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이 일본 군함도 문제를 두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정면충돌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대일 ‘투 트랙’ 기조가 첫 암초를 만났다. 당장 이번 사안이 양국 관계의 큰 흐름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태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가 앞으로 반복될 일본의 역사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8일 세계유산위에서 전날 군함도 관련 일본의 약속 이행 점검 안건이 채택되지 않은 것을 두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일본이 근대산업시설(군함도 등)과 관련해 스스로 한 약속과 이 약속이 포함된 세계유산위의 결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향후 세계유산위에서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을 정제된 표현을 통해 밝힌 것으로 보인다. 세계유산위는 전날 한국이 제안한 해당 의제를 일본이 반대하자 표결에 부쳤다. 한국이 패하면서 정식 의제로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외교부는 전날 세계유산위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일본과의 관계 발전과 과거사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대응 방침을 재차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과거사 현안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일본 측과 상호 신뢰하에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군함도와 관련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라서 이번 사안이 우호적인 양국 관계의 결정적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다만 문제는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 소지가 곳곳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 2025년 방위백서를 발간하는데, 여기엔 기존처럼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8월에는 패전일을 맞아 일본 지도층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사도광산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등을 추모하기 위한 한·일 공동 추도식 개최도 변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일본의 무성의한 태도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일본의 역사 왜곡 행보가 쌓이면 한국 내 여론이 악화하면서 정부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이 이날 군함도 관련 입장을 밝히면서 외교부와 달리 투 트랙 기조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의도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을 향해 우회적으로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계기가 있을 때마다 투 트랙 방침을 밝혀왔고 일본 내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정부가 일본의 전략에 허를 찔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일본이 군함도 문제 의제 채택을 반대하면서 표결 요청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른 위원국을 상대로 “표결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설명해왔다. 그런데 일본이 군함도 의제를 삭제한 수정안을 역으로 제시했다. 한국이 수정안에 유일하게 반대하며 투표를 요청한 모양새가 됐다.
세계유산위는 보통 컨센서스(표결 없는 전원 동의) 방식으로 결정을 채택한다. 표결에 이른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질 우려가 있다. 향후 군함도 문제를 세계유산위에서 공론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자 주요 상권에선 문을 활짝 열고 냉방하는 ‘개문냉방’이 성행하고 있다. 상인들은 영업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에너지 절약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 들어 서울에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7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의류매장 세 곳은 모두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켠 채 영업 중이었다. 바깥에서 옷을 고르던 김모씨(26)는 “문이 열려 있으면 냉기가 느껴지니 더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한 오락실은 열린 문 앞에 서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한 시민은 일행에게 “여기 엄청 시원하다”며 오락실로 인도했다. 꽃집·안경점·문구점 등 업종을 불문하고 열린 문으로 냉기가 흘러나왔다.
개문냉방은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규제가 쉽지 않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등 관련 법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 수급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될 때 ‘에너지 사용 제한’을 고시해야 단속할 수 있다. 상인들은 영업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한복대여점 골목에는 가게 6곳 중 5곳이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 중이었다. 직원 A씨는 “본사 방침”이라며 “문이 닫혀 있으면 고객이 안 온다”고 했다. 서울 명동에서 식품매장을 하는 B씨(45)도 “문을 여는 것과 열지 않는 것은 100% 차이가 난다”며 “우리도 덥고 전기세(료)도 많이 나와 힘들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전기료 부담을 감내하면서라도 어쩔 수 없이 개문냉방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인들 입장도 같이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인들의 ‘냉방 경쟁’을 막으려면 규제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는 “동일한 규제하에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상인들도 개문냉방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도 “상업용 전기요금을 올려 개문냉방을 억제하든, 산업부가 개문냉방을 제대로 규제하든 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인들의 영업 자유 문제도 있고 국민 불편도 수반되는 조치인 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전력수요가 정점을 찍는 8월 혹서기에 개문냉방을 단속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7일 부산 동래구 명륜초등학교 2학년 3반 여름방학식에서 학생들이 방학계획서를 흔들며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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