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신임 동부지검장(사법연수원 30기)이 4일 처음 출근하면서 “검찰이 수술대 위에 놓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 지검장은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임 지검장은 이날 오전 9시45분쯤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청사로 처음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중책을 맡게 된 것이어서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며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처럼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더 바라긴 했었는데, 그것보다 여기가 더 무거운 자리라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임 지검장은 ‘정치적 배경에 얽힌 인사라는 평가도 있다’는 질문에 “저를 바라보는 분들이 서 있는 곳에 따라 제 바탕색이 달라 보이는 것은 10여 년을 내부 고발자 생활해서 늘 있었던 일이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제 진심은 제가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 지검장은 ‘검찰 개혁에 대한 내부 반발이 있다’는 질문에는 “윤석열 정부가 검찰 독재 정권이라는 평가가 있지 않았냐”며 “그때보다는 목소리가 한풀 꺾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한때 존경했던 검찰 선배가 내란수괴로 조사받는 것이 참담한 후배가 한두 명이 아닌 것 같다”며 “검찰이 그때 잘못 평가했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의 방향성에 관한 질문에 임 지검장은 “아직 검찰청법이 바뀐 것은 아니라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컨대 (직전 근무지인)대전지검만 하더라도 민주당 정부를 향한 표적수사가 수년간 지속해 일선의 장기 미제 사건이 한둘이 아니다. 인지수사보다 최대한 주어진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지금까지 말을 못 했기 때문에 국민에게 불신받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말은 많았고 말을 실천하는 행동이 필요한 때이기 때문에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임 지검장은 이어 오전 10시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도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임 지검장은 취임사에서 “우리 검찰은 고쳐 쓸지 버려질지 기로에 놓였다”며 “막강한 검찰권을 검찰에 부여한 주권자는 지금 우리에게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있다. 우리는 이제 답해야 한다”고 했다.
임 지검장은 “(그간 검찰에 의해)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대한 표적 수사가 거침없이 자행되었고,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대한 봐주기가 노골적으로 자행된 것 역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학의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사건 등 표적 수사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숱한 피고인들은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사과하지 않았다”며 “사법 피해자들 앞에 우리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이어 “사실을 직시해야 진단을 제대로 할 수 있고, 진단이 제대로 되어야 적절한 처방을 할 수 있다”며 “표적 수사와 선택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수사를 인정하자”고 말했다.
검찰 개혁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임 지검장은 “서울동부지검은 검찰 수뇌부의 결정에 수사관분들이 집단소송으로 맞섰던 역동성을 간직한 곳”이라며 “이런 동료들이라면, 검찰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했다.
임 지검장은 ”앞장서서 헤쳐나가겠다. 우리 함께 가자“며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취임식은 애초 비공개 진행 예정이었으나 임 지검장 지시로 시작 20여분을 앞두고 언론 공개로 전환됐다. 임 지검장은 취임식을 마치고 문 앞에서 기다리며 참석한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국민의힘 쇄신 작업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안철수 의원이 내정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할 혁신안을 마련하겠다”며 “그 첫 단계로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모시겠다”고 밝혔다.
그는 “안 의원은 이공계 출신으로, 의사, 대학교수, IT 기업 CEO 를 두루 경험해 과감한 당 개혁의 최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는 “당내외 다양한 인사들을 혁신위원으로 모시고 혁신 논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며 “국민이 공감할 혁산안을 마련해서 새로운 당 지도부와 함께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성남분당갑을 지역구 둔 안 의원은 제3당인 국민의당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장을 지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비판하고 국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져 ‘탄핵찬성파’로 분류된다.
송 위원장은 수도권과 중도층 민심에 부합하는 혁신안 마련을 위해 안 의원을 기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송 위원장은 지난달 원내대표에 출마하면서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혁신 논의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드라마 촬영 중 국가 보물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병산서원 만대루에 못질한 KBS 관계자에 대해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했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된 KBS 드라마 촬영팀 관계자 3명에 대한 기소를 유예했다고 2일 밝혔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고발인이 별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한 이대로 사건이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S 드라마 촬영팀 관계자들은 지난해 12월 30일 소품용 모형 초롱 6개를 매달기 위해 병산서원 만대루(晩對樓) 보머리 여섯 군데와 기숙사 동재(東齋) 기둥 한 군데에 못질한 혐의로 시민과 안동시로부터 고발당했다.
나무에 구멍이 난 못 자국은 개당 두께 2∼3㎜, 깊이 약 1∼1.5㎝로 파악됐다. 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재다. 만대루는 국가 보물로 지정돼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KBS는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복구를 위한 절차 협의 등을 약속했다. 문제가 된 촬영 영상은 전량 폐기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문화재 전문가 등의 의견을 종합해 훼손된 곳을 1년간 관찰하기로 했다. 못질로 인해 발생한 구멍의 크기가 2~3㎜로 크지 않아 습기가 많은 장마철이 지나면 목재가 수축해 자연스럽게 훼손 부위가 회복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건조한 겨울철에 구멍을 메우는 등의 보수행위가 오히려 훼손 정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반영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1년간 지켜보고 못질로 인한 부위가 벌어지는 등 훼손 정도가 더욱 심해지면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기둥 자체가 훼손돼 무너지는 등의 안전성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수년 동안 여성 직원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괴롭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비소프트 전 고위 관계자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보비니 법원은 이날 유비소프트 전직 임원 및 디렉터 토미 프랑수아(52)를 비롯해 전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세르주 아스코에트(59), 전 게임 디렉터 기욤 파트뤽(41)에게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을 선고했다.
앞서 이 세 사람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파리 교외에 있는 유비소프트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여러 형태의 괴롭힘, 성희롱, 성폭력을 가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플랫]여성 직원 의자에 묶어 엘리베이터에…유럽 최대 게임사의 성폭력
셋 중 가장 심각한 혐의가 제기된 토미 프랑수아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와 벌금 3만유로를 선고받았다. 프랑수아는 여성 직원을 엘리베이터에 태워 다른 층으로 이동시킨 혐의, 피해자의 얼굴에 사인펜으로 그림을 그린 뒤 회의에 참석하도록 강요한 혐의, 치마를 입은 직원에게 물구나무서기를 강요한 혐의가 있다. 프랑수아는 2015년 사내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한 직원에게 강제로 입 맞춘 혐의도 받는다.
유비소프트의 이인자로 꼽혔던 세르주 아스코에트는 심리적 괴롭힘과 성희롱 공모 혐의로 징역 18개월에 집행유예와 벌금 4만5000유로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아스코에트가 자신이 코를 푼 휴지를 여성 직원에게 주면서 “유비소프트에서는 이게 금값”이라고 발언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직원들에게 개인적인 업무를 시키는 등 괴롭힘을 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전 게임 디렉터 기욤 파트뤽은 심리적 괴롭힘 혐의로 징역 12개월에 집행유예 및 벌금 1만유로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파트뤽이 벽을 주먹으로 치고, 직원을 때리는 흉내를 내고, 동료들의 얼굴 근처에 채찍을 휘두르고, 라이터를 가지고 놀다가 직원의 수염에 불을 붙인 혐의를 인정했다.
이번 재판은 2020년 프랑스 게임업계 ‘미투’(나도 고발한다) 이후 최초의 대규모 재판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당시 유비소프트의 부적절한 사내 문화가 폭로되며 내부 조사가 진행됐고, 직원 약 25%가 직장 내에서 부당한 행위의 피해자가 됐거나 피해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아스코에트는 직에서 물러났으며 프랑수아와 파트뤽은 해고됐다.
판결에 앞서 열린 심리에서 피해자들은 “그는 내 상사였고 나는 그가 두려웠다. 그가 나에게 물구나무서기를 시켰고 나는 그를 떨쳐내기 위해 그냥 하고 말았다”, “망연자실했고 굴욕감을 느꼈으며 직업적인 신뢰를 잃었다”고 진술했다.
유비소프트는 유럽 최대 게임회사로 꼽힌다. 1986년 프랑스에서 가족기업으로 시작해 ‘어쌔신 크리드’와 ‘아노’ 시리즈, ‘저스트 댄스’ 등 세계적인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 ‘어쌔신 크리드’의 암살자 캐릭터가 등장해 성화를 봉송하기도 했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