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40대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시립미술관이 12·3 불법계엄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평론가의 원고를 싣지 않아 ‘검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술인 수백명은 연대 성명을 내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24일 미술계에 따르면 서울시립미술관은 분관인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에서 지난 3월6일 시작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 전시 도록에 싣기 위해 남웅 평론가로부터 지난 1월에 원고를 받았다. 남 평론가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미술평론상 ‘세마-하나평론상’ 제2회 수상자다.
그러나 남 평론가의 글은 도록에 실리지 않았다. 남 평론가는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자신이 상임활동가로 있는 ‘행동하는 성소수자 연대’의 웹진을 통해 이 사실을 공론화했다. 남 평론가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자신의 원고가 12·3 불법계엄을 비판해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도록 게재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남 평론가는 웹진에 실은 글에서 “중립을 운운하며 비평의 자리를 박탈하는 미술관의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은 ‘검열’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마-하나평론상 수상자들을 포함한 동료 평론가들이 지난 2일 서울시립미술관의 ‘검열’에 항의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해당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검열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남 평론가의 문제 제기 이후 두 달 동안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다가 지난 19일에야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특정 정치적 사건이나 관점을 이유로 원고를 배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원고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전시 기획의 의도와 해석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하며 평론가와 소통했지만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 사안이 충분히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지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며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12월 발간할 예정인 전시도록을 남 평론가의 원고, 이후 발표된 항의 성명과 논평, 관련 언론보도 등 다양한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담는 아카이빙 도록 형태로 펴내겠다고 밝혔다.
미술인들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이 같은 대응에 더욱 반발하고 있다.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이하 예술인연대)는 지난 20일 ‘예술과 비평의 검열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예술인연대는 “미술관의 입장문을 통해 미술관이 검열을 해놓고도 입장이 불리해지면 언제든 검열을 ‘소통의 오해’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언제라도 기준 없는 검열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에는 23일 오후 9시30분 현재 700여명의 작가, 기획자, 평론가들이 연대 서명했다.
미국을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면서 한·미가 “최대한 ‘윈윈’하는 결과를 얻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인사로 처음 방미한 여 본부장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때까지 한·미 협상을 가속하는 데 사실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금부터는 선의로 협상을 굉장히 가속하며 우리가 건설적으로 협상할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각국과의 관세 협상 경과에 따라 상호관세 유예 만료기한(7월8일)을 전후해 일방적으로 관세율을 통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진전을 이루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 본부장은 “한국이 미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사실 미국도 대한민국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다”면서 “그런 부분에서 최대한 윈윈, 상호호혜적인 결과를 얻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에 대해선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내일 처음으로 장관급에서 미팅하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정부로부터 협상 관련 인수인계를 잘 받았다고 소개한 뒤 “실무, 기술적 측면의 협상도 중요하지만 새 정부 차원의 큰 전략과 철학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제 좀 새롭게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7월(줄라이) 패키지’ 합의를 목표로 했던 데 대해선 시점에 구애받지 않되 일괄 타결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미 정상 회동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불발된 데 이어 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불참으로 또다시 지연되는 것이 통상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질문에는 “통상협상은 장관급, 실무급에서 접점을 넓히면서 단단한 초석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정상 차원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부분이 있을 테고 그런 시간은 앞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일주일간의 방미 기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를 비롯해 백악관 고위 당국자, 연방의회 인사 등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국제 정세도, 우리 기업 어려움도 그렇고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라며 “방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실용주의 측면에서 협상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