월17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또 당시는 검찰이 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본격화하는 동시에 명태균씨 역시 윤 전 대통령을 향해 높은 수위의 발언을 이어가던 때였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9월30일 명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명씨는 지난해 10월7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검찰이) 날 잡으면 한 달 만에 대통령이 탄핵될 텐데 감당되겠느나”며 “감당되면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대검은 이날 기자단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된 사건이었으므로 관련 논의를 진행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검찰총장은 창원지검 명태균 수사팀에 평검사 2명을 충원하고 차장검사, 부장검사 등 4명을 더 충원하는 등 수사팀을 강화해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