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순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강력 폭탄인 벙커버스터를 이용한 이란의 지하 핵시설 타격 등 이스라엘 공격에 동참할지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이란 공격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작전 실패 가능성은 물론, 이란의 보복으로 장기적인 소모전에 빠질 수 있고 오히려 핵무기 개발 의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 언론은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공격이 이라크전이나 아프가니스탄전처럼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은 미국이 공격할 경우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와 페르시아만, 지중해에 배치된 미군 함정 등을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 중동 내 미군 기지들은 이란의 미사일 사정권에 포함돼 있다.
대니얼 커처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와 스티븐 사이먼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선임국장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포르도 핵시설을 타격할 경우 이란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이란이 미국인을 살해하는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고, 미국도 보복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미국이 이란 정권 교체 작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의 엘리 게란마예는 미국의 이란 공격이 온갖 악재로 가득한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란마예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이란과의 전쟁에 소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전면전에서 승산이 크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전쟁을 장기 소모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리파 파르시 퀸시 연구소 부소장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역내 미군 기지에 대한 전면 공격과 양국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미국에도 쉬운 상대가 아니라며 “이란은 (국토가) 크기 때문에 미국이 이란의 반격 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타격해야 할 목표물이 많다”고 지적했다.
파르시 부소장은 “이란은 버티면서 최대한 반격하고, 트럼프가 예멘에서 그랬듯 전쟁을 갑자기 끝내길 바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해에서 자국 선박을 공격하던 예멘의 후티 반군을 공격하다가 지난달 6일 후티의 항복을 주장하며 군사작전을 중단한 바 있다.
NYT는 장기적인 위험으로 미국의 이란 공습이 역설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NYT는 “이란과 같은 국가들에 ‘조기에 은밀하게 핵무기를 완성해야 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을 예로 들며 북한이 미국의 제재와 방해 속에서도 핵탄두 60기 이상을 확보한 상태이며, 이 때문에 미국이 선제 타격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오마바 행정부 당시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었던 게리 새모어는 “물리력으로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는 있지만, 완전히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단독 공습만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종식시킨 사례는 거의 없다”다고 말했다.
19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한 이후 사담 후세인 정권은 비밀리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했으며 이 사실은 1991년 걸프전 이후에야 알려졌다.
미국의 포르도 핵시설 공격이 실패할 위험도 존재한다. NYT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했어도 벙커버스터를 나르는 B-2 폭격기가 격추될 가능성이 있으며, 벙커버스터로도 포르도 핵시설이 완파되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란 전직 외교관인 호세인 무사비안은 엑스에 이란이 첨단 원심분리기를 다른 곳으로 이전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란에는 모든 것을 재건할 수 있는 방법과 역량이 있다”며 미국의 공격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동기를 극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20일 서울, 인천과 경기·강원 일부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은 “수도권과 강원도를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고 밝혔다. 비는 이날 오전부터 낮 사이 경북권과 경남으로 확대되겠고 남부 지방과 제주도에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도 있겠다.
이날 오후부터 수도권과 강원 북부 내륙, 밤부터는 강원 중·남부 내륙과 세종·충청 북부에 시간당 30∼5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겠다. 이튿날까지 서울·인천·경기 북부와 강원 중·북부 내륙, 대전과 충남 남부, 전북은 최대 150㎜ 이상, 경기 남부와 강원 남부 내륙, 세종·충남 북부, 충북, 광주·전남 북부는 최대 120㎜ 이상의 많은 비가 예보됐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닷새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란 간 핵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해온 중동 걸프 국가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란 핵 시설과 인접한 걸프 국가들은 확전 시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을 우려해 물밑에서 휴전 협상 시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16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걸프 국가의 지도자들과 고위 외교관 등이 이란 및 미국과 접촉하며 핵 협상을 재개하려 노력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걸프 국가들은 양국 간 갈등이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카타르, 오만, 사우디 등은 미국에 이스라엘이 휴전에 동의하고 이란이 핵 협상에 복귀하도록 압력을 가해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오만은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휴전안 초안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소식통은 이스라엘이 즉각적 휴전에 동의한다면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1년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접근 등을 수용할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지난 15일 캐나다에서 시작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유럽 정상을 중심으로 이란이 핵 협상에 다시 참여할 수 있게 걸프 국가들이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UAE 측과 의견 일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란 핵 시설과 가까운 곳에 있는 인접국들은 확전 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 14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해 이란과 카타르가 공유하는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이 일부 파괴됐다. 이스라엘이 아직은 타격하지 않은 이란 서부의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는 쿠웨이트 수도와 불과 230㎞ 정도 떨어져 있다.
걸프 국가들은 분쟁이 확대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걸프만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극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 당시 사우디, UAE, 카타르 정상들은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는 대신 협상을 우선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란이 주변 국가를 의식해 확전을 시도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사우디 정치평론가 알리 시하비는 “걸프 지역은 지난 1년여 동안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이란은 이를 위험에 빠트리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2023년 이란과 사우디는 중국의 중재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는 등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