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혼전문변호사 백평할매 고향은 남원이다. 남원 어느 골 이름이 백평이었나 보다. 그래 백평떡이었는데 하필이면 푸둥푸둥 인심 좋게 생겼더랬다.
백평할매 시댁은 난리통에 아작이 났다. 시어른 넷 중에 셋이 좌익이었는데 두 사람은 산에서 죽고, 자수한 한 사람은 어느 날 토벌대가 앞장을 서라고 했다. 한때는 동지였던 자들을 토벌대 끌고 제 발로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 참담한 심정의 사람을 토벌대가 등 뒤에서 쏴 죽였다.
장마철이었는데 시체 수습할 남자 하나가 마을에 없었단다. 백평할매는 옆집 아저씨와 한밤중 시신을 찾아 나섰다. 누군가 거적때기로 덮어놓았는데 손 한쪽이 삐져나와 있었다. 그 손을 잡았는데 그만 살이 쑥 빠지고 말았다. 할매는 썩은 살이 미끄덩 벗겨지던 감각을 평생 잊지 못했다. 한때 좌익이었던 사람이라 번듯한 묘를 쓸 형편도 못 되어 오는 길에 산에 묻고 표시만 해놓았다. 할매는 그날 한밤중에 동행해주었던 동네 사람을 평생 은인으로 모셨다. 두고두고 그이를 존경해 올벼며 수수며, 처음 수확한 작물은 아낌없이 퍼 날랐다.
언젠가 아이들이 누군가를 가리키며 베락 맞아 죽을 놈이라 욕을 한 일이 있었다. 지나가던 백평할매가 식겁을 하며 아이들을 나무랐다.
“아이고, 고런 말은 입에 담으먼 안 돼야. 참말로 베락 맞아 죽어뿔먼 워쩔라고 그냐.”
사람이 벼락 맞아 죽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 웃으며 우리 할머니에게 그 말을 전했더니 할머니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가셨다. 말하기 좋아하고 말솜씨 기막히던 할머니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 집 막둥이 시할배 원덕이가 참말 몹쓸 놈이었어야. 베락 맞아 죽을 놈이라고 내동 욕을 해쌌는디 참말로 베락을 맞아서 죽어부렀다고 안 허냐. 온 집안이 뽈갱인디 워쩌자고 자개 혼차 군인이 되등만 사람 여럿 골로 보냈는갑드라. 천벌을 받은 것이여 천벌을.”
원덕이라는 이름은 나도 들어봤다. 동네 어른들은 누가 서리를 하거나 몸싸움을 하면 글다 원덕이겉이 되먼 워쩔라고 그냐, 엄포를 놨었다. 원덕이는, 우리는 보지도 못했던 원덕이는, 그러니까 어린 우리에게 악의 표본과도 같은 존재였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걸핏하면 아내를 두드려 패서 마을을 뒤집어놓던 원덕이는 전쟁 무렵 국군에 입대하며 집을 떠났다. 즉결처분권을 가진 헌병이 되어서 승승장구한다는 소식에 이어 오인 사살 사건으로 불명예 제대했다는 소식을 끝으로 그는 더 이상 소식을 전해오지 않았다.
어느 날, 백평할매 집에 낯선 여자와 아이가 찾아왔다. 충청도 금산 사람이라는 여자는 작부 출신으로 원덕이와 살림을 차리고 아이를 낳았다. 어느 날 고향에서처럼 원덕이는 불쑥 사라졌고 여자 혼자 아이를 키웠다. 10여년 만에 난데없는 부고가 날아왔다. 평택 어느 집 머슴으로 일하던 원덕이가 벼락 치고 천둥 치는 날 괭이 들고 밭에 나갔다가 벼락을 맞아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백평할매 집안사람들은 그날 이후 다시는 베락 맞아 죽을 놈이라는 욕을 하지 않는다.
뒤늦게 남편의 고향을 찾아온 여자가 원한 건 오직 하나, 자신의 호적이었다. 호적도 없이 작부로 일하며 아이를 키웠던 여자는 그제라도 세상에 뿌리박은 존재로 살고 싶었던 모양이다.
백평할매 큰아들은 이웃 동네 딸로 가짜 입양을 시켜 여자의 호적을 만들어주었다. 원덕이의 본처는 남편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오랜 세월이 지나 본처의 무덤을 이장했던 백평할매가 눈물을 찍으며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뫼를 파봉게 뻬도 없습디다. 자석도 없이 갔는디 뻬도 없드랑게요. 월매나 한이 됐으먼 암것도 안 냉기고 훌훌 가불고 싶었는갑서요.”
한 많은 본처는 뼈도 안 남겼는데 벼락 맞아 죽은 원덕이는 자식을 남겼다. 그 자식은 이미 늙어 서울 어디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며 아비와는 다르게 살고 있단다. 한만 남기고 죽은 사람들 고이 보내는 게 특기였던 백평할매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어쨌거나 벼락 맞아 죽었으면 좋겠을 나쁜 놈이라도 벼락 맞아 죽을 놈이라고 함부로 욕하는 게 아니다. 몸집만큼 마음도 넉넉했던 백평할매가 그랬다.
팀당 각 10경기 남짓 남겨놓고도 삼각관계가 뜨겁다. KT, 삼성, 롯데가 매일 4~6위를 주고받는다.
15일 현재 4위 KT와 5위 삼성이 1경기 차, 6위 롯데는 삼성과 0.5경기 차다. 연승이나 연패라도 하면 순위가 확 바뀌게 되는 살얼음 경쟁 속에서 운명의 일주일이 시작된다. 서로의 맞대결까지 섞여 있다.
KT는 16일부터 18일까지 선두 LG와 3연전을 치른다. 20일에는 2위 한화와 만난 뒤 21일 삼성과 경기를 치른다. 이강철 KT 감독이 “뭔가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말한 기간이다.
당초 이강철 감독은 LG와 만나기 전까지 승수를 벌어놓겠다고 계획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3위 SSG와는 1.5경기로 좁혔지만 아래 팀들로부터 달아나지 못했다.
올시즌 KT의 LG전 상대전적은 5승8패로 열세다. 80승에 선착한 LG는 정규시즌 우승을 위한 매직 넘버를 어서 줄여야 하는 목표를 가졌다. 부상당했던 출루왕 홍창기도 복귀하면서 시즌 막판 총력전에 돌입해 더 어려운 상대가 됐다.
KT가 믿을 구석은 선발진이다. 선발진 평균자책은 3.86으로 LG(3.48)와 견줄 수 있다. 지난주 불펜으로 잠시 전환했던 외국인 투수 패트릭 머피도 선발진에 복귀한다.
첫 단추를 끼울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의 호투가 필요하다. 앞서 11일 LG전에 선발 등판했을 당시에는 4이닝 4실점(3자책)으로 부진했다. 헤이수스가 이번 LG전에서 선발 투수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이번주 KT의 마운드 운용이 조금 더 수월해진다.
삼성과 롯데는 16~1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격차가 0.5경기에 불과한 만큼 어느 한 팀이 2경기를 모두 가져가버리면 5위 자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상대 전적은 롯데가 7승1무5패로 조금 앞서 있지만 최근 분위기는 삼성이 더 좋다. 2연전은 삼성이 강한 면모를 보이는 대구 홈에서 열린다. 삼성 타선은 홈에서만 90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16일 첫 맞대결에서는 삼성 헤르손 가라비토와 롯데 알렉 감보아가 선발로 나서 대체 외인 투수들의 맞대결이 펼쳐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감보아가 팔꿈치 불편감을 이유로 선발 등판을 미뤄 국내 투수 박진이 나선다. 선발 싸움에서 객관적으로 삼성이 앞선 채 출발하게 됐다. 다만 13일 SSG전에서 18안타로 12득점을 만들어낸 뒤 이틀을 푹 쉬고 나서는 롯데 타선도 만만치 않다.
삼성은 롯데와 맞대결을 치른 뒤 18일 창원에서 NC와 경기하고 20일에는 LG, 21일에는 KT와 차례로 만난다. 삼성은 NC와 8승7패로 팽팽했고 LG에는 6승9패, KT에는 5승10패로 열세였다.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일정이다.
롯데는 삼성과 만난 뒤 19일 NC, 20일 키움과 대결한다. 올시즌 NC와는 7승7패로 호각세였고 키움 상대로는 11승4패로 넉넉히 앞섰다. 18일과 21일 경기가 없어 쉬는 터라 투수 운용에 여유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롯데는 15일까지 10개 팀 중 가장 많은 134경기를 치렀다.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잔여 경기가 적다는 점이 편치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