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자주묻는질문 “일어나긴 했는데 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일본 노인들이 지은 센류(일본의 정형시)가 실린 책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속 한 문장이다. 읽다 보면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살짝 짠하고 저릿해진다. 나이 들어 은퇴 후 직장도 가족도 더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우리는 문득 ‘오늘 뭐 하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고령인데도 가슴 뛰는 목적을 품고 하루를 여는 사람들이 있다. 2024학년도 수능 최고령 응시자였던 83세 김정자 할머니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어느 유명 TV 예능 프로그램에 두 번이나 출연했던 할머니는 허리가 굽어 빨리 걷지 못해 두 시간이나 걸리는 등굣길을 지각, 조퇴, 결석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성실히 다니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겨울에는 해가 뜨기도 전 어둠을 뚫고 학교로 향했다. ‘죽어도 연필을 놓지 않겠다’던 할머니의 말씀이 뭉클해 눈시울을 붉힌 기억이 있다. TV 출연 당시 숙명여대에 입학하고 싶다던 할머니는 결국 그 꿈을 이루었다. 배움이 곧 삶의 이유였던 할머니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빅터 프랭클도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 삶의 목적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보여주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강제수용소에 갇혀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자유와 소유를 빼앗긴 극한 상황에서도 ‘삶에서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logotherapy·의미치료)라는 심리치료법을 개발했고, 삶의 목적이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본질적인 힘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삶의 목적은 노년기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삶의 목적이 높은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낮고 심지어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연구팀이 2019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50세 이상 성인 1만1557명을 6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삶의 목적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인지기능을 잘 유지할 확률이 높았다. 또한, 우리 연구팀의 후속 연구에서는 삶의 목적이 강한 사람들은 배우자 사망 후 상실의 충격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삶의 목적이 노년기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나이 들어 삶의 목적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직장인이라면 출근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고 학생이라면 학교에 가야 하니 억지로라도 일어날 테지만, 노년기 은퇴 이후에는 “그냥 눈을 떴으니 사는 거지”라고 말하는 어르신도 많다. 정신적·신체적 활동에서,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의 이유를 찾아보자. 누군가는 취미생활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수능 최고령 응시자 김정자 할머니처럼 배움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누군가는 봉사를 통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삶의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가끔은 불현듯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 걸까?’라는 생각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땐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며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일들을 떠올려보자.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적어보자.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언젠가 산에서 만난 한 산객은 은퇴한 후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중 등산을 시작했다고 했다. “산에 오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해요”라고 웃으며 말하던 그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우리를 아침에 일어나게 만드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찬찬히 관찰해보자. 그리고 나만의 이유도 함께 찾아보자. 아직 찾지 못했다면 오늘 하루 작은 목표부터 세워보자. 그 소소한 시도가 내일 아침 우리를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이 되어줄지 모른다.
올 3월 발생한 경북 산불 때 복사열 피해를 본 사과나무의 꽃눈이 정상 나무보다 절반가량 적게 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 농업기술원(농기원)은 “지난 5월 상순에 4~7년생 피해 나무(후지 품종)의 주당 평균 화총 수(꽃눈 총수)를 조사한 결과 정상 나무의 120개보다 43.8% 적은 68개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산불의 열기에 노출된 사과나무의 열매 생산량이 절반가량 줄어든다는 의미다.
산림 9만9289㏊를 태운 산불로 경북 지역 사과 재배지 1560㏊가 피해를 입었다. 이 중 473㏊는 회복이 어려워 새로운 묘목을 심어야 하는 상황이다. 생존한 나무도 생산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가을 ‘금사과’ 현상이 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은 전국 사과 재배면적의 58%(1만9257㏊)를 차지하는 사과 주산지다.
다만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 산불 피해를 입은 호주의 사과원에 관한 보고서(2021년)에 따르면 산불 복사열로 20~25% 수준의 피해를 입은 사과나무의 경우 재배 관리로 수세 회복이 가능하다.
농기원은 사과연구센터와 함께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의성·안동·청송 등 주요 산불 피해 지역을 대상으로 사과나무 정밀 진단 및 연구에 나설 예정이다. 복사열에 20~25%의 피해를 입은 나무를 대상으로 가지치기, 수분·양분 관리 등 회복 기술을 적용한 뒤 개화·착과·수세·생산량 등을 수확기까지 30일 간격으로 조사한다. 나무의 생존력과 회복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심기 여부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나무 회복력 기반의 재배 안내서도 만들어 현장에 보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