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혼전문변호사 [정동칼럼]한은 ‘빚’에 기댄 정부, 재정 흔들린다 | |||||
---|---|---|---|---|---|
작성자 | (182.♡.210.26) | 작성일 | 25-09-15 10:39 | ||
고양이혼전문변호사 올해 8월까지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빌린 대정부 일시대출 누적액은 145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0조원보다 크게 늘었다. 최근 몇년간 정부는 재정집행 속도와 세입 부족을 이유로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과거보다 자주 사용해왔다. 올해는 두 차례의 예상치 못한 추경이라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중앙은행 차입이 상시적 수단으로 굳어진 현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법은 원칙을 분명히 한다. 국고금관리법과 한국은행법은 정부가 필요할 때 한은 차입을 허용하지만,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증권 발행을 우선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일시대출은 초단기 유동성 보완에만 한정해야 하며, 상시적 조달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한은 일시대출은 긴급 상황을 위한 안전판이지, 구조적 부족을 덮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일시차입은 재정 취약성과 세입 관리 실패를 은폐하는 편법으로 악용되고 있다. 국고금관리법이 회계연도 내 상환을 원칙으로 삼고 있긴 하지만, 낙관적 세수 전망과 허술한 예산 편성이 반복되며 부족분을 한은 대출로 메우는 일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국세 수입이 예산치보다 수십조원 부족했으며, 그 부담은 중앙은행 차입으로 전가됐다. 국민 눈에는 정부의 허점을 감추는 도구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자 부담도 무겁다. 올해 4월 기준 일시대출 잔액은 71조원을 넘어섰고, 이자 비용만 446억원에 달했다. 대출 이자는 단기 통안증권 수익률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금리 수준이 높아질수록 정부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에 따른 간접비용도 만만치 않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문제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유럽중앙은행은 조약에 따라 회원국 정부에 대한 직접 대출을 금지한다. 미국 연준 역시 재무부에 직접 신용을 제공하지 않고, 국채시장을 통한 조달만 허용한다. 일본은행도 국채를 직접 인수하거나 직접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필요할 때는 의회의 의결을 거쳐 환매 목적의 국채를 인수할 수 있을 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중앙은행 대출 남용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왜곡, 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누차 경고했다. 국제결제은행 역시 단기자금 부족조차 시장에서 직접 조달하고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정부의 책임성과 중앙은행 독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의 책무 또한 가볍지 않다. 합법적 요건 충족만을 이유로 차입을 마치 자동적으로 허용하는 태도는 사실상 책임 방기다. 법정 한도가 존재한다 해도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견제와 공개 장치 역시 부족하다. 중앙은행은 정부의 편의에 따라 움직이는 ‘자판기’가 아니라, 통화정책 독립성을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승인 사유와 조건을 더욱 엄격히 설정하고, 국회 보고 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책임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 해법은 명확하다. 정부가 단기자금이 필요하다면 한은이 아니라 시장에서 조달해야 한다. 재정증권과 단기국채 발행을 확대해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으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시장 원리에 따라 금리와 수급이 조정되고, 국채시장 활성화와 수익률 곡선 정상화에도 기여한다. 무엇보다 정부 재정 상황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견제가 자연스럽게 작동한다는 점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한다. 다른 선진국들은 안정적으로 국고 수급을 관리하고 있는데, 우리만이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 한은 일시차입금에 의존해야 한다는 주장은 관료들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기재부의 일시차입 남용은 재정적자와 세수 부족을 드러내기 싫어 되풀이해온 낡은 습관이다. “어차피 한국은행이 빌려주겠지”라는 안일한 인식은 예산 편성과 집행의 긴장감을 무너뜨리고, 세입 예측의 정확성과 지출 효율성마저 떨어뜨린다. 이런 관행은 시간이 갈수록 재정 건전성을 약화하고, 정부 신뢰를 잠식하며, 경제 전반의 위험 요인을 확대한다. 반복되는 ‘분식 아닌 분식’을 멈춰야 한다. 정부와 한은은 일시차입을 극히 제한적 예외로만 인정하고, 대출 한도를 줄이며, 실시간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재정증권과 단기국채 발행을 통한 시장 조달을 원칙으로 삼고, 국회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더 이상 책임 회피와 임시방편으로 시간을 벌 수는 없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신뢰와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 고위급 인사들이 14일 만찬을 겸한 긴급 회동을 열어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다. 최근 3대 특검법 파기 과정에서 민주당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사이 빚어진 갈등을 봉합하고,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자리로 보인다.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만났다. 회동에 참석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김 총리를 사이에 두고 환하게 웃으며 악수했다. 참석자 5명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참석자들에게 “부부나 형제나 다 싸우는 것이다. 아무 일도 없는 게 위험한 것”이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푼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회동이 끝난 후 언론 공지를 통해 “당·정·대는 항상 긴밀하게 소통하고 화합하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며 “동시에 당·정·대는 정국 현안에 대해 긴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로 대화를 많이 하며 그간 오해를 잘 풀었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은 김 총리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휴일에 예정 없이 진행된 일정을 두고 일각에선 최근 3대 특검법 파기 과정에서 터져 나온 당내 파열음을 수습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합의한 3대 특검법 개정안을 하루 만에 파기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간 이견이 노출되며 공개 사과 요구 이야기까지 오갔다. 일련의 개혁작업 과정에서 불거진 당·정 엇박자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검찰개혁 후속 작업을 논의하는 도중 정 대표와 우 수석 간에 언쟁이 오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프리마 파시(Prima Facie, 겉보기에)’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법률 용어로 어떤 주장이 그럴듯하고 입증된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반증이 제시되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고, 법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겉모습의 사실’로 치부되기 일쑤다. 연극 <프리마 파시>는 성폭력 가해자의 변호인이었던 테사가 성폭력 피해자가 되어 법정에 서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진실이 증명되지 못하는 현실’을 함께 체험하게 한다. 노동계급 출신의 테사는 법정의 승리를 경주마처럼 즐기며 성공을 욕망하는 변호사다. 그는 성폭행 혐의를 받는 의뢰인을 변호할 때조차 증인 진술의 허점을 찾아내 무죄를 끌어내고, 그것이 변호사의 일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테사의 신념이 송두리째 무너져내린다. 호감이 있던 동료 변호사 줄리언과 데이트 후 만취 상태에서, 테사가 거부했음에도 줄리언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것이다. 테사는 자신이 너무나 잘 아는 법의 틀 안에서 승소가 어렵다는 사실을 직감하면서도 782일에 걸친 외로운 싸움을 벌이게 된다. “정말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게 맞아? 그 질문을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받은 끝에 난 여기 있어. 바로 여기.” 작품은 1막과 2막의 극적인 대조를 통해 법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가 어떻게 의심받으며, 피해자가 범죄 입증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부당한 현실을 그려낸다. 무대에는 육중한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뒤로 견고한 문이 닫혀 있다. 테이블은 테사의 상황과 공명하며 그가 믿던 법적 체계의 부당함을 드러내는 무대가 된다. 1막에서 테사는 자신만만하게 테이블을 오가며 법의 언어를 휘두르는 주체로 서 있다. 하지만 사건 이후 2막에서 테이블 위 테사는 심문 대상이 되고, 법에 의해 억압당하는 처지로 뒤바뀐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수세에 몰린 테사는 ‘법적 진실’ 너머 ‘삶의 진실’을 호소한다. 상대 변호사는 ‘브와 디르(voir dire)’를 요청한다. 선입견을 방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효력 없는 진술을 할 때 배심원을 내보내는 절차다. 아이러니하게도 브와 디르의 어원은 ‘진실을 말하다’. 예상대로 판결은 패배로 끝난다. 하지만 법 이전에 ‘정의’를 추구하기로 한 테사에게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재판 과정을 마친 테사는 꿈쩍하지 않을 것 같던 문을 열고 퇴장한다. <프리마 파시>는 인권 변호사 출신 극작가 수지 밀러의 작품으로 2019년 호주에서 초연된 이후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도 주목받았다. 공연 시점에서 보듯 ‘미투 운동’과 떼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문제 제기를 무대로 옮긴 셈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권력형 성폭력이 논란이 된 한국에서도 현재적인 울림을 준다. 작품은 흔치 않은 여성 1인극이다. 120분 동안 오롯이 무대를 책임지는 테사 역에는 이자람, 김신록, 차지연이 캐스팅됐다. 지난달 30일 공연 회차에서 김신록은 오만한 변호사에서 혼란스러운 피해자를 거쳐 부당한 사회 구조에 균열을 내는 ‘생존자’로의 전환을 말 그대로 신들린 듯 선보였다. 다른 배우들의 테사까지 궁금할 정도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충무아트센터에서 11월2일까지. ▼배문규 기자 sobbell@khan.kr 평택학교폭력변호사 |
|||||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