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구속 여부가 이르면 9일 결정된다. 지난 3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난 윤 전 대통령은 넉 달 만에 재구속 기로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15분 법원 서관 321호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국무회의에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하고 2분간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통보한 뒤 회의를 종료해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 등이다.
특검팀에선 윤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참여했던 박억수·장우성 특검보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선 김홍일·배보윤 변호사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도 이날 직접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 이후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결과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또는 내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광주시의 한 상가건물에서 10대 여성이 추락하면서 발생한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행인 모녀를 포함해 3명으로 늘어났다.
8일 경기 광주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된 40대 여성 A씨가 이날 오후 사망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7일 오후 2시36분쯤 광주시의 한 13층짜리 상가건물 옥상에서 10대 여성 B양(18)이 추락했고, 아래를 지나던 A씨와 딸 C양(10대), 20대 남성 D씨와 충돌했다.
C양은 현장에서 숨졌고, 추락한 B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그날 저녁 사망했다. D씨는 어깨 등을 다쳐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양이 사고 당일 해당 건물 내 정신과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옥상으로 올라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양은 평소 우울증 증세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A씨가 딸 이름이 적힌 약봉지를 들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모녀가 병원 진료 후 귀가 중이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건물 내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과 병원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향 아이들만큼은 가난 때문에 배움의 길을 포기하지 않길 바랐습니다.”
평생 파지와 깡통을 주워 번 돈을 장학금으로 전달해온 박순덕 할머니(89·사진)가 고향 전북 정읍 학생들을 위해 또다시 4000만원을 기탁했다.
정읍시는 8일 “칠보면 출신 박순덕 할머니가 인재육성 장학금 4000만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박 할머니는 지난달 ‘희망 2025 캠페인’ 유공자로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표창을 받은 뒤 “기쁨을 고향과 나누고 싶다”며 성금을 보탰다.
박 할머니는 2021년부터 해마다 장학금을 전달하기 시작해 올해까지 칠보면에 기탁한 기부금이 1억9650만원에 달한다. 이번 4000만원까지 더하면 누적 기부금은 2억3650만원. 그 덕분에 5년간 칠보면 학생 168명이 학업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박 할머니는 정읍시 칠보면 수청리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그는 가난 탓에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여덟 살 무렵 또래 아이들이 책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모습을 보며 길거리에서 연필과 종이를 주워 글을 가르쳐달라고 울부짖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스무 살에 고향을 떠나 결혼했지만, 배움에 대한 아쉬움은 평생 가슴에 남았다. 2017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새벽마다 손수레를 끌고 거리로 나섰다. 하루 많아야 6만원 남짓한 벌이는 파지 줍는 일이었지만, “내가 밥을 굶더라도 고향 아이들 공부를 도와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묵묵히 길을 걸었다. 기초생활수급비 100만원으로 생활하며 모은 돈은 장학금으로 고스란히 적립됐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박순덕 할머니의 따뜻한 기부가 지역 청소년들에게 든든한 희망이 될 것”이라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미묘한 메모의 묘미김중혁 지음유유 | 200쪽 | 1만5000원
“소설가. 메모 전문가. 종이에 낙서하기 전문가. 백여개가 넘는 메모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며, 수백권의 노트에다 메모를 남겼다. 그중 몇개의 메모는 소설이 되었고 몇개의 메모는 에세이가, 몇개의 메모는 그림이 되었다. 그중 몇개의 메모는 농담이 되었고, 그중 몇개의 메모는 수면 위로 떠오를 때를 기다리며 잘 쉬고 있다.”
책날개에 쓰인 소설가 김중혁의 자기소개다. ‘메모’ 하면 아무렇게나 휘갈긴 종잇조각이나 스마트폰 기본 메모장에 대충 적은 줄글 정도를 떠올릴 법하다. 메모 자체가 잠깐의 쓰임을 다하면 삭제되거나 잊혀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메모를 단순히 기억의 보조 장치 정도로 여기지 않고, 머릿속에 부유하는 생각의 파편을 잡아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활용했다. 책은 체계적으로 메모의 상황과 도구, 방법, 형식 등을 제시하는데, ‘메모’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탐구로도 읽힌다.
상황별로는 책에 남기는 메모, 어둠 속의 메모, 산책하면서 하는 메모 등등. 도구별로는 종이, 타자기, 워드 프로세서, 노트북 컴퓨터, 휴대전화에서 시작해 보다 전문적인 메모 도구까지 제시한다. 작은 수첩, 카드, 표, 마크다운 등 저자가 제안하는 10가지 메모법은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메모로 별짓 다해 본 소설가의 메모 이야기라는 홍보 문구에서 ‘당사자성’과 ‘진실성’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메모해서 뭐해?” “무슨 의미가 있어?”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되묻는다. “메모를 시작하는 순간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 … 떠오른 생각을 종이에 적어 보지 않고 허공으로 날려 버리는 게 더 큰 낭비가 아닐까?”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폭염 지속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자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건강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각 부처가 가용한 행정력을 총동원해달라”며 전국 무더위쉼터 실태 점검과 현장 중심 민관협력 신속재난대응팀 구성을 지시했다. 김 총리는 취임 후 첫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폭염 피해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에서 “자연재해 자체야 막을 수 없겠지만 그 피해 확대를 막을 수는 있다”며 “그중에서도 취약계층들이 폭염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고통을 겪지 않도록 가능한 대책들을 신속하게 집행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농촌 지역 대책으로 소방차나 가축 방역 차량을 활용한 축산 농가 급수 실시, 조속한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지원 조치를 지시했다. 어촌 지역에 대해선 민관협력 신속재난대응팀을 구성해 생물 조기 출하 유도, 비상품어 조기 수매, 양식장 필수 대응 장비 지원, 양식 재해보험 가입 확대 추진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각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무더위쉼터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활용되고 있는지 체크해달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회의 비공개 부문에서 “무더위쉼터의 지정 숫자와 운영 상황은 물론이고 운영 실적까지 꼼꼼히 챙겨달라”고 강조했다고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안전종합대책을 보고받은 후 “근로감독관을 지금보다 대폭 늘리고 지자체의 단속권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하루에 40명이 목숨을 끊는 현실을 언급하며 “개문발차라도 가능한 대책을 신속하게 집행하라”고 말했다.
김 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 회의에서 “폭염은 그냥 기상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재난이 돼버렸다”며 “냉방 환경이 제공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어떤 사회적인 계층(의 문제)으로 돼서 각자를 위협하는 것을 막는 게 국가의 일”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일하는 분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국가의 과제”라며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해 영세사업장에 이동식 에어컨을 조속히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 7일 경북 구미 건설 현장에서 20대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산업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하기 전이라도 ‘2시간 노동하면 20분 휴식하는 원칙’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게 산업계와 소통하고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