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좋아요늘리기 농촌 지역인 가상 마을 충북 ‘두손리’에는 95년생 유미지(박보영)가 산다. 미지는 학교 청소, 밭일, 슈퍼마켓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노란 단발머리의 그는 늘 웃고 다녀 ‘캔디’라 불린다. 마을 어른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를 살뜰히 챙기는 그를 기특해하면서도 내심 걱정한다.
옛 짝사랑 상대 호수(박진영)의 엄마 염분홍(김선영)이 미지를 따로 불러 건네는 충고는 사회 통념상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는 29일 종영을 앞둔 tvN <미지의 서울>은 사회의 시선에 맞추다간 나다움과 인간성을 잃기에 십상인 사회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내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묻는 드라마다. 멈추고 도망치는 일이 때로는 필요하다고 위로하는 이 작품은 ‘힐링 드라마’라는 입소문으로 1화 시청률 3.6%로 출발해 지난 22일 10화에선 7.7%로 2배 이상 반등하며 높은 화제성을 모았다.
배우 박보영의 1인 2역 일란성 쌍둥이 연기가 극을 이끈다. 미지에게는 미래(박보영)라는 쌍둥이 언니가 있다. 선천성 심장병으로 유년기를 병원에서 보낸 인물이다. 학창 시절엔 공부를 곧잘 했다. 빛나는 재능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우직함으로 이뤄낸 결과다. 서울의 한 공기업에 다니는 그는 마냥 밝아 보이는 미지와 달리 묵묵하고 속 앓는 소리를 잘 못 한다. 사내 비리 고발에 동참한 이후 1년 넘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만, 할머니 요양비 등 가족 부양을 생각하면 회사를 관둘 수도 없다.
<미지의 서울>은 미래가 자해를 결심할 정도로 코너에 몰린 것을 알게 된 미지가, 똑 닮은 얼굴을 이용해 ‘마음이 괜찮아질 때까지 잠깐 바꿔 살자’고 제안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깍쟁이 미래는 두손리에서 밭일을, 천방지축 미지는 서울에서 회사원 행세를 하게 된다. 서로를 아끼면서도 내심 질투하던 자매는 역할을 바꾼 후에야 상대의 삶도 고단했음을 이해하게 된다. 박보영은 미지와 미래, 그리고 서로를 연기하는 두 사람까지 사실상 1인4역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 직전을 배경으로 일상을 살던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KBS 드라마 <오월의 청춘>(2021)을 집필한 이강 작가가 극본을 썼다. 입체적인 캐릭터 설정과 마음을 울리는 대사로 호평을 받았던 그가 이번엔 ‘그냥 쉬었음’ 청년(구직이나 육아·가사, 통학 등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이들)이 50만명을 넘은 현재, ‘그냥’이라는 것은 없다는 듯 청년들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이강 작가는 “겉보기엔 무탈하지만 이미 자신 안에서부터 흔들리고 지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며 “모두가 저마다의 싸움을 치르는 중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극은 실패의 경험이 있거나 쉬어가고 있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적당한 때’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오히려 청년들을 무력하게 만든다는 걸 보여준다. 미지는 사실 학교 육상 대표로 금메달을 휩쓸며 빛나는 학창 시절을 보냈었다. 하지만 경기에서 부상을 입으며, 꿈꿨던 서울로의 대학 진학이 무산된다. 이후 그는 3년간 방에 자신을 가둔 채 은둔한다.
은둔 중이던 미지가 외할머니 월순(차미경)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4화의 대사다. 이불을 푹 덮어쓴 그에게 월순은 “소라게가 잡아먹힐까 봐 숨으면 겁쟁이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말한다. 다 살려고 싸우는 것 아니냐고. 미지도 살려고 숨은 것이고, 아무리 모양 빠지고 추저분해 보여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라고.
<미지의 서울>은 용감한 도망자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건넨다. 미지·미래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남자주인공들도 이에 해당한다. 미지의 짝사랑 상대 호수는 학창 시절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한쪽 귀의 청력을 잃은 인물이다.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1등’의 길을 따라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가 된 그는 뒤늦게 이 일이 자신과 맞는지를 고민한다.
미래가 일하게 되는 딸기밭 주인 세진(류경수)은 가까운 이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는 서울살이에 회의를 느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고향으로 내려온 인물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웰컴 투 삼달리> 등 도시에 지친 주인공이 시골 고향으로 내려와 힐링을 꾀하는 내용은 그간 많았다. 하지만 <미지의 서울>는 두손리를 관념적인 힐링의 공간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드라마는 ‘농촌’으로서의 마을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세진은 첫해 딸기 농사를 망쳐 골머리를 앓고, 미지는 일당 높은 밭일이라면 눈을 빛낸다.
미화되지 않는 서울과 두손리. 그리고 그 안에서 방황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위로가 된다. 30대 청춘들의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쌍둥이의 엄마 옥희(장영남), 미지와 일적으로 얽히는 로사식당 주인 김로사 시인(원미경) 등 중장년 캐릭터의 서사도 풀어내며, ‘다 큰 척’하지만 사실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서 있건 두려움이 있기 마련인 우리네 삶을 이야기한다.
“어제는 지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모른다.” 미지가 큰마음을 먹을 때마다 외는 주문은 이 드라마가 건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오늘을 너무 두려워만 말고, 할 수 있는 만큼의 한 발을 내디뎌보자는 것. 하지만 나아가지 못했더라도, 오히려 후퇴했을지라도 괜찮다는 것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58·사진)이 이재명 정부 초대 농식품부 장관으로 유임됐다. 정권이 교체될 때 지난 정부 장관이 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남 논산 출신인 송 장관은 농정 행정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서 지역개발팀장·부원장·농업관측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12월 농식품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송 장관은 특히 윤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건의한 바 있어 이번 유임이 더욱 주목된다. 농식품부 안팎에선 송 장관이 국정기획위 보고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 12·3 불법계엄 당시 국무회의 참석을 두고 ‘반성문’을 내놓은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계엄을 알았으면 국무회의 안 갔을 것이고, 국민께 송구하다”며 “그날 이후 장관을 한 것이 많이 후회된다”고 답했다.
송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저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태”라면서도 “지금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청년·여성·고령층 등 고용 취약 계층의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중하위권 수준에 머물러 맞춤형 지원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청년·여성·고령층 고용률은 각각 45%, 61.4%, 69.9%로 OECD 38개국(청년은 35개국) 중 27위, 30위, 15위로 나타났다. 2014년 고용률보다 청년(5.4%P), 여성(6.4%P), 고령층(4.2%P) 모두 높아진 수치이지만, OECD 순위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계층은 없었다.
2014~2023년 사이 청년층(15~29세) 고용률 자체는 올랐지만, 청년들이 일반적으로 희망하는 전일제 일자리에 취업한 경우는 줄어 고용의 질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전일제 종사자 수는 2014년 약 120만명에서 2023년 80만명으로 연평균 4.4% 줄었다. 연평균 성장률로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일자리 종사자 수는 2014년 38만명에서 2023년 56만명으로 연평균 4.4% 늘어 OECD 6위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경협은 “경기침체 장기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산업구조 변화 등의 구조적 문제로 청년층이 원하는 전일제 일자리가 줄어들며 시간제 일자리로 유입되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여성 고용률은 지난 10년간 OECD 38개국 중 30위에 그쳤다. 여성 고용률은 2014년 55%에서 2023년 61.4%로 늘었지만, OECD 국가 평균 여성 고용률인 63.2%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여성 전일제 임금 노동자 중 저임금 노동자(중위 임금의 3분의 2 이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중은 OECD 국가 중 5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한국의 저임금 여성 노동자 비중은 2014년 37.8%(OECD 1위)에서 2023년 24.5%(OECD 4위)로 완화됐지만, 비중이 높은 순으로 보면 10년 내 OECD 국가 중 5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한경협은 “여성 노동자가 임금 수준이 낮은 음식·숙박업 등 산업과 서비스·돌봄 직군 등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층 고용률은 2014년 65.7%에서 2023년 69.9%로 꾸준히 늘며 OECD 평균(2023년 기준 64%)을 웃돌았다. 다만 다른 OCED 국가의 고용률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며 순위는 7위에서 15위로 낮아졌다. 은퇴 고령층이 생계 유지를 위해 일을 하게 되는 ‘비자발적 재취업 가능성’이 있다고 한경협은 봤다.
한경협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장기화로 싱가포르,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이 청년, 고령층 등의 취업 지원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점을 들며 ‘청년·여성·고령층 맞춤형 고용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내수경기 침체 지속으로 취약계층의 고용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며 “취약계층의 경제활동 촉진과 고용 안정을 위해 맞춤형 고용 지원 및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