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순위 “중동의 총성. 방산 ‘활짝’” “중동 불안이 기회. 돌아온 개미, 3000선 방어”.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했다는 소식과 함께 국내 언론이 내놓은 기사 제목들이다. 당황스러웠다. 전쟁을 삶과 생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기회로 보는 건 트럼프와 네타냐후 같은 파시스트들만이 아니다.
이런 시기에 두 명의 귀한 손님이 한국을 찾았다. 베트남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씨와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씨다. 동명이인이라 한 사람은 ‘퐁니 탄 선생님’이라 불리고, 다른 한 사람은 ‘하미 탄 선생님’이라 불린다.
이름뿐 아니라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게 또 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기억이다.
한국은 베트남에 32만명의 병력을 파병했고, 현재까지 1만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자가 있었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의 고향 마을에선 같은 날 한시에 세상을 떠난 가족들을 위한 제사를 지낸다. 이를 ‘따이한 제사’(대한 제사)라고 부른다. 한국군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한 의례다.
퐁니 탄은 1968년 2월12일, 퐁니·퐁넛 마을에서 벌어진 학살에서 살아남은 세 명의 생존자 중 한 사람이다. 그때 74명이 무참히 살해당했다. 당시 나이 여덟 살, 한국군이 쏜 총알에 맞은 뒤 쏟아진 창자를 끌어안은 채 도망친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퐁니 탄은 학살 이후 50년이 지난 2020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1심과 2025년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는 이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한 참이다. 퐁니 탄은 이번 방문을 기회로 대법원에 상고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미 탄의 방문 목적은 다르다. 학살 현장 사진 등 증거가 남아 있는 퐁니·퐁넛 마을과 달리 하미 마을의 경우에는 증거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법원으로 가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2020년, 그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이유다. 그러나 진화위에서는 “베트남전 시기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은 조사 범위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이를 각하했다.
2023년, 하미 탄은 서울행정법원에 각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어디에도 외국에서, 혹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생한 사건을 배제한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행정소송은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그는 이 재판에 참석해 진술했다.
베트남에는 호아쓰라는 이름의 꽃이 있다. “생명의 꽃이자 죽음과 함께하는 꽃”으로 묘지와 절에 많이 심는다. 따이한 학살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호아쓰를 위령비와 집단묘지에 심고 가꾼다. 한국을 찾은 두 명의 탄의 가슴에도 호아쓰 배지가 달려 있었다. 하얀 호아쓰를 보면서 나는 제주4·3의 붉은 동백꽃을 떠올렸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동백꽃만이 아니다.
하미 탄 선생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한국인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해야 할 것은 우리다. 계속되는 좌절에도 진실을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 그들의 용기 덕분에 우리는 전쟁의 효용이 아닌 전쟁의 고통을 말할 기회를 얻게 됐다. 생명은 두려워하는 마음으로부터 살릴 수 있다.
6월23일, 두 사람은 대통령실을 방문해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의 진실을 규명하고 사과할 것, 퐁니 학살 사건에 대한 대법원 상고를 취하할 것, 한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학살 자료들을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실이 베트남 민간인 학살 생존자를 만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총의 힘에 기대어 촉발된 내란을 진압하고 열린 ‘새로운 대한민국’의 좋은 시작이다. 주가 같은 숫자의 이야기보다 꽃의 이야기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로 앞으로는 남극 탐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국내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1년에 한 번 연구자가 직접 남극에 가서 데이터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던 남극 관측 방식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부는 26일 우리 기술로 개발한 ‘극한지 스마트 관측 시스템’이 남극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남극 탐사는 연구자가 1년에 한 번 남극을 방문해 직접 장비를 점검하고 데이터를 수동으로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영하 수십 도의 혹한, 극야, 위험 지형 등으로 실시간 데이터 회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극지연구소,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남극의 지진과 기상, 빙하의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국내로 전달하는 ‘스마트 관측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2023~2024년, 2024~2025년 두 차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각각 2개월간 실증 테스트를 거쳤다.
연구팀은 남극 5곳 관측소에 자체 개발한 관측 장비와 자율 로봇을 ‘극한지 사물 인터넷’(IoET) 기반의 무선 통신망으로 연결하고, 관측 데이터를 수십㎞ 떨어진 기지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도록 했다. 자율 로봇은 눈에 가려진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를 탐지·회피하면서 관측소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장 실증 결과, 시스템은 영하 50℃ 이하의 환경에서도 50㎞ 거리까지 초당 10메가비트(Mbps) 이상의 속도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대 이상의 로봇이 동시에 작동해도 이상 없이 각종 관측과 점검 임무를 원활히 수행했다.
이번 실증은 해수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부터 공동으로 추진해온 ‘극한지 개발 및 탐사용 협동 이동체 시스템 기술개발 사업’에 따라 이뤄졌다.
해수부는 “극지의 (기후) 변화는 북극발 한파나 해수면 상승 등으로 우리의 일상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기에 극지에 대한 과학적 관측과 연구는 중요하다”며 “극한 환경에서 더욱 안전하고 안정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