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 겸 차관은 1일 차관 임명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처음 출석해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 윤석열 전 대통령 수사 관련 질문에 말을 아꼈다. 여당 의원들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의 질의는 지난달 29일 임명되고 국회에 처음 출석한 이 직무대행에게 집중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검찰개혁 방향과 이 대통령 재판 진행 여부 등에 대한 견해를 묻고, 윤석열 정부의 심우정 검찰총장 참모(대검찰청 형사부장)로서의 활동을 검증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 직무대행은 윤석열 정부 검찰총장의 참모였다가 이재명 정부 첫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돼 야권 일부에서 ‘친윤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직무대행은 여당 의원들 질의에 주로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공감한다”면서도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내용을 검토 중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찬반을 말씀드리는 건 시점상 성급하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박균택 의원은 “현 정부 공약인데 소신 있게 답을 못하나”라며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본인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자세로 임해달라”고 말했다.
이 직무대행은 법원이 이 대통령 재판을 중지해야 하는지를 묻는 이성윤 의원 질의에는 “법무부 입장을 정확히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석했다”고 답했다. 그는 개인적 의견을 묻자 답하지 않았다. 이 직무대행은 전현희 의원의 관련 질의에도 법원의 재판 중지 결정과 헌법학자들 간 논란을 거론하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 출신 김기표 의원은 “법무부 차관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데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직무대행은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문에 “대통령께서 임기를 마친 이후에 (재판이) 재개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수사 관련 일부 질의에도 말을 아꼈다. 이 직무대행은 ‘검찰이 지난 3월 법원의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인용에 왜 즉시 항고를 안 했나’라는 장경태 의원 질문에 “당시 대검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설명해 드렸다고 안다”고 답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하아”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서 이성윤 의원이 검찰의 즉시 항고 포기에 대한 입장을 재차 물었지만 이 직무대행은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 직무대행은 지난해 10월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심우정 총장의 ‘비화폰’ 통화와 지난해 7월 검찰의 김건희 여사 ‘비공개 출장 조사’ 방식에 대해 “적절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교체돼 새 진용을 꾸린 법사위의 이날 주요 현안은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 관련 문제였다. 여당 의원들은 과거 정부 검찰의 이 대통령 ‘표적 수사’를 주장하며 대통령 당선에 따른 재판 중단을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직무대행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을 상대로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 대통령 재판 중단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 사건 변호인들이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등에 임명됐다며 “이해 충돌”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에서의 법사위도 검찰·사법개혁 등을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공방의 장이 될 것으로 예고됐다. 여당 소속 이춘석 신임 법사위원장은 “지금까지 법사위가 여야 정쟁의 전쟁터였다면 이제는 더 나은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치열한 전쟁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여당 간사가 된 김용민 의원은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최근 문제가 된 감사원 개혁까지 포함한 개혁 과제들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그간 법사위에서 여야 간 위원회 운영을 위해 의견을 조율하는 간사 역할이 거의 없었다”며 “아무 역할 없이 간사하기만 한 자리가 되지 않도록 운영해달라”고 이 위원장에게 당부했다.
법무부가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에 성상헌 대전지검장을, 기획조정실장에 최지석 서울고검 감찰부장을 임명한다고 1일 밝혔다. 법무부는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노만석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을 임명했으며 현재 공석인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정진우 서울북부지검장을 임명했다. 법무부는 서울동부지검장에는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를, 서울남부지검장에는 김태훈 서울고검 검사를 각각 임명했다.
법무부는 이같은 전보인사를 오는 4일자로 시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중 구호단체 직원들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BBC는 3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에서 일했던 전직 보안 직원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 직원은 자신의 동료들이 기관총 등을 사용해 위협이 되지 않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총을 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민 중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이 배급 현장에서 너무 느리게 이동한다는 이유로 경비 요원이 이들에게 발포하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목격했던 총격 중 한 사례를 설명하면서 “당시 출구가 내려다보이는 둔덕에 서 있던 다른 계약 직원이 주민들을 향해 15~20발을 연속으로 발포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바닥으로 쓰러졌고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자 함께 서 있던 다른 계약 직원이 ‘젠장, 한 명 잡은 것 같네’라고 말한 뒤 둘이 같이 웃었다”라고 전했다.
이 전직 직원은 GHF 내에 근무와 관련돼 규칙이나 통제가 거의 없으며 처벌받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계약직 보안 직원들은 명확한 교전 규칙이나 작전 규정을 받지 못했으며 심지어 팀장이 “위협을 느끼면 일단 총을 쏴 사살한 다음 나중에 질문하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팀장들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아무런 가치가 없는 좀비 무리”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GHF는 이 전직 직원의 주장이 명확히 거짓이라며 배급 현장에서 민간인이 총격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폐쇄회로(CC)TV를 통해 각 배급소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 전직 직원이 불법 행위로 해고돼 “불만을 품은 전 계약직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직원은 2주간 급여를 받은 내역을 제시하며 GHF의 주장을 반박했다.
GHF는 지난 5월 말부터 가자지구 남부와 중부 등 여러 지역에서 구호품을 배급해왔다. 이스라엘은 그간 유엔과 국제구호단체들이 주도해왔던 가자지구의 구호품 배급 창구를 GHF로 일원화했다. 그러나 GHF가 배급소 운영을 시작한 이후 인근에서 총격과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됐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 169개는 지난달 30일 공동 성명을 내고 GHF 구호품 배분 과정에서 이날까지 팔레스타인인 500명 이상이 사망했다며 이 재단을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스라엘군 등이 지원을 요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일상적으로 포격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5만7130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