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반이 지났다. 연초에 세운 계획을 돌아보고 그동안 뭐 하고 살았나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뜻이다. 그동안 뭐 하고 살았냐고? 물론 하루하루 들여다보면 기쁜 일 슬픈 일 고루 있었겠지만 사실 6개월이 그냥 사라진 것 같다. 살짝 과장을 보태자면, 분명 겨울이었는데 눈을 감았다가 뜨니 오늘이 됐다. 계엄, 탄핵, 대선까지 하루하루 취재거리가 넘쳐났고 세 계절을 지나 보냈다. 대부분 길에서, 더 많은 시간은 취재차에서.
야심 차게 목표한 것들을 하반기로 미뤄놨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세 특검 모두 수사를 개시해 요즘은 특검 수사 일정에 따라 하루를 보낸다. 조사, 출석, 영장 청구, 압수수색… 어쩌면 올 누군가를 기다리고, 오기로 약속한 누군가를 기다리고, 오지 않을 거라고 했어도 혹시 모르니 기다린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은 최장 170일, 순직 해병 특검은 최장 140일 수사가 이어진다는데… 연말에 다시 올해를 돌아볼 때도 여전히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일까? 계엄, 탄핵, 대선, 특검으로 한 해가 가득 차는 건 아무래도 슬픈 일이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순직 해병 특검’ 사무실 앞에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출석을 기다리는 해병대 예비역의 모습이다.
12·3 불법계엄 사태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석방 4개월 만에 다시 구속 기로에 놓였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돼 구속됐지만 3월8일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났다.
윤 전 대통령은 9일 내란 특검팀이 자신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이날 오후 2시10분쯤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한 윤 전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말없이 경호차량에서 내렸다. 윤 전 대통령은 법원 서관 입구를 향해 걸어가면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영장심사는 오후 2시15분부터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특검팀 측에선 윤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참여했던 박억수 특검보와 조재철·김정국 부장검사 등 총 10명이 나섰다.
특검팀은 178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도 준비했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선 김홍일·배보윤·송진호·채명성·김계리·유정화 변호사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중대 범죄를 일으킨 만큼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반면 윤 전 대통령은 무리한 영장 청구라고 반박하면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사안의 중대성과 도망할 염려, 증거인멸 염려,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들어 윤 전 대통령이 재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조사 입회 여부에 따라 진술을 다르게 했다며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로 계속 재판을 받으면 참고인들의 진술 번복을 회유하거나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같은 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은 이번 영장 청구 때 크게 5가지 범죄사실을 적시하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 홍장원 참고인 소환조태용 ‘사직 강요 의혹’ 조사
지난해 12월3일 불법계엄을 선포하기 전 국무회의에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하고, 단 2분간 계엄 선포를 통보한 뒤 회의를 종료해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가 대표적이다.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인데, 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문서로 이뤄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사후 선포문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있다. 대통령기록물인 이 서류를 파쇄한 것도 특검 측이 문제 삼는 내용이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객관적 증거가 없고 법리적으로도 죄가 되지 않는데 특검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며 반박한다. 계엄 선포 당시 긴급했기 때문에 일찍 도착할 수 있는 국무위원에게 연락했을 뿐이고, 사후 선포문 작성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영장심사에서도 이런 혐의를 놓고 진술 회유 여부와 앞으로 회유 가능성 등을 하나하나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가 끝난 이후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렸다. 법원은 이르면 9일 밤 영장 발부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 9일 중 영장이 발부되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월8일 석방된 지 123일 만에 다시 구속된다. 윤 전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면서 외환유치 혐의 등 특검팀의 나머지 수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팀은 이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계엄 이후 홍 전 차장에게 사직을 강요했다는 의혹 등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의 사직 강요가 국정원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8일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담은 ‘더 센 상법 개정안’을 7월 임시국회 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7월 임시국회 내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크다”면서도 “배임죄에 (면책이 되는) 경영 판단 원칙 법제화 등 재계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오는 11일 공청회를 열어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다. 통과된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을 사외이사에도 적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민주당은 당초 이 개정안에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도 담으려 했으나, 여야 협상 과정에서 빠졌다. 집중투표제는 소액 주주의 의결권을 한 이사 후보자에게 몰아주도록 하는 제도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다른 이사와 분리선출되는 감사위원 수를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소액주주의 이사회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 재계는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될 경우 경영권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상법과 같이 국가 경제의 질서를 좌우하는 핵심 법률일수록, 속도전이 아닌 숙의와 검증이라는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다수결이면 다 된다’는 식의 거여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니토옵티칼의 매출이 전년보다 37%, 영업이익은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는 외면한 채 ‘쌍둥이 회사’가 물량만 넘겨받아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한국니토옵티칼 감사보고서를 보면, 한국니토옵티칼은 올해 3월 기준 1년간 매출이 1조4965억원으로, 전년( 1조946억원) 대비 3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54억원으로 전년보다 33% 올랐고, 당기순이익은 617억원으로 23% 증가했다.
일본 닛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기업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10월 구미공장 화재 발생 뒤 법인을 청산하기로 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17명은 정리해고됐다. 해고 노동자인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547일째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중이다.
2023년 초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물량이 이관된 이후 한국니토옵티칼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2021년 334억원, 2022년 37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3년 440억원, 2024년 566억원, 2025년 754억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2022년 326억원에서 2025년 617억원으로 증가했다.
한국니토옵티칼의 물량 흡수 영향은 다른 대목에서도 볼 수 있다. 한국니토옵티칼은 닛토덴코의 중국 법인인 상하이니토옵티칼과 션젼니토옵티칼로 수출하는 물량이 크게 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한국니토옵티칼의 상하이니토옵티칼 매출은 전년 4141억원에서 올해 6461억원으로 56% 늘었고, 션젼니토옵티칼 매출도 같은 기간 2204억원에서 3811억원으로 73% 증가했다. 금속노조는 “원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한국니토옵티칼이 함께 담당하던 물량을 현재는 한국니토옵티칼로 일원화해 생산 및 수출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한국니토옵티칼이 여력이 충분한데도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는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측은 현재 해고 노동자의 고용승계 면담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니토옵티칼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우리가 만들던 물량을 니토옵티칼이 흡수한 영향으로 천문학적 이익을 거둔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이런 사실을 지적해 문제를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