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의 행정통합 논의가 네 번째 고비에서 또다시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통합을 지지하는 민간단체가 내놓은 ‘105개 상생 발전 방안’에 대해 완주군과 군의회가 “재정 근거도, 주민 공감도 없다”며 강경한 반대 뜻을 밝히면서다.
8일 전주시민협의위원회와 완주군민협의회에 따르면, 양측은 최근 민간 통합추진기구 명의로 △통합 인센티브 완주 전액 투자 △완주군민 복지 12년 유지 △통합 시청사·시의회 청사 완주 건립 △혐오 시설 이전 불가 등을 골자로 한 상생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유희태 완주군수는 지난 3일 “군민 의견 수렴도, 구체적인 재원 계획도 빠진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날 완주군의회도 의원 13명 전원 명의의 반대 성명을 통해 “실현 가능성이 없는공약 나열”이라며 “통합이 강행되면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관영 전북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을 향해 “통합이 무산될 경우 정치적 책임을 지고 불출마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김관영 지사는 한 방송 대담에서 “전주·완주 통합은 전북 생존 전략”이라며 “완주군민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범기 시장도 7일 기자회견에서 “105개 상생 방안을 전면 수용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지만, 구체적 이행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아 “맹탕 회견”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우 시장은 이날 처음으로 통합 반대 측에 공개 대화를 제안했으나, 토론 방식과 일정은 정하지 않았다.
두 지역의 통계 지표는 온도 차를 드러낸다. 전주 인구는 2020년 65만7000명에서 지난달 63만명으로 감소했고, 지방채 잔액은 6000억원을 넘어섰다. 반면 완주군은 인구 10만명을 돌파하며 ‘시(市) 승격 기준 완화’ 요구에 힘을 싣고 있다. 팽창하는 완주와 수축하는 전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셈이다.
전주·완주 통합 시도는 이번이 네 번째다. 1997년·2009년 여론조사, 2013년 주민투표가 모두 완주군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 관련 법 개정으로 주민투표 요건(투표율 25%·찬성률 50%)이 다소 완화됐지만, 완주 지역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은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지방분권·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라 오는 8~9월 주민투표 일정을 검토 중이며, 전북도는 9월 말 이전 투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도 지난 4월 “통합의 타당성은 인정되지만 주민 지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전북연구원 관계자는 “팽창하는 완주와 수축하는 전주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며 “정보 공개와 숙의 과정이 부족하면 이번 통합 논의도 결국 갈등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축구선수 기성용씨가 자신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후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정하정)는 기씨가 초등학교 후배 A·B씨를 상대로 5억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며 “피고가 공동으로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2021년 2월 “전남 순천중앙초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기씨를 비롯한 선배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기씨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용상 가해자가 기씨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기씨는 같은 해 3월 이들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022년 3월 첫 변론기일이 열렸는데 당시 재판부가 형사 사건 수사 결과가 나온 뒤 결정하자며 진행을 멈췄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2023년 8월 A·B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고, 이에 지난해 1월 2년 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 변론도 재개됐다.
A·B씨는 자신들의 폭로를 ‘대국민 사기’라고 주장했던 기씨의 전 대리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 새로운 기술을 탐구하는 사람, 아름다운 자연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 어쩌면 많은 이들이 장인, 마니아, 전문가, 혹은 덕후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부정적 어감 때문인지 ‘꾼’은 쉽게 입에 붙지 않는다.
우리말에서 ‘꾼’은 어떤 일에 능숙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중립적인 말이다. 낚시꾼, 나무꾼, 농사꾼, 구경꾼처럼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저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도박, 협잡, 사기 등 질이 나쁜 단어들과 자주 만나면서 ‘꾼’에 부정적인 의미가 덧씌워졌다. 이런 어감 변화는 일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는 어떤 일에 깊이 빠져 있거나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을 ‘꾼’보다 덕후, 마니아로 부르는 일이 훨씬 흔하다. 영화꾼이나 사진꾼보다 영화 덕후나 사진 마니아가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온 말로 한 분야에 깊이 빠진 사람을 뜻한다. ‘마니아’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영어 단어다. 이들은 어느덧 우리말 속으로 슬며시 스며들었고, 이제는 아예 ‘꾼’의 자리를 꿰차고 들어앉았다.
언어는 시대와 함께 변하고, 새로운 단어가 유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우리말 고유의 멋과 정서가 점점 희미해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그 사회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그렇다. ‘꾼’이 가진 중립적이고 포용적인 의미는 점차 사라지고, 대신 외래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꾼’이 태생적으로 나쁜 뜻은 아니다. 소리꾼, 솜씨꾼처럼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숙련된 재능을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 자신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꾼’들이 많다. 나도 내 분야에서는 인정받는 ‘우리말꾼’이고 싶다. 외래어와 신조어의 홍수 속에서 ‘덕후’나 ‘마니아’가 미처 담지 못하는 ‘꾼’이 지닌 깊은 의미를 새삼 되새겨본다.
세종시는 오는 25~27일 조치원읍 세종시민운동장 일원에서 117년 전통을 지닌 조치원 복숭아를 주제로 한 ‘제23회 세종 조치원 복숭아축제’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올해 축제에선 복숭아를 상징하는 ‘분홍색’을 드레스코드로 지정했다.
분홍색 옷이나 모자, 가방, 액세서리 등 분홍 계열의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고 축제장을 찾으면 스탬프 투어와 미니올림픽, 베스트 복숭아룩 콘테스트, 다트 게임 등 다채로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드레스코드 참여 이벤트는 1일 약 900명 한정으로 진행되며 선착순이다.
이벤트 참여자는 조치원 복숭아 2개와 복숭아 구매 할인권, 복숭아 굿즈, 인생네컷 무료 촬영권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25·26일 토요일 오후 6~10시 진행되는 ‘피치 비어 나잇 축제’에선 무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맥주와 함께 가수 체리필터와 국악밴드 얼쑤, 재즈피아니스트 지노박 등 다채로운 출연진의 공연이 열린다.
복숭아로 만든 각양각색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복숭아 디저트 페어’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 가족물놀이(워터밤) 등 다양한 부대 행사도 진행된다.
전남도는 “구례 화엄 자연밥상 음식거리와 영암 기품 독천낙지거리를 ‘남도음식거리’ 조성 대상지로 추가 선정해 명품화 사업을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남도음식거리’ 조성은 지역 고유의 맛과 멋을 살린 특색 있는 음식문화를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고, 전남을 대표하는 미식 관광지로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전남지역에는 현재 17개 시·군에 19개소가 조성돼 있다. 올해 선정된 음식거리에는 개소당 총 10억원(도비 5억원·군비 5억원)을 투입된다.
구례 화엄 자연밥상 음식거리는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구례 마산면 화엄사 입구 일원에 조성될 예정이다. 현재 산채정식, 버섯전골 등을 대표메뉴로 하는 16개 음식점이 운영 중이며, 지리산의 청정 식재료를 활용한 건강한 밥상으로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구례군은 음식거리 주변에 지리산 역사문화관,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등 관광지와 연계한 콘텐츠를 구성하고, 지역 생태와 특산물을 활용한 조형물 설치로 ‘구례만의 음식거리’ 브랜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영암 기품 독천낙지거리는 영암 학산면 독천5일시장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이미 갈낙탕과 낙지초무침 등 낙지와 한우를 접목한 독특한 요리로 미식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영암군은 이번 선정을 계기로 음식거리 방문객을 위한 편의시설 개선, 보행환경 정비, 주차장 확보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인근 시군과 차별화된 영암 고유의 낙지요리 개발을 통해 전남 낙지요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정광선 전남도 보건복지국장은 “22개 시군별 다양한 남도음식 브랜드화를 위해 지역별 특색있는 남도음식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며 “남도 고유의 맛과 문화를 관광객에게 더 매력적으로 전달하도록 조성 이후에도 적극적인 홍보와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