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폰테크 새 정부를 향한 기대감 속에 3년 반 만에 ‘3000피’를 회복한 국내 증시가 ‘중동 리스크’를 마주했다.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와중에 나온 대형 변수다.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크지만 전쟁의 확전 등 전개 양상에 따라 코스피 지수가 잠시 ‘숨고르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127.22포인트 오른 3021.84로, 2021년 12월28일 이후 3년6개월여 만에 3000대로 복귀했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정치적 불안정이 해소됐고 증시 활성화를 공약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며 투자 심리에 불이 붙었다. 30조5000억원 규모 추경 편성 등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되며 박스권 탈출에 성공했다.
‘코스피 3000’ 돌파로 지난 20일 기준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225개사로, 지난해 말(200개)보다 25곳(12.5%) 증가했다.
관건은 대외 여건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관세 및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다면 국내 정책 모멘텀이 국내 증시의 추가 랠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이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 3곳을 직접 타격하면서 중동 위기는 새 국면을 맞았다. 이란이 미국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확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국제 유가가 폭등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했다고 하고, 이란은 문제가 없다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고 있다. 사실관계가 정리될 때까진 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 계기로 이란이 핵 개발을 더 서두르면 지정학적 위험은 지금 수준 또는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시나리오까지 남아있다”며 “양측이 협상하기 전까지는 시장에 미칠 영향이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식주 물가는 높고 필수 생활물가는 뛰어 저소득층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빈부 격차를 더 키우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부의 양극화도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가 민생을 보듬고 부의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선 물가와 집값 안정을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행의 18일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보면, 고인플레이션이 시작된 2021년 이후 지난달까지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19.1%)이 소비자물가 상승률(15.9%)보다 3.2%포인트 높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등 대내외 충격이 겹쳐 식료품·에너지값이 크게 올랐다 한다. 동일 품목 내에서도 저가상품 가격이 더 상승하는 ‘칩플레이션’이 심해진 걸 고려하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실질적인 물가 상승률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의식주 등 필수재 물가가 외국보다 높았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의류(161), 식료품(156), 주거비(123) 물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00)를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 사태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서민들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빚을 내거나 장사를 접었다. 자영업을 접고 1년간 경제활동을 멈춘 인구는 지난해 월평균 24만여명으로 최근 3년간 최고치였다. 극심한 내수 부진과 고물가·고금리 속에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취약계층도 급증세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0.34%)과 개인사업자 연체율(0.56%), 중소기업 연체율(0.61%)은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요 근래에는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 자산 양극화로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월세·전세도 상승하게 된다. 또 무리하게 집을 사려는 수요로 가계의 빚은 증가하고 소비 여력은 줄어든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자칫 물가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 금리 인하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
전임 정부로부터 역성장과 고물가를 넘겨받은 이재명 정부의 과제가 녹록지 않다. 획기적인 경제정책과 구조개혁으로 난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또 경제가 성장세를 회복한다고 해도 물가·집값 안정이 없으면 모래 위에 성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유념해야 한다. 물가를 안정시켜 서민들 숨통을 틔워주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 양극화를 막아야 한다.