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한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을 이틀 앞둔 6일(현지시간) 방미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관세 협상이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과 고위급 협의에서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했다.
위 실장은 이날 워싱턴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협상이 중요한 국면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좀 더 고위급에서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각료들이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나라도 와서 대응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왔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6~9일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겸하고 있는 루비오 장관 등 고위 인사들을 면담하고 통상·안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위 실장은 현재 협상 상황을 “미국은 미국대로 어떤 판단을 하려는 국면이고 우리도 거기에 대응해서 판단해야 하는 때”라고 규정하고, 루비오 장관과의 협의가 무역 협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루비오 장관의 역할에 대해 “안보보좌관이나 안보실장은 (한·미)관계 전반, 그러니까 통상, 무역 등 전반을 다루기 때문에 카운터파트와 얘기한다면 관계 전반이 다뤄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관세 등 무역 이슈 외에 안보 현안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하며 협상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위 실장은 미국 측과의 협의에 방위비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여러 이슈가 협의 대상이 된다”고 답했다. 방위비 이슈가 관세 협상과 연동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슈들이 서로 얽혀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방미 기간 정부가 협상에 관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여기 있는 동안에 그런 판단이 있다기보다는 나도 협의를 하고 또 그 협의를 가지고 가서 서로 그다음 단계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해 “조속히 하자는 데는 공감대가 있고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아직 그 단계까지는 와 있지 않아 협의를 해 봐야 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8일(현지시간) 만료 예정이던 상호관세의 유예 기간을 내달 1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8월 1일로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이날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2일 한국을 포함한 57개 경제주체(56개국과 유럽연합)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결정하고 같은 달 9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곧바로 90일 유예를 결정했으며 유예 만료일인 7월 8일을 시한으로 각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번 발표로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은 상호관세 발효 전에 관세율 등을 놓고 미국과 협상할 시간을 최소 3주 더 확보하게 됐다.
레빗 대변인은 상호관세 세율을 명시한 서한이 앞으로 한 달 안에 각국 정상에게 발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한·일 정상에게 보낸 서한 외에도 이날 중 추가로 12개국 정상에게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정오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이미지를 트루스소셜 본인 계정에 잇달아 올렸다.
이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양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양국 모두 25%)이 내달 1일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에 보낸 서한을 공개한 지 1시간 이상 지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미얀마, 라오스, 카자흐스탄 등의 정상에게 보낸 서한 이미지도 잇달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규개위 반대에 개정 무산실제 재심사 여부는 안갯속
연일 ‘온열질환 산재’ 속출구미서 이주노동자 사망강제조항 없인 예방 못해
계속되는 폭염 속에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33도 이상 폭염 상황에서 일할 때 노동자에게 2시간 이내 20분의 휴게시간을 의무 부여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지난 7일 베트남 국적 20대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24분쯤 구미시 산동읍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A씨(23)가 앉은 채로 숨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신고했다. 발견 당시 그의 체온은 40.2도였다. 그날 구미의 낮 최고기온은 37.2도였다. 구미에는 지난달 29일부터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A씨의 사망 원인을 온열질환으로 추정했다.
앞서 지난 6일 오전에도 인천 계양구의 한 도로 맨홀 아래 오수관에서 측량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유독가스 질식에 의한 사고로 추정된다. 폭염 속 밀폐 공간에 대한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규제개혁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있는 ‘20분 이상 휴식 의무화 조항’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한 것에 대해 재심사를 요청키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폭염이 심해지고 있어 재심사를 요청해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산업안전법이 개정되며 지난달 1일부터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 장소에서 폭염 작업을 하는 경우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규칙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규개위는 지난 4~5월 심의에서 노동부에 이 조항의 철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업주가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이 조항을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데 이런 제재가 영세·중소 사업장에 부담을 준다는 취지였다. 규개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법령은 시행될 수 없어 안전보건규칙은 개정 자체가 무산됐다.
노동부가 규개위에 재심사 요청을 했지만 심사가 다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규개위 규제 심사에서 같은 안건을 세 번 심의한 사례가 없어서다. 규칙 개정 무산 이후 노동부는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작업 시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 등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사업장을 지도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을 예방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사례에서 보듯 폭염 속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를 막지 못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면서 “법적인 강제 조항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해당 노동자들은 2시간마다 20분씩 휴식을 취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보장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명보다 규제 완화를 우선시한 결과 노동자들은 폭염 속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며 “노동부는 2시간 작업 후 20분 휴식을 포함한 폭염 대응 규칙 개정을 즉각 추진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