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쓰디쓴 아메리카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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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121.♡.249.163) | 작성일 | 25-06-24 18:01 | ||
작곡가 베토벤은 매일 아침 커피콩 60알을 내린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광들에게 ‘60’은 ‘베토벤 넘버’로 불린다. 브람스 역시 아침마다 진한 커피를 마신 걸로 유명하다. 바흐가 독일 라이프치히 커피하우스에서 처음 발표한 ‘커피 칸타타’ 마지막은 커피를 예찬하는 합창이다. 성 이니셜을 따 ‘3B’로 부르는 이 세 사람은 커피광들이다.
국내로는 커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시인 이상이다. 그는 1933년 서울 종로에 연 다방 ‘제비’를 필두로 ‘쯔루’ ‘식스나인’ 등 다방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나는 그래도 경성역을 찾아갔다. 빈자리와 마주 앉아서 이 쓰디쓴 입맛을 거두기 위하여 무엇으로나 입가심을 하고 싶었다. 커피. 좋다.”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를 보면 당시에도 커피는 젊은이들에게 힙한 문화의 상징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예전에 커피는 요즘처럼 언제나 마실 수 있는 음료는 아니었다. 사치품에 가까웠다. 커피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것은 ‘한국을 빛낸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믹스커피다. 이제 그 자리는 아메리카노가 대신하고 있다. 커피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에 이른다. 세계인 평균 152잔의 두 배가 넘고, 아시아에서는 1위다. 거리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씩 커피전문점이 성업 중이다. 다시 커피 한잔이 ‘사치’가 되는 시대가 올는지도 모르겠다. 커피 원두의 국제 거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18일 국제커피기구 자료 등을 보면 지난달 원두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60% 넘게 올랐다. 원인으론 기후변화가 꼽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한몫했다. 원두에 세금이 더해지면 커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도 커피값이 고공행진 중이니, 이대로면 커피도 줄여야 할 판이다. 커피는 이제 단순한 음료를 넘어 생활문화로 자리 잡았다. 안 마시면 금단현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장시간 노동과 과다 경쟁 사회에서 ‘카페인 각성’이 필요한 현실도 서러운데, 늘 마시던 커피마저 줄여야 한다면 너무 우울할 것 같다. 새 정부가 생활물가를 잡아 쓰디쓴 커피라도 맘 놓고 마셨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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