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25일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국립 소록도병원을 방문해 병원 관계자들과 한센인 원생 자치회 분들을 만났다. 대선 기간 소록도를 방문했던 김혜경 여사가 “선거가 끝나면 대통령을 모시고 꼭 다시 오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강유정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소록도병원 관계자들은 <이재명의 굽은 팔>이라는 이 대통령의 저서를 내밀며 서명을 청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책에 싸인한 후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이 많으시다는 말을 듣고 꼭 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라면서 “시설이 오래됐는데 필요한 것이 많지 않냐?”고 의료진과 주민들의 고충을 물었다.
영국의 고속철도 ‘HS2’ 사업이 장기 지연과 예산 초과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멸종위기 박쥐 보호를 위한 ‘박쥐 터널’에만 1억2500만파운드(약 2328억원)가 투입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영국 철도 당국은 희귀종인 벡스타인박쥐를 보호하기 위해 HS2 노선 구간에 900m 길이의 전용 터널을 건설 중이다. 해당 터널은 2019년 보수당 정부 시절 책정된 예산상 9500만파운드 규모였으나 2023년 기준으로는 30% 이상 증가한 1억1480만파운드로 추산됐다. 경제 전문가들과 토목공학계는 현 시세 기준으로는 1억2500만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티브 리드 영국 환경장관은 폴리티코에 “박쥐 터널에 막대한 돈을 쓰는 건 터무니없다”며 “지나친 규제가 주택과 인프라 개발을 늦추고 있으며, 자연 보호에도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 완화와 ‘자연복원기금(Nature Restoration Fund)’ 도입을 통해 균형 잡힌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HS2 측은 물가 상승 외의 비용 재평가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 책임자인 마크 와일드는 “터널 완공은 2027년 예정으로 추가 지연 시 비용은 더욱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버킹엄셔 고대 숲을 통과하는 이 터널은 ‘미친 짓’”이라며 “이미 공사가 상당히 진행돼 중단도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박쥐 보호 단체들은 해당 터널이 정치적 희생양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배트 컨서베이션 트러스트’는 “법적 의무 이행을 위한 조치가 정치적 구실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7월 총선에서 압승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박쥐 터널은 현행 개발 규제의 부조리를 상징한다”며 이를 개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환경 파괴 우려가 제기되면서 규제 개혁 법안은 의회 내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노동당 소속의 루크 차터스 하원의원은 “이 터널은 해당 구간 비용을 두 배 이상 올렸다”며 “장기 유지비용까지 고려하면 최종 비용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에서 두 번째로 추진 중인 고속철도 HS2는 2012년 보수당 정부가 발표한 Y자형 고속철 사업이다. 수도 런던에서 중부의 버밍엄, 북부의 맨체스터와 리즈까지 연결해 도시 간 이동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최고 시속 360㎞로 운행될 예정인 HS2가 완공되면 런던-버밍엄 구간은 기존 1시간 21분에서 52분으로, 런던-맨체스터 구간은 2시간 7분에서 1시간 7분으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 초기 예산은 327억파운드였으며 2026년 운행 개시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과도하게 낙관적 전망과 계획 변경, 보수당 텃밭의 반발 무마를 위한 터널 공사 등이 겹치며 2019년 기준 예산은 980억 파운드까지 불어났다. 결국 리시 수낵 전 총리는 2023년 북부 구간을 전면 중단했고 철도업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현재 남부 구간만 추진되고 있으나 완공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의 활동가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에 제안하는 민생경제 개혁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양곡법 개정안 외에도 그동안 반대해온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한우법 등과 관련해 이재명 정부에선 ‘180도 다른 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농식품부는 기존 발의된 법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송 장관 유임을 반대해 향후 농정 추진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2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4법’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 착수했다. 농업 4법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등이다. 농업 4법은 지난 정부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당시 송 장관은 “농업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고 발언해 농민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법안의 취지에는 다 동의하고 있다. 다만 법안에 극단적인 부분들이 있어 이런 지점을 조정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도 기존 법안의 부작용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정 여력 등을 고려해 절충안을 만들라는 것이 장관 유임에 담긴 뜻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송 장관은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관련 법안이 상정되자 “국정 철학에 맞춰 생각을 바꿔야 하지만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농산물가격안정제도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정부의 수급 대책을 이행한 농가 등에 한해 ‘조건부’로 가격안정제를 운용하는 방식의 대안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매입하는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매입하는 식의 절충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농식품부는 보험료율 산정 시 할증을 없애는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을 두고는 천재지변 등 농가 책임이 없는 경우에만 할증요율을 완화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할증 전면 폐지 대신 내용을 세분화해 실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재해복구비 지원 단가를 생산비 전액 수준으로 확대하는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도 시행을 전제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 밖에 송 장관이 지난해 다른 축산농가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건의한 ‘한우법’(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관전 포인트다. 한우농가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 등을 담은 한우법은 전날 여야 합의로 국회 농해수위를 통과했다.
농민들은 그러나 송 장관 유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부의 절충안이 힘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장관의 유임은 내란농정의 연장”이라며 “유임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남태령 정신’ 계승을 뒤집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트랙터를 몰아 투쟁의 광장을 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